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는 다다미 위에 차려놓은 이부자리에서
힘겹게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오버로드 하나가 있다.
그가 바로 전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퍼렇게 시든 손을 들어 가까운 참모에게 말한다. (물론 일본어로)
"모든 군대를... 조선에서 철수 시켜라..."
힘없이 툭 떨어지는 손. 아무도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이, 카메라는
방문 뒤로 물러나고 문은 닫힌다.
승리조건:모든 왜군을 전멸 시켜라.
패배조건:이순신, 진린 제독은 살아 남아야 한다.
미션주안점:마지막 미션이며 될 수 있으면 3개월 안에 적들을 전멸시킨다.
특이하게도 미션 앞에서 동영상이 나오는 캠페인이었다.
어쨌거나 그 내용은 적들의 괴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했다는 것...
말할 필요도 없이 모든 왜군 사기치는 -1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었다.
이제 남은 왜군들에게 희망은 안전한 탈출뿐... 보급도 떨어지고 지칠 대로
지친 왜군들은 이제 살아서 돌아가기 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조선의 남해안은 이순신의 막강한 수군이 지키고 있어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전란 중에 아들을 잃고 수많은 조선 백성들이
언데드 몬스터가 되어버린 모습을 본 이순신은 단 한명도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순신과 함께 배치된 명 제국의 타워소속 진린 영웅은 보통의 조선의
중신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뇌물을 밝히는 속물이었다. 왜군 영웅들은 그
사실을 알고 조선 필드에서 얻었던 아티팩트로 자신들이 살아나갈 길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차라리 전투도중 엄청난 패전금을 지불하고 도망치기라도 할테니
그것만 허락해 달라고 사정해대는 것이었다. 그에 진린 영웅은 마음이 동해
이순신에게 협조를 구했으나 이순신은 크게 화를 내며 자신 앞으로 온 아티팩트를
그 자리에서 걷어차 내버리고 진린을 꾸짖었다.
"공은 어찌하여 승전에는 관심이 없고 이렇게 얄팍한 술수로 승리를 거두려고
재물이나 탐하시는 거요!? 명나라 본국에서도 공이 이런 식으로 승전을 기록했다
하면 황제가 기뻐하시기라도 한다는 거요!?"
"그, 그건..."
"더 이상 말이 필요없소! 나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간악한 왜적들과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일수 없소이다! 공이 재물이나 승전을 원한다면 내가 그동안 모은 것을
전부 드리겠소."
"......."
이순신은 진린에게 모든 승전 공과 아티팩트, 경험치는 돌릴 테니 자신에게 모든
군사 지휘권을 넘겨 달라고 말했다. 결국 자신의 소인배의 기질을 뉘우친 진린은
이순신에게 그 요청을 허락하고 같이 끝까지 싸울 것을 약속했다.
왜군 영웅들은 실의에 빠졌다.
하지만 이제는 할 수 없는 일... 모든 병력을 기울여서 이순신의 봉쇄망을 뚫고
탈출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조선의 모든 언데드, 던전 몬스터와 쟁쟁한 영웅들은
모두 남해안으로 집결했다. 마지막 결전을 위해 이순신의 봉쇄를 뚫고 탈출하기
위한 일이었다.
이순신도 자신의 군대에게 고향 산천을 피로 물들인 왜군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마지막 항전을 다짐했다. 이 결전에 앞서 진린은 이순신에게 근심스런
표정으로 잠시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이순신 영웅."
"왜 그러시오? 진린 영웅."
"잠시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소이다..."
"무슨 말씀이시오...?"
"잘 보시오, 미션 주안점이 '될 수 있으면 3개월 이내에...'라는 알 듯 말듯한
문구로 되어있소. 지금 출병하는 시기를 보면 도저히 3개월 이내에 모든 적군을
섬멸하는 일은 무리일 듯한데, 뭔가 안 좋은 일은 아닐른지..."
"심려 마시오. 뭐 캠페인 종료라는 문구도 없고 '될 수 있으면'이란 문구로
보아 그렇게 신경 쓸 일은 아닌 듯 하오. 그냥 출병합시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진린은 잠시 마음에 걸렸으나 이순신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더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순신은 일부러라도 그러한 약한 마음에 군사들의 마음이
약해질 것을 염려하여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이 조선 땅에서... 우리들의 부모 형제들을 유린하고도 뻔뻔하게 자신들의 목숨은
살려달라고 하는 저들 왜군들... 그들에게 어찌 신의 자비가 필요하겠는가!?"
진린 타워 영웅도 단상옆에 가만히 앉아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무리 동방대륙의 지배자인 명 왕국의 쟁쟁한 영웅이라 할지라도 이순신 영웅의
터지듯 뿜어져나오는 기백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 싸움에 우리 조선의 앞날이 걸려 있다! 그대들의 용맹함으로 다시는
이 조선땅에 저급한 부류들의 발길을..."
이순신 영웅은 갑작스레 말을 하다 말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자세히 보니 입에서 피를 토한 것이 아닌가?
진린을 비롯해 수하의 영웅들은 이순신에게 다가갔다. 무적영웅 이순신도 사실은
위장병 계열의 지병으로 많은 고통을 안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기에 쉬지도 않고 전투와 마법전수와 유닛 업그레이드, 건물 짓기 감독 등,
너무나도 많은 일을 해오다 보니 몸이 축난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영웅은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는 더 이상의
연설 대신, 그의 2m에 가까운 장검을 꺼내 높이 쳐들었다. 그렇게도 힘든 와중에
자신의 안위는 생각지도 않고 모든 군사를 위해 치켜든 거대한 조선식 바스타드 소드에
비친 햇빛에 모든 군사들은 스스로 벅차오르는 감격을 받으며 모두 하나같이
전의를 다지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마지막 결전을 위해 전라 좌수영 성을 떠나 험난한 뱃길에 올랐다.
마치 피라미같은 작은 중소 영웅들이 여기저기서 사기치 저하와 엉망진창의 진형으로
누더기 군선에 몸을 의지하고 도망다니고 있었다.
진린과 다른 부하영웅들은 그러한 중소 왜군부대를 잡으러 이리저리 배를 몰고 있었고
이순신 영웅은 그가 지나 가는 직선 거리 앞의 니혼마루같은 큰 규모의 왜군들만을
한방에 날려버리며 경상도의 초주력 왜군함대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순신은
그의 함대가 왜군 네크로멘서 영웅의 함대에 접근할 때마다 많은 고통을 느끼며
잠깐잠깐씩 의식을 잃곤 했다.
그 수많은 조선의 민중들이 해골로써 죽지도 못하고 영혼을 구속 당하여 강제로
왜군이 되어 싸우고 있는 그들이 고통스러운 외침이 이순신 영웅에게 들리는 것 이었다. .
그들의 수천, 수만의 가련한 영혼들이 이순신 영웅에게 차라리 죽음의 축복을
내려달라고 울부짖으니 이순신으로서는 피를 토할 만큼 괴로운 것이었다.
"절대로 용서치 아니하리… 왜놈들은 단 한 놈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다!!"
이순신 영웅의 부하 영웅들도 그의 이를 악무는 사이에서 피가 흐르고 눈물에서
피가 섞여 흐르는 무시무시한 기백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공포를 느끼며 왜군들을
섬멸시키는 데에만 주력했다.
심지어는 명나라의 원군 으로 참전한 진린 영웅마저 이순신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하며
다시는 화평이나 싸움중지 권고 같은 말은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드디어 왜군의 초주력함대와의 결전이 다음 턴으로 다가왔다.
조선.명 연합군의 진린 함대(실상은 이순신 지휘)...
조선땅의 모든 왜군 주력유닛과 정유 재란 이후 조선에서 긁어모은 해골로 단단히
무장한 왜군 탈출 함대 영웅 고니시 유키나카...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는 대 결전이 한 턴 앞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이순신은
다시 한번 유닛들의 배치에 신경을 쓰며 결전에 대비했다.
진린 영웅은 테스크바를 한 번 보더니 다시 이순신영웅에게 말했다.
"이, 이보시오 이순신 영웅..."
"무슨 일입니까..."
"보시오, 이제 내일 모레면 그 3개월째요..."
"그래서... 제게 이 작전을 포기하라는 말입니까...?"
"아니, 그런 말은 아니지만..."
"저도 마니산의 단군 오라클(신탁)에서 말은 들었습니다. 그 댓가가 무엇일지는...
하지만 그렇더라 할지라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제 운명이라면...
그 운명이 조선 민중을 구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면..."
"이순신 공..."
진린은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도 나라와 민중을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1598년 11월 18일...
결전의 날이 밝았고 진린의 함대와 이순신의 함대는 근소한 차이를 두고 왜군
주력부대와 맞닥드렸다. 필사적으로 도주하던 왜군을 이순신이 가로막아 싸운 것이었다.
온갖 4~5서클 마법이 난무하고 수 차례의 레저렉션과 애니메이트 데스 등을 행하는
전투로 이미 수십턴이 훌쩍 넘어갔다.
온갖 죽음의 물결과 언데드 파괴가 노량 앞바다를 물들였으나 전투의 끝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어느사이엔가 날이 바뀌었다.
그 치열한 전투가 이틀째를 맞이 한 것이었다. 그랜드 엘프와 타이탄, 샤프슈터
등의 장거리 공격수는 이미 탄약을 잃은지 오래라 스스로 치열한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고 배가 깨진 양군의 유닛들은 뭍으로 올라와 싸우기까지 했다.
가히 시스템의 버그가 아닐까하는 장시간의 전투가 황당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 하나하나가 서로의 양보할 수 없는 치열함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이전에는 보지 못한 엄청난 마법이 노량 앞바다를 거대하게 물결 짓고, 진린
영웅은 수십킬로 밖에서도 그 빛에 이순신의 승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결국 왜군 영웅은 아무런 군사도 못 건지고 도망치고 말았다.
다른 중소 왜군 영웅을 잡고 있던 진린 영웅은 전투가 끝난 후에도 아직 큰 피해가
보이지 않는 이순신 함대를 확인하고는 이대로 일본 본토까지의 진격을 주장했다.
최후의 초주력 함대까지 전멸하고 더 이상의 보급률이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이순신 함대와 진린의 연합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면 더 이상의 저항없이
해안가의 던전, 포트리스등의 허약한 성따위는 1주 이내에 끝장내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현재 수장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지 얼마 안되어 통합적인
방어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일본 본토는 조.명 연합군의 강력한 군대를
더 이상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기껏해야 각 지방 다이묘들의 성이나 성조차 없는 필드상에서 거의 중립 몬스터에
가까운 미미한 저항만이 남아있을 뿐이 아닌가!
더군다나 겨울에 가까운 가을이기에 HellTypoon-가미카제(과거 히어로즈2 시절의
일본이 수많은 민중 재물을 네크로멘스 이펙트 기술로써 발현시켜 고려 - 원 연합군을
막아낸 거대 태풍)도 불가능한 시기인 것이었다.
히어로즈 2(고려)시대처럼 더 이상의 실패 요건은 없어보였다.
그리하여 진린은 이순신의 함대에 다가서서 진격을 요청하려는 순간...
조선군 주력함대 영웅이 이순신이 아닌 그의 조카가 지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뭐야... 이순신 영웅은 어디가고..."
진린 영웅은 황당해 하면서도 일단 그의 유지에 따라 다른 중소 왜군들을 잡기
위해 배를 돌렸다.
그러나 아직 왜군 영웅이 남았음에도 바로 기한일이었던 3개월째가 되어
승리 메시지가 나오고, 캠페인은 종료가 되고 말았다...
Scene- 캠페인 동영상 #10
어두운 바다위에서 갑작스레 굉음과 데빌의 무시무시한 얼굴이 나오면서 본 게임을
황당하게 마친 후의 게이머를 깜짝 놀래킨다.
그 데빌은 거대한 낫으로 수십명의 크루세이더의 목을 날려버리며 힘든 몸을 잠시
추스리지만 바로 아크엔젤의 파멸의 검에 의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지옥으로
떨어져버린다.
이 아크엔젤 역시 온몸에 화살을 꽂힌 채 뽑지도 못하고 여기저기에 상처와
피범벅으로 많은 고생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아크엔젤에게 달려드는 검붉은 안광의 드레드 나이트! 그것도, 바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 두배의 크리티컬 데미지가 분명하다.
그 엄청난 공격을 받는 순간-
챔피언이 몸을 날려 대신 그 칼날을 막아 대신 쓰러지고 아크엔젤은 반격으로
드레드 나이트를 처치한다.
아크엔젤은 검을 땅에 꽂고 부활 주문을 위해 두 팔을 크게 벌리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카메라 앵글은 전장 전체로 옮겨간다.
전장의 다른 곳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타워, 캐슬, 네크로, 던전 인페르노 등
모든 유닛은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녂에도 이틀째의 전투에서 치열하게...
그야말로 지옥같은 전투를 벌이고 있다. 가끔씩 두 진영의 영웅의 마법이 전장
한 곳에서 작렬하기도 하지만 두 대군의 전투는 끝을 낼 줄 모른다.
다시 한번 골드드래곤에게 엄청난 양의 해골들이 몰려와 아우성을 치듯 공격을 한다.
이 골드드래곤은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는 해골들 앞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하다.
가까운 아군 몬스터도 없고...
그러한 골드 드래곤은 갑자기 전투를 중단하고 힘든 날개짓으로 몇몇 해골을
매단 채 날아오른다. 그리고 그 자리로 엄청난 위력의 메테오 샤워가 쏟아지며
흡사 달표면처럼 크레이터 페허로 만들어버린다.
수백 해골의 묘지가 된 것이다...
이순신은 엄숙한 표정으로 마법을 쓴 손을 가만히 내린다.
그리고는 다시 쿨럭 피를 토한다. 그에게 또다시 망령들의 외침이 들리는
것이었다. 그가 소멸시킨 해골들은 다름아닌 조선의 민중들...
강제로 왜군이 되어 싸우는 가련한 구속된 영혼들...
그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다시 전장을 내려다본다. 희미하게 밝아오는 짙은
구름낀 동녘하늘 아래,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가며 아군의 승리는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왜군 네크로 영웅들은 초주력 영웅의 비호 아래에 먼 바다로 사라진다.
이미 지금도 힘겨운 싸움중인데, 다른 군사들을 그 도주하는 함대로 추격할 수도 없다.
그 네크로 영웅 함대야 말로 조선 민중의 언데드가 가득한데 말이다. 그들에게서
다시금 외침이 들려온다. 이대로 왜국으로 끌려가면 다시는 환생할 수 없는
불행한 영혼이 되어버리는 조선 민중들이 이순신에게 살려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칼을 바닥에 힘겹게 꽂으며 무릎을 탁 꿇어버린다. 그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며 입술에서도 피가 새어흐른다.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고도 비참하다. 그들을 이대로 이대로 보내버려야 하는가...
그의 몸에서 천천히 은백의 오라(Aura)가 반딧불처럼 떠오른다.
고개 숙인 상태에서 조용히 그의 말이 들린다.
"천지 신명이시여... 이 한몸... 모든 것을 잃어도 좋으나 저 간악한 왜군이 조선의
민중을 데려가시는 것만은 막아주시옵소서..."
오라가 더욱 선명해지며 반딧불 빛이 마치 불꽃처럼 그의 몸 전체를 휘감싼다.
마치 이온 캐논의 이온이 리엑터에서 충전 될 때같이 천천히 에너지를 모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들을 버리지 마시옵소서 천지신명이여..."
그는 눈을 조용히 뜬다. 마치 고급 질럿처럼 황금색 빛이 뿜어져나오며 흘러내린
피눈물과 함께 분노의 의지가 무섭도록 뿜어져 나온다. 이순신의 오라는 그의
몸 전체를 휘감으며 원래의 불의 정령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주위의 부장들이
그를 말린다.
"그만 두십시오 장군! 이제 남은 마나도 얼마 없지 않습니까... 돌아가서 몸을
치료하시려면 치유마법 마나정도는 아껴 두십시오...!"
그러나 그 부장도 이순신의 오라에 밀려 그에게 접근도 하지 못한다. 이미 물질화가
되어버린 오라는 천천히 회전을 시작하고 아직도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의 상공에는 푸른색의 태풍의 눈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순신의 주문은
계속된다.
"이 한몸... 모든 것을 바치겠사오니... 이 땅에서 자라난 민중들을 버리지
마시옵소서 천지신명이여..."
검을 쥔 그의 손에서도 피가 흐르며 2미터가 넘는 장검이 오라의 에너지에 금이가며
쪼개지기 시작한다. 주위의 부장들도 경악의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는 사이
그는 눈을 감으며 오라를 한 곳으로 집중한다. 순식간에 그가 걸치고 있는 모든 아티팩트가
폭발하며 쪼개진다.
카메라 앵글은 순식간에 이순신 기함에서 전장이 한눈에 보이는 먼 곳으로 물러나며
기함을 중심으로 구름낀 하늘과 어두운 바다를 비춘다.
그리고 치열한 전투 중에 마지막 함성이 들린다.
"저들을 버리지 마옵소서 하늘이시여~~!!!"
이순신의 기함에서 거대한 열핵 폭발같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전장 상공의 짙은 구름이
순식간에 원 형태로 멀어진다. 곧 그 눈부신 황금빛은 모든 전장을 뒤덮으며
도주중인 네크로 함대까지 덮친다.
잠시 비친 위성궤도에서도 노량 앞바다의 반경 15Km를 감싸 안은 열핵 반응이
포착된다. 구름은 무서운 속도로 원을 그리며 주위로 터져나간다. 갑작스런 빛에
놀라기는 왜군 군대나 조선군대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빛에 언데드는 원래의
죽음으로 환원되고 인페르노는 폭발하듯 파멸하고 아크엔젤을 비롯한 조선, 명 군대는
상처가 치료되는 것이었다. 골드드래곤의 떨어진 비늘은 다시 이어붙어지고
아크엔젤의 날개깃은 새로이 돋아나는 것이었다. 한 수장급의 아크엔젤과 시체얼굴같은
네크로 리치 영웅은 그 빛속에서 이러한 기적을 행하는 것을 보고 몸을 떤다.
"이, 이것은... 능품천사(VIRTUES) 이상이나 쓸 수 있다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그 천사의 눈앞에서 부스러지듯 파멸하며 영혼이 해방된다.
리치 영웅조차 이 마법에 부스러져 사라지며 토해내듯 말을 잇는다.
"묵시록적 신성개입(Apocalyptic Divine Intervention)...!? 이, 이것을 인간이
쓸 수 있다는 말인가..."
거대한 에너지 폭발 위로 해방된 수천의 언데드 영혼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떠 있던
푸른 태풍의 눈앞에 모여서 바람처럼 거세게 휘몰아친다.
다시 한번 눈부신 빛이 스크린을 압도하고...
많은 캐슬과 렘파트, 타워의 군사들은 적군의 병장기와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는
전장에 멍하니 서서 서로를 돌아본다. 머리위에는 해방된 영혼들이 춤을 추듯
시계방향으로 회전을 하며 천상으로 올라가고, 천사들은 이순신 영웅의 기함으로
신에 대한 정중한 예를 올린다.
핏자욱이 있는 입술을 미소지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은 이순신 영웅주위에 참모들과
천사들이 모여들며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의 끝을 알린다. 구름이 밀려나
맑게 갠 동쪽 하늘로 아침 햇살이 고요히 남해안을 비추고 있는 가운데,
5분 30초의 긴 엔딩 동영상은 조용히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