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2일의 눈꽃 기차여행은 진정 좋았습니다.
함께 한 사람들이 좋았고, 가는 곳마다 그 시간에 딱 있어야
할 것들이 모두 알아서 있었습니다.
토요일 밤 11시 40분 청량리에는 함께 가시는 회원님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기차에 오르고 자리에 앉으니, 번거롭게 준비하지 마시라는 당부는 아랑곳없이
슬슬 가지고 온 보따리에서 먹을 것들이 나왔습니다.
정명자 님은 예전의 기차여행 맛을 추억하자며
뜨끈한 계란을 내놓으셨습니다. 목이 메이지 않게 반숙으로
익혀오신 계란 환상이었습니다.
또한, 이순태님은 맥반석으로 노릇하게 계란을 구어오셨습니다.
목이 메이지 않게 귤까지 준비하시고 내놓으셨습니다.
박상희 님의 찰떡과, 인절미와 꿀떡 맛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연 압권은 권종림 님이 내놓으신 묵무침이었습니다.
세상에 기차여행에 상추, 당근, 오이, 양파,를 따로 준비하고 양념장으로
비늘봉지에서 휘휘내져어서 내 놓은 그 묵무침을 두고 우리들은 엽기(?)라고
불렀습니다. 야들하게 집에서 쑤어오신 묵무침과 살뜰하게 준비하신 포도주까지
참 잊지못할 추억들은 가졌습니다.
말 하지 않아도 참 여러가지 음식들을 준비하신 회원님들,
정말 고맙고 진정 여행의 진수를 아시는 분들입니다.
혹, 먹자판 여행이 아니었느냐고요?
천만에요. 여행중에 먹는 음식들은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어주지요.
예전에 수학여행가면서 친구들의 가방에서 나오던 그 다정한 음식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우리 일행들의 여행일정 운들이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새벽에 정동진역에 도착해서 해돋이를 못 볼까 염려했었는데,
우리는 보았습니다. 구름사이를 뜷고 장엄하게 떠오르던 그 해를...
사진찍고 다시 해 보고, 다시 셔터를 누르고 마냥 즐거운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떠오르는 정동진의 해를 보고 우리는 대관령의 양떼목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정동진에는 눈들이 별로 없었는데, 대관령을 가면서는 차창밖에 눈들이 쌓여있었습니다.
여행가이드는 말합니다. 지난주에 오셨어도 눈들이 없었는데 제대로 여행하시는 거라는
말을 들으면서 제대로 된 눈꽃여행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양떼목장을 오르는 산길은 그야말로 눈 세상이었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거린다는 눈 밟는 느낌을 정말 오랬만에 맛보았습니다.
눈바람을 맞고 있는 자작나무, 한 기둥만을 눈으로 뒤짚어쓴 '나도 자작나무'하고
서있는 듯한 아카시아나무와 눈보라치는 황량함이 포동염전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덕으로 오르니, 비료포대들을 엉덩이에 놓고 눈 썰매들을 타고 있었습니다.
너무 신이나서, 한달음에 달려가서 앉았지요. 이 몸무게에(?) 가속도가 붙으니,
와... 너무너무 신났었습니다. 두 번 연거퍼 신나게 탔습니다.
눈을 홀딱 뒤짚어쓰고 눈이 푹푹빠지는 가지 말라는 곳들로 해서 내려오다
어린양과 어미양들을 보았습니다. 어린것들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너무 귀여웠습니다.
휴게실로 내려오니, 군고구마와 삶은 옥수수를 먹고 기다리던 회원님들과
따끈한 고구마와 옥수수를 살짝 구워먹으니, 산장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하조대로 출발했습니다.
하조대를 거쳐서 주문진 수산시장에 들러 살아있는 오징어회와 회들로 점심을 들고
간단히 선물살 것들을 가지고 2시 40분 청량리행 기차를 타기위해 강릉으로
출발했습니다.
돌아오는 기차여행은 또 다른 멋들을 주었습니다.
시원한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는 열차여행은 어젯밤에는 어두워서 밖을 보지 못했지만,
밝은 대낮에 보는 동해의 물결들과 우리의 산야는 너무 시원했습니다.
기차에서 올라오는 내내 밖의 풍경과 기차안에 함께 여행한 사람들,
모두 편하고 좋아 즐거운 여행길이 되었습니다.
오는 중에 간간히 날리던 눈꽃들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이 자리잡고 있다는
추정역이며, 사북을 지나는 열차는 참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잊지못하게 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참 곳곳을 알차게 보냈구나 하는 생각을 함께했습니다.
함께한 우리 회원님들 참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또한 함께 가시지는 못했지만, 신경써 주신 회원님들,
또 잘 갔는지 궁금해서 전화해주신 회원님들과 문자를 보내주신 분들
이번 여행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함께 떠나셔서 저희들이
느낀 우리 산하에 대한 애정과 길들, 사람들에 대한 사랑들과 아름다운
추억까지 함께 가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줄입니다.
어제 기차안에서 말들로 쓰신 시어들
활자들로 만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