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월호 유족의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건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이 10일 외교부로부터 ‘외교관 여권’을 발급 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외통위원으로서 조만간 중국 북경·상하이, 일본 동경·오사카, 네팔 카트만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베트남 하노이 등을 12일간 순방(巡訪)하기 위해서다.
-
- 김현 의원이 지난달 대리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 경찰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현 의원은 8일 경찰청을 감사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에서 사임하고 외교통일위로 상임위를 옮겼다.
외통위 핵심 관계자는 “김현 의원은 해당 아시아 국가를 한국 외교관 자격으로 방문, 대사관 등 한국 재외공관(在外公館)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러나 정치권에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김 의원이 비자 발급 면제 등의 특전(特典)이 있는 외교관 여권을 받아
장기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합당한 것이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반인이라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해외로 출국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
-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이었던 김현 의원이 지난 7월 인천 해양경찰청을 방문해 세월호 사고 당일 사건 접수 과정과 전파 과정 등을 듣고 있다./뉴시스
통상적으로 외통위원들은 외교관 여권을 갖고 해외 국감을 나간다. 외통위원은 국내에서 감사를 하는 게 아니라 10~15일 정도
해외 각국의 한국 공관(公館)을 돌며 ‘순회 국감’을 하는데, 외교관 여권을 갖고 있어야만 나라를 옮겨 다닐 때마다 별도의 비자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외통위 관계자는 “일반 여권을 갖고 나가면 방문하는 국가마다 비자를 받아야
하는 등 입·출국 절차가 길어져 감사에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김 의원과 같은 국가를 순방하는 여야 의원들은 9일 이미
출국했다. 외통위 관계자는 “김현 의원은 10일쯤 외교부로부터 외교관 여권을 받으면 곧바로 첫 해외 국감이 열리는 중국으로 출국해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외교관 여권 발급 여부와 별개로 김 의원이 실제 해외 국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최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 불참했고, 7일
안행위 첫 국감 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2014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의 자리가 비어있다. /뉴시스
또 김 의원이 실제 해외 국감을 갈 경우 이런저런 비판이 일 수 있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 ‘특권 의식’ 논란을 일으킨 김 의원이 경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외교관 여권을 받아 장기 해외 출장을 간다면 또다시
특권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에서 “외교·통일 분야에 관련된 경력이 아무 것도
없고 국감 직전에 보임(補任)된 김 의원의 (국정) 감사는 부실 감사가 될 것이 틀림 없다”며 “심지어 피의자 신분으로 고소당한
김현 의원의 해외출국이 정당한지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그러나 “외통위원인 김 의원이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직무”라며 “관련 규정과 법을 봐도 김 의원의 해외 출장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이 부득이 해외 국감을 못 갈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만, 국감을 나가는 것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국회의원에게 자기 할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김 의원은 외통위원이기 때문에 외교관
여권을 받는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현 의원은노
무현 정부 때 춘추관장을 지낸 친노(親盧) 핵심 인사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 2000년부터 12년 동안 당 대변인실에서 근무했다.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각계 인사들의 모임인 평화민주통일연구회를 통해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새천년민주당
시절에는 대변인실 부국장을 지냈다. 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변인실 행정관을 지낸 뒤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 최초로 청와대
춘추관장을 맡았다.
19대 총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냈으며 19대 총선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했다. 2012년 6월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 전당대회에서는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