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안식(샵바트)
삶의 충전은 안식에 있다. 안식의 의미는 하던 일을 ‘중지하다’이다. 현대의 사람들은 안식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일상의 일을 접어두고 충전의 기회로 새로운 곳을 찾기도 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 자기의 삶을 성찰하며 힘을 북돋우어 돌아온다.
여행은 최대한 간소하게 짐을 꾸려 가볍게 떠나야 한다. 그런데 여행하는 사람들의 짐은 무엇을 그렇게 많이도 가져가는지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일으키기도 한다. 여벌 옷 몇 가지를 간단하게 준비하면 된다. 성서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지팡이만 지니고 가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멀리 외국으로 여행할 때는 그들의 삶과 문화를 보고 배우며 익혀 나의 삶에 적용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여행은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설레며 밤잠을 설치듯 그런 기분으로 떠난다. 이른 봄에는 중동 UAE를 둘러보며 그들 삶의 문화를 보고 느끼며 삶의 활력을 받았다. 올여름의 끝자락에는 북유럽을 계획하고 있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백야와 피오르는 보고 싶은 자연의 기묘한 현상이다.
어느 한때 여행을 계획했다가 물거품이 된 것이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곳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800km 순례길이다. 십수 년 전, 육십 초반에 가는 희망으로 부풀었는데 난데없이 병마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곳을 떠올려보곤 하지만 곧 포기하고 만다. 여행은 다 때와 기회가 있어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후회됨을 알게 됐다,
시간의 화살은 역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순방향의 목표로만 치닫는다. 그 흐름의 한순간을 놓치지 말고 포착해야 기회가 온다. 인생은 반복이 없으며 돌이킬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하여 황혼에는 하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에 가면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라고 한다.
나는 매 순간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면서 안식을 맞는다. 본당(성당)은 ‘안식하는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산티아고 길에서 여행자들이 쉬는 곳 즉 여행자 숙소(소울 스테이)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일상에서 바쁘게 일하며 살다 주일에는 본당에 와서 예배도 드리고 교우들과 친교를 나누며 충전하는 곳이다.
여행이 항상 설레며 기쁨을 주는 것은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창조하신 신도 이렛날에는 하던 일을 중단하고 쉬셨다. 선민사상이 짙은 이스라엘은 7년마다 안식년을 맞이하며 사람은 물론 땅도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쉬도록 한다. 또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난 다음 해 50년에는 희년이라 하여 자유와 해방을 맞이한다. 빚도 탕감해주며 땅도 원주인에게 되돌려준다. 그뿐만 아니라 거느린 종도 희망하면 자유의 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