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대학 본교 캠퍼스와 문학부 캠퍼스 사이 네거리의 한 모퉁이에는 “산죠안(三朝庵)”이라는 조그만 음식점이 있다. 그 집 아주머니는 큐우슈우 출신으로 좀 수다스러웠는데, 내가 가면 자기 인척 중에 누군가가 일제시대에 한국 사람과 결혼한 적이 있다고 친한 척하며 수다스럽게 말을 걸어오곤 했다.
그 아주머니는 산죠안이 그 자리에서만 100년 이상 장사를 해오고 있으며 산죠안이라는 간판으로 장사한 지는 300년이 넘었다고 하면서, 자기 집 소바(메밀국수)가 일본에서 제일 맛이 있다고 언제나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 아주머니의 시아버지는 70이 넘었는데도 아직 건강하게 일을 하고 계신데 그 집 벽에는 그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오오꾸마 시게노부의 집에 소바를 배달하든 사진이 걸려있다. 자기 집 소바가 맛이 있어서 와세다대학 설립자이고 총리를 지낸 오오꾸마 시게노부도 시켜 먹었다는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케이오오대학과 와세다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는데 아무도 이 소바집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 놓으면서, 자기도 이 노렌(상점 앞 입구에 옥호를 써 걸어놓은 천. 이 경우에는 직업을 의미)의 중요성을 40이 넘어서야 깨달았는데 저 아이들이 지금 알겠냐며 자기는 노렌의 중요성을 깨닫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누구든지 이 소바집을 이어받는 사람에게 이 집과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케이오오대학이나 와세다대학 같은 명문대학을 다니는 아들을 소바 장사를 시키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엉겁결에 “자제들이 정 소바집을 하기 싫어하면 다른 일을 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했드니 그 아주머니가 눈이 둥그래지면서 “그러면 무엇을 시키면 좋겠어요?” 하고 묻기에 “대학교수 같은 것을 시키면 좋지 않겠습니까?” 하고 대답하니 그 아주머니가 다시 정색을 하면서 “말이나 소처럼 일이나 하고 아무 보람도 없는 교수를 왜 합니까?” 하는것이다.
기가 막혀서 “그러면 소바집은 무슨 보람이 있습니까?” 하고 되물어니 “소바집이 왜 보람이 없어요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수만명인데 옛날 생각이 나서 이 근처에 왔다가 옛날에 먹든 소바 생각이 나서 우리 집을 찾아오거나, 시골에서 일이 있어 토오쿄오에 왔다가 소바 생각에 우리 집을 찾았다가 없으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와세다에서 공부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찾아와요. 한국에서 국무총리까지 하신 분인데 그분도 일본에 오시면 꼭 우리 집에 들러 옛날 이야기를 하다 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앞에 있는 아나하찌만(穴八幡) 신사는 장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비는 신사라서 1년 내내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데, 그중 어떤 사람은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내가 옛날에 아나하찌만 신사에 참배하러 갔다가 그 앞에 있는산죠안에서 소바를 먹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네가 가면 그 집이 그대로 있는지 보고 오너라“ 해 없으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나는 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요즈음에는 소바보다는 햄버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늘어서 어떤 사람이 이 집을 헐고 양옥 3층집을 지어서 1,2층은 자기가 영업을 하고 3층은 우리가 살게 해주고서 월세 200만 엔씩을 내겠다고 제안을 해왔어요. 이 집에서 내가 한달에 버는 돈은 200만 엔에 턱없이 못 미치지만 거절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니 바로 이런 것이 직업의식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뭐라 꼬집을 수는 없지만 이 아주머니가 자기 직업에 대한 확고한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날씨도 덥고 해서 소바나 먹을까 하고 점심을 먹으러 산죠안에 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싶어서 안쪽을 들여다보니 방송국에서 그 집 할아버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엉거주춤하니 문간에 서 있으니까 그 집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보고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 한쪽 귀퉁이에 서서 무슨 인터뷰를 하는가 싶어서 들어보니 그해가 와세다대학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서 와세다대학에서 기념사업을 하기 위해 사회와 동문으로부터 200억 엔을 목표로 모금을 하고 있는데 산죠안에서 500만 엔을 헌금한 것이었다.
조그마한 소바집에서 500만 엔이라는 거금을 희사했기 때문에 깜짝 놀란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놀란 것은 500만 엔이라는 액수가 아니고 그 할아버지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기자가 “어떻게 이렇게 조그마한 소바집에서 500만 엔이라는 거금을 희사하게 되었느냐”고 물어니까 평소에 말이 없고 일자무식인 것 같든 그 할아버지가 “우리 산죠안은 이 이름으로 300년간 장사를 했고 이 자리에서만 100년을 장사했다. 이 자리에서 100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잘살 수 있었든 것은 순전히 와세다대학 덕분이다. 그러니까 와세다대학이 잘되는 길이 곧 우리 산죠안이 잘되는 길이다. 와세다대학이 잘되기 위해서 모금을 하는데 어떻게 우리 집에서 가만히 있을수 있겠는가.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돈 500만 엔을 전부 희사하게 된 것”이라고 당당한 태도로 대답하는 것이었다. 직업의식이 뚜렷하면 이런 생각까지도 할 수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인터뷰 내용을 들어면서 문득 옛날에 내가 알고 지내든 조각가 한 분의 말이 떠올랐다. 그분은 국전에서 대통령상까지 받은 꽤 유명한 분인데 “삼국시대의 불상을 보면 기법은 뛰어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작가의 혼이 깃들여 있다. 삼국시대에 불상을 조각한 사람은 불교신자였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히 불상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의 대상을 조각했다. 그러니 거기에는 조각가의 혼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조각품은 조각가가 단순히 하나의 상품으로만 조각을 한 것이기 때문에 기법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작가의 혼이 들어 있지 않다”면서 현대의 상품화된 작품들을 비판한 적이 있다.
산죠안도 불상을 조각하는 삼국시대 조각가의 심정으로 소바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일본 사람들은 상품을 단순히 상품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식을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거기에는 그 사람의 정신이 들어있고 그래서 일본 상품이 세계를 석권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우리아이가 좋은점을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
어련 하시겠수? 좋은것 밖에 배워 올게 없을 것이외다!
요즘 일본은 황혼 이혼이 유행처럼 이루어진다던데요???ㅎㅎㅎ
그것도 일부이지 우리만큼 심하지는 않을걸?
우리의 성향은 빨리 뜨겁고 빨리 식는...
장인정신 직업의식 장인정신 직업의식...........
그래요 , 책임의식, ( 활복자살 , 무서우리 만치 정직 ) , 보탭니더 ^^
주인장님 , 연보라님의 댓글이 지워 졌네요 , 우리도 퇴장 해야 겠지요 ^^
지금 싸우는거나
정들라.........
몰라서님은 지금 말리는 택..? 아니면 붙이는 택......?
둘다요.........
야~야? 삼촌보고 좀 헐렁하게 살면 안되냐드마는, 너쪽에서 너무 빡빡하게 살려는것 아닌감! 신랑이 보면 농담으로 이해키도 쉽지 않을것 같아 삭제 했다이~
정들었네...
미녀삼총사 건드려 좋을게 있겠나? 미모로나 년령으로 라도 내가 널 이길수가 있겠나! 암은. 얼마 남지 않았데이~ 열씸해라.
연보라빛님 만 이야 카탈님 이길 사람 조카뿌이네
YOUnME 님의 이미지는 황의정승 이셨는디 ... 오늘 팔걷어 붙이신 판정이 하 흑백 선명하여 새삼 ...그러나 / 대장부가 미인에 약한것 당연 하지요 ^^
이제야 연보라님의 댓글도 지워졌네요? 주인님 , 우리도 퇴장해야 겠지요 ? 햇살님, 말씀대로 노파심 끝 ^^
참이슬님! 반갑습니다. 울 삼촌님,,직선적이고 좀 급한 성격이긴 하시지만, 참말로 유머러스하시고, 속정 깊으신 분이십니다. 참이슬님 꼬리글을 대하고 보니 삼촌님께 디~~게 죄송스럽습니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 매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잠 ... 연보라님 탯클 그 맛,! 글쎄? 세대차이 언발란스 승부차기에 관객동원은 늑대소년 흉내 아니기를 ...
공부 안하고 까불다가 오늘 달과 호수님께 야단 억수로 맞습니더...근데 지예 그런 사람 아입니더...언발란스 승부차기에 관객 동원한다고 해서 동조하실 분들도 안 계시고, 늑대 소년하고는 더 더욱 거리가 멉니더...좀 잘 봐 주이소...
삼촌 한마디에 남편 걱정까지 하는 ( 엄살이였나 ? )심각성 댓글과 / 참이슬님에게 삼촌의 이미지를 이해시키는 댓글이 대조 적이라 , 헷깔림은 잠시나마 늑대 소년 생각이 뜨 오르데요 ...
제가 그 소바 집에 한 번 가 보겠습니다...아내 직장 바로 옆이라...그리규제가 2년 이상이 통학 한 거리였는데...그러한 역사는 잘 몰랐네요..감사합니다..
제몫까지 잡숩고 오이소~~ㅎㅎㅎ(돈은 보또랑 이름으로 사인~~ㅋㅋㅋ)
우리 덜 떨어진아들놈도 함 데리고 가보시지요.
조목사님 과 와우산 아드님 까지 , 그 소바 집에 다녀오시면 ... 기대 합니더 ,
내 조국을 진정하게 사랑하는 분이 남의 나라도 사랑할줄 안다고 믿습니다 광순님의 내재 해있는 맘을 알기에(나이가 들면 반쯤 점바치(점쟁이)가 됩니더 ㅎㅎ) 스스럼 없이 글을 올리는것이라 믿습니다~~ 사람이야 쪼매이 까탈시럽지만도~~ㅎㅎㅎ
저의 바램은 일본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입니다, 우리나라를 낮추고, 일본을 올리자는 의도는 추호도 없습지요, 우리 사회의 고치고, 바로 잡아야할 것들을 지적하는게 또 다른 오해의 부분으로 작용할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지요 사람들의 마음중에 가장 두려운것은 그것입니다, 확실한 의도를 모르면서 그럴것이다 라는 자기만의 잣대로 믿어버리는것~~
타인의 개성과 개념차이는 존중하면서 , 일본에 편견을 가진 100 명중에 단 1명이라도 자신의 편견에 회의를 가져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또한 사이버공간 활용 할 수있는 컴맹탈출 자긍심 으로 ...
글읽고 감명받고 뉘우치고 댓글보고 또 감명받고 뉘우치고 갑니다....
문공님 댓글에 지도 감명받고 ... 노파심에 살짝 갔다가 왓심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