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다들 건강하게 잘 계시겠지?
이즈음 백번 강조해도 심하지 않은 말은,
‘감기 조심!’ 아닌가 한다.
예방 접종도 필수.
17일 저녁에 ‘부산 일칠회’ 모임이 있었다.
모처럼 만난 친구들의 건강한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그래도 이미 먹은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몸에서, 주고받는 이야기 틈새에 은근히 묻어있는 나이를 느끼며
어느 수필가의 글을 떠올렸다.(맹난자. 「몸을 붙들고」)
“몸보다 무상한 것이 다시 있을까.
감꽃 같던 계집애는 등 굽은 노파가 되었고,
풍우를 막아주던 몸도 시간의 부식으로 닳아져···” 라며
인체의 노후 과정을 얘기하던······
아무튼,
더 늙지 말고, 아프지 말고,
이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만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뭘까 싶었다.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란 말이 있다.
서리 맞고 붉게 물든 잎이 2월에 핀 꽃보다 붉다는 말이다.
여름내 오늘 같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 고문에 시달린 보람일까.
날씨가 선선해지고, 계절이 시나브로 만추로 향하는 동안
푸른 나뭇잎들의 화려한 변검 공연이 시작됐다.
초록에서 노랑, 빨강, 주황, 갈색으로······
드디어 우리는 2월의 꽃보다 붉은,
‘만산홍엽(滿山紅葉)’ 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진즉 붉어 떨어진 벚나무 잎들이 길거리에 어지럽게 널렸다.
덩달아 청소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그렇다고 구슬땀을 흘리며 빗자루로 쓸진 않는다.
그건 아주 옛날 말이 되었다.
부~~웅, 부~웅!
등에 짊어진 기계가 일으키는 바람으로 낙엽을 쓸어 모은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격세지감'이 어찌 하나둘일까마는,
빗자루 없이도 청소하는 모습,
이 또한 그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꽤나 넓은 우리 집의 마당 쓸기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예 일손을 놓고 사신 분이고,
동생들은 아직 어렸고, 그렇다고
할머니·어머니께서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고.
그래도 쓸어 놓고 나면 엄청 개운했다.
지저분하게 널려있던 나뭇잎들이 자취를 감추고
쓸어낸 빗살무늬가 선명하게 남은 흙 마당은
볼수록 깨끗함, 정갈함,
그 자체였다.
엊그제 일 같이 눈에 선한 그 광경이
벌써 반세기도 더 전의
일이라니······.
세월의 빠르기에
다만, 기가 찰 뿐이다.
- 끝 -
주말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안녕!!!
첫댓글 불빵구집 은행나무에 마지막힘이 겨워 떨어진 은행이 지나는 객들이 귀찮아하며 차버리고 마는 비내리는 조용한 주말 오후이네...
수필집 한권이 언제쯤 나올지?
요즘의 대빗자루는 중국산이라 쓰잘데기가 형편 없더구만.
옛날 우리의 것은 한번 쓰윽 쓸면 쓸리는 면이 넓어 재미(?)도 있었는데...
하기사 누가있어 대빗자루 엮겠냐만은...그것마저 아쉽고 아련하네.
정말 격세지감이 드는 것이 요즘 우리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빠른 세월만큼이나 세상은 급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겠습니다.ㅎ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