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삐삐의 비밀번호 ********************
안녕하세요. 저는 이동통신회사에서 민원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있는 이 혜영이라고 합니다.
2년이 훨씬 넘게 많은 고객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직까지도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 이였어요. 그 날 따라 불만 고객들이 유난히 많아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업무의 특성상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이란....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이런 말외에 같이 흥분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는 없거든요...
그날도 비까지 오는데다가 컨디션도 많이 안 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사정이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에 제 기분은 뒤로 숨긴 채 인사멘트를 했죠
목소리로 보아 어린 꼬마여자였어요..
이혜영: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텔레콤 이혜영 입니다
고객: 비밀번호 좀 가르쳐주세요... ****(목소리가 무척 맹랑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혜영: 고객분 사용하시는 번호 좀 불러주시겠어요?
고객: 1234-5678 이요...
이혜영: 명의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객: 난 데요.. 빨리 불러주세요.. (어린 꼬마애가 엄청 건방지군...)
이혜영: 가입자가 남자 분으로 되어 있으신 데요? 본인 아니시죠??
고객: 제동생이예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씀해 주세요.
이혜영: 죄송한데 고객 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이 단말기 소지 후에만 가능하십니다. 저희 밤 열시까지 근무하니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고객: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 가끔 타인이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이런 거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전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이혜영: 그럼 명의변경을 하셔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주신 분 신분증 또 미성년자이시니까 부모님 동의서를 팩스로 좀 넣어 주십시요.
고객: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줘요. ***(너무 막무가내였기 때문에 전 전화한 그 꼬마 애의 부모님을 좀 바꿔달라고했죠)*******
고객: 아빠! 이 여자가 아빠 바꿔 달래..... ( 그 꼬마 애의 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가입자의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그래... 빨리"
아빠: 여보세요...
이혜영: 안녕하세요. **텔레콤인데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런데요 명의자와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아빠: 제 아들이요?? 6개월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콰당??? 그럼 사실이란말야???--그 때부터 미안해 지더군요...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아빠가 딸에게 묻더군요.)
아빠: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전화했니?? ( 딸이 화난 목소리로.... )
고객: 엄마가 자꾸 혁이(그 가입자 이름이 김 혁이였거든요) 호출번호로 인사말 들으면서 계속 울기만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만 지운단 말야.. ( 전 그때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
아빠: 비밀번호 알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이혜영: 아??? 예... 비밀번호는 명의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 변경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을 넣어 주셔도 가능 하지요.
아빠: 알겠습니다.. (전 감사합니다로 멘트 종료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이혜영: 죄송합니다..... 확인후 전화주십시요...
아빠: 고맙습니다.
이혜영: 아...예.... (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가슴아픔에 어쩔 줄 몰랐죠.. 전 통화종료 후 조심스레 호출번호를 눌러봤죠. 역시나.)
"안녕하세요. 저 혁인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 으로 멘트가 녹음되어 있더군요. 전 조심스레 그 사람의 사서함을 확인해 봤죠. 좀 전에 통화한 혁이라는 꼬마 애의 아빠였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혁아.... 아빠다.. 이렇게 음성을 남겨도 니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니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니 생각이 나서 술을마셨다. 니가 아빠 술마시는 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안춥니? 혁아.... 아빠 안보고 싶어???"
가슴이 메어 지는 거 같았습니다... 그날 하루을 어떻게 보낸 건지.. 아마도 그 혁이의 엄마는 사용하지도 않는 호출기 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녹음되어 있는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울었나 봅니다.
그걸 보다 못한 딸이 인사말을 지우려 전화를 한거구요.. 가슴이 많이 아프더군요. 일 년이 훨씬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는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 가족들을 위해 부족한 저지만 다시 한번 기도 드립니다. 이젠 혁이의 엄마 더는 울지 않으시길.... 절대로 잊을 순 없는 거지만 이젠 덮어두시고 편히 사시길... 그리고 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가슴시린 이야기네요. 영원한 평화의 안식을 주소서, 유가족의 슬픔도 어루만져주시고
속히 일상으로 돌아와 주님과의 평화도 슬픔보다 더 많이 누리시길 기도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