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러로 당신의 운명이 바뀐다면?”
당신의 ‘진짜 운명’을 알려주는
디엔에이믹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달러로 당신의 운명이 바뀐다면?’ DNA를 판독해 모든 일이 다 잘되었다면 이루어졌을 ‘가능한 신분’을 알려준다는 기계, 디엔에이믹스DNAMIX가 식료품점에 처음 등장했을 때 디어필드 사람들이 직면한 질문이다. 쇼핑몰이나 마을 박람회에 설치한 즉석사진 부스처럼 생긴 디엔에이믹스의 입구에는 커튼이 달려 있고 그 안의 공간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이 기계 안에 들어간 마을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측정된’ 새로운 삶이라는 엄청난 약속을 마주하게 된다.
이웃 중 누군가는 테스트 결과를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한 오래된 친구는 약을 완전히 끊기도 했다. 또 다른 지인 중 하나는 예전엔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오랫동안 꿈꿔온 휴가를 보내러 아예 동네를 떠났단다. 간편하면서도 기적적인 효과를 보장하는 최신 식이요법처럼 그 누구라도 호기심이 생길 만한 일이다. 게다가 값은 고작 2달러.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인생은 너무 짧아. 시간은 너무 소중해. 열망은 너무나 커.”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을까?
휘파람을 즐겨 부는 역사 선생 더글러스 허버드는 이제, 더글러스 허버드로 살아가는 삶에 이골이 났다. 그는 스스로에게 주는 마흔 살 생일 선물로 오래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트롬본을 산다. 어쩐지 탐탁지 않았던 디엔에이믹스라는 기계가 한 식료품점에 새로 들어서면서 마을에서 화제가 되지만 개인의 자유의지를 굳게 믿는 더글러스는 특별히 관심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아내 셰릴린이 어쩐지 전과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날, 더글러스는 우연히 파란 쪽지, 즉 셰릴린의 디엔에이믹스 결과지를 발견하고 ‘가능한 신분’란에 ‘왕족’이라고 적힌 내용을 본다. 셰릴린의 이상한 행동을 이제야 알게 된 더글러스는 웃어넘길 만한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자신이 왕족이 될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셰릴린은 지금까지 행복하다고 믿었던 더글러스와의 평범한 삶이 불만스럽고,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갑갑함을 느낀다. 그리고 셰릴린은 자신을 ‘공주’처럼 경외하는 낯선 남자와의 온라인 채팅을 하거나 디어필드 마을의 공식 사진사 듀스 뉴먼과 미묘한 감정이 오가는 등 평소에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은 어떤 삶인 거지?’ ‘여태 미뤄왔던 꿈은 뭐였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그녀를 내내 괴롭히지만 남편 더글러스는 그저 종잡을 수 없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쁠 뿐이다.
드디어 디엔에이믹스 기계 앞에 선 피트 신부와 더글러스,
그리고 쌍둥이 형 토비의 죽음을 목격한 제이컵과
죽음의 비밀을 좇는 토비의 전 여자친구 트리나
디어필드 사람들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온 피트 신부는 디어필드로 전학 온 조카 트리나가 걱정이다. 트리나의 반항적인 행동들로 인해 팻 교장과 면담을 나눈 것도 벌써 네 번째. 남자친구를 사고사로 잃은 트리나가 무언가 진실을 감추고 있음을 직감한 신부는 조카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상처를 털어놓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오늘 밤, 피트 신부는 앞으로의 미래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디엔에이믹스 부스 앞에 선다.
디어필드 가톨릭 스쿨의 최고 우등생인 제이컵은 디엔에이믹스 앞에서 한 시간째 줄을 서는 중이다. 요즘 제이컵은 죽은 쌍둥이 형의 전 여자친구 트리나 때문에 고민이 많다. 트리나는 밤마다 제이컵에게 전화를 걸어 형의 죽음과 관련해 200주년 기념제에 벌일 복수극에 동참할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제이컵은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그만 도망쳐버리고, 그 바람에 개인의 자유의지를 굳게 믿는 역사 선생 더글러스가 디엔에이믹스 부스에 들어서게 된다.
디엔에이믹스가 온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드는 가운데, 마을 최대의 행사이자 놀라운 비밀을 폭로하는 도화선이 될 200주년 기념제는 차츰차츰 가까워온다.
인생이 주는 또 하나의 ‘커다란’ 선물,
빅 도어 프라이즈
눈동자 색, 머리색, 가능한 신장, 그리고 가능한 신분 등 ‘내 진짜 운명’을 알려주는 신비한 기계 디엔에이믹스. ‘나의 진정한 소명은 뭘까?’ ‘이 좁은 동네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는 걸까?’ ‘이렇게 살겠다고 태어난 걸까?’ ‘나 역시 조만간 마흔이 되지 않나?’ 선량하고 정 많은 디어필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던져진 존재론적 고민을 앞둔 채로, 디엔에이믹스가 마법을 부리듯 내어준 ‘새로운 인생의 가능성’이라는 문을 열고 제각각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이들은 각자 지닌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용서하며,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으면서 자신의 소중한 삶을 끝내 지켜낸다. 운 좋게 얻은 큰 선물이라는 뜻의 제목 ‘빅 도어 프라이즈Big Door Prize’처럼, 소설의 끝에 이르면 우리는 ‘인생’이 주는 또 하나의 ‘커다란’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