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산불 6일째 큰 불길 못잡아… 금강송 군락지도 수차례 위기
불줄기 3차례 군락지 경계선 넘어…특수진압대 투입해 필사적 진화
대왕소나무, 별도 인력이 밤새 지켜…짙은 연무로 헬기 투입 어려워 고전
울진-삼척 진화율 75%, 큰 진전없어…당국, 교대인력 투입등 장기전 대비
실화자 특정 못해 경찰 수사도 답보
“수령 500년 넘는 대왕소나무 지켜라” 경북 울진 산불 발생 엿새째인 9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안일왕산 정상에 있는 대왕소나무 바로 아래 계곡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불줄기가 금강송 군락지 경계를 여러 차례 넘으면서 비상이 걸렸고, 산림당국은 특수진압대를 투입하며 불길과 사투를 벌였다. 산림당국은 “현재 대왕소나무는 안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울진=전영한 기자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6일째 이어진 가운데 산림당국이 9일에도 주불을 진화하지 못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불줄기가 핵심 방어지역인 금강송 군락지 경계선을 여러 차례 넘으며 긴박한 상황이 반복됐다. 산림당국에서 특수진압대까지 투입하며 필사적으로 진화해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산림당국이 밝힌 이날까지 진화율은 75%다. 현재까지 울진-삼척 산불 피해구역은 1만8671ha로 서울 면적(6만524ha)의 30%에 달한다. 진화가 끝난 강릉·동해 산불(4000ha)까지 포함할 경우 조만간 피해 면적이 역대 최대였던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다시 위협당한 금강송 군락지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기상 상태가 양호하니 봉쇄적으로 진화하겠다. 전체 진화율을 더 끌어올릴 예정”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화율은 전날(70%)보다 5%포인트 올라가는 데 그쳤다.
화마(火魔)는 이날도 금강송 군락지를 여러 차례 위협했다. 불줄기가 세 번이나 군락지 안으로 들어왔고 산림당국은 그때마다 사투 끝에 간신히 불길을 잡아냈다. 이후에도 불씨가 살아나지 않도록 쉴 새 없이 물을 뿌렸다.
다행히 불줄기가 덮친 곳은 군락지 핵심지역과는 거리가 있어 피해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최 청장은 “(불줄기가 침입한) 지역은 소나무가 많지 않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산불이 모두 진화된 후 금강송 피해 규모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군락지의 핵심 보호수인 대왕소나무도 안전한 상황이라고 한다. 산림청은 수령 500년 이상인 대왕소나무 주변에 남부지방산림청 소속 진화 요원을 배치하고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살포하며 철저한 방어 태세를 갖췄다. 주변에서 밤을 새우며 나무를 지키던 진화요원은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명감을 갖고 반드시 나무를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기 안개로 헬기 역할 한계
산림청은 진화를 위해 설정한 14개 구역 가운데 금강송 군락지 등 9개 구역의 경우 잔불까지 진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다른 구역은 주불도 잡지 못한 상태다. 이날 오전 연기와 안개로 시계가 좁아지면서 헬기를 투입하지 못한 탓이다.
오후 2시부터 헬기가 투입됐지만 다시 시계가 안 좋아져 진화율을 생각만큼 끌어올리지 못했다. 최 청장은 “(금강송 군락지 인근인) 소광리 뒤편에서 계속 불길이 들어오고, 불티가 꺼졌다가도 다시 살아난다”며 “야간에 드론 진화대도 운영해 불줄기를 제압하겠다”고 했다.
특히 삼척지역의 경우 7일 진화율 80%에 도달했지만 이날까지 이틀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진화한 면적만큼 불이 번지면서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것. 이날도 진화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고 피해 면적은 오후 6시 기준 1253ha로 늘었다.
울진과 삼척 모두 주불 진화에 실패하면서 전체 피해 면적도 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울진·삼척의 피해 면적은 1만8671ha로 만 하루 만에 250ha 늘었다. 진화가 끝난 강릉·동해 산불 피해 면적(4000ha)을 합할 경우 피해 면적은 2만2671ha로 늘어난다.
진화 작업이 6일째 밤낮없이 이어지면서 진화대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산림당국은 다른 지역 대원과 교대로 인력을 투입하는 등 장기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역대급 산불이 발생한 원인 규명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최초 발화 지점 인근을 지나던 4대의 차량번호를 파악해 산림청에 보냈다. 하지만 아직 실화자를 특정하진 못한 상태다. 산림청은 “감식반에서 경찰이 통보한 내용을 토대로 조사 중이며 실화자가 특정되면 경찰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울진=장영훈 기자, 명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