어제 주교가 시작하기 전에 한 녀석이 자기 생일이라고 찾아왔다.
예쁜 옷을 입고 머리에 분홍색 장식을 하고 또 얼굴에 화장까지 하고서...
어깨에는 핸드백까지 걸쳤는데 어디 영화에나 나올만한 치장이다.
보니 생일 축하 선물을 돌리려고 사탕이 잔뜩 든 봉지를 들고 있다.
여기 아이들은 자기 생일에 주변에 작은 사탕 하나라도 선물을 돌리며 자기 생일을 알린다.
작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선물을 주고 축하 인사를 받는다.
가난한 아이들은 그런 식으로 자기 생일 파티를 대신한다.
안 해도 되는 것을 굳이 하는 이유는 일단 아이들이 생일에 대한 기쁨과 자랑, 또 기대가 있고
또 그걸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과 넓은 인맥을 만들고 사회성을 키워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돈은 없지만 작은 것으로 사람들과 유대를 만들어간다.
생일이든 어떤 날이든 좁히고 좁혀서 친구 만드는 어느 나라 아이들보다는
범위를 넓히고 넓혀서 모두를 친구 만들며 살아가는 여기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법이고 지혜인데 그걸 어릴적부터 배운다.
사탕을 건네면서 사실 생일은 어제 토요일이라고 한다.
지난 생일인데 무슨 축하나며 싫을 농담을 했는데도 배시시 웃으며 사탕 두 개를 건넨다.
하나는 내 몫이고 하나는 아내 몫이라며...
생일이 지났는데도 생일 옷을 입고 자기 생일을 알리고 축하 인사를 받는 것을 보니 여기 아이들도 생일이 대단한 모양이다.
사실 어제 생일을 오늘 이렇게 하는 것은 어제가 학교가 휴일이었기 때문이다.
매월 2, 4째 토요일은 학교가 휴일이라서 못 오고 다음날인 주일날에 ㄱ회에 와서 하루 늦은 생일을 알리고 축하를 받는다.
생일이라고 부모가 예쁜 옷과 장식을 사주었는데, 또 생일이라고 자랑하고 축하의 악수를 받고 싶은데 금요일부터 이틀간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실 작년에 이 녀석은 골치덩어리였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학교에 오고 땡땡이 치던 아이였다.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 가기 싫다는 이유로... 근 한 달 간을...
학교에 오라고 해도 오지도 않고... 부모에게 애가 결석이라고 알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고...
6학년인 그 애가 사춘기가 시작되었는지...
딸을 무지 사랑하고 아끼던 아빠는 그 애 말만 듣고는 장기 결석에도 상관이 없고...
아빠는 근처에서 두 평 정도 되는 가계에서 옷 수선을 하며 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딸 바보를 넘어 애가 잘못되어 가는 것도 모르고 있다.
결국 날을 잡아 아빠를 불러 상담을 했다
상담이 아니라 아예 야단을 쳤다, 나이 차가 한 20살이 되어 나이 핑계로, 사회적 위치로...
딸의 이야기를 그대로 읊는 그 아빠에게 지금 버릴 자식 키우냐고...
먹이고 입히는 것만 부모의 역할이냐고...
남들 대학 갈 때 당신 딸은 남의 집에 가정부로 보낼거냐며...
딸이 지금 결혼하고 싶다면 그것도 들어 줄거냐며...
고맙게도 그 이튿날부터 그 애가 학교로 돌아왔다.
더 이상 결석도 없고 말썽도 부리지도 않고...
결국 주일학교까지 나오는데 지금은 아주 밝게 커가고 친구들도 많다.
하루 늦었지만 그래도 새옷을 입고 ㄱ회에 와서 사탕을 나눠주며 축하 인사를 받는 걸 보니 보기에도 참 좋다.
또 주일학교를 마치고는 교사의 안내로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Bhumika 라고...
등교일에 실로암 아이들이 생일이라고 찾아오면 볼펜이나 연필을 생일 선물로 주는데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가끔씩 주일이나 휴일에 자기 생일이라고 찾아오고 때론 자기 엄마 생일이라고 사탕 하나 들고 찾아온다.
그들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축하의 인사를 하지만 생일 선물 범위를 그 정도로 넓히지는 않는데 어제는 돌아온 딸 같은 예쁜 그 녀석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