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많은 이들에게 돈이란 힘과 지위를 상징한다. 이런 돈의 특성 때문에 친구나 사기꾼 혹은 질투하는 사람과 아부하는 사람이 생기고 어떻게든 빌붙어 살려는 식객들이 꼬이기도 한다. 그들 전부 돈에 매료되어 있다. 돈은 이를테면 육체적 장애, 흉측한 외모 등 모든 불행을 보상해준다. 돈은 그들의 보잘것없는 조상을 대체할 수 있다.
필자 앙드레 코스톨라니(1906~1999)는 유럽,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헝가리계 프랑스인으로 유럽의 ‘워랜 퍼빗’이라 불린다. 그는 증권투자 강의에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 마십시오”란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35년간 칼럼과 책을 통해 한 조언은 “세계적인 우량주를 사들인 다음 약국에서 수면제를 사서 먹고 몇 년간 푹 자라”는 것이었다. 그는 크래식 음악을 즐기고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을 좋아해서 100회 이상 관람했단 다. 파리의 ‘마르뵈르’ 가의 ‘쉐장드레’란 레스토랑에서 굴 요리를 즐겼다. 돈은 그에게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선물이자 귀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원치 않는 것은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고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였다.
의학 발전을 이끈 경제적 진보가 없었다면 오늘 93세의 필자가 이곳에 앉아 있지 못할 것이라고 책을 13권 집필한 상황을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나는 돈에 대한 욕구를 토대로 구축된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마냥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것은 사기다. 하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사기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는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커다랗지만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은 케이크와 작지만 공평하게 나눈 케이트, 이때 공평하게 나눈 케이트 조각이 공평하게 나누지 않은 케이크 조작보다 작다는 것은 자명하다. 어떤 체제가 나은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단순히 소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돈을 버는 행위 그 자체에 본질적인 자극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많다. 투자에 성공하면 나는 벌어들인 돈 때문에 기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궤를 달리한 내 생각이 옳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백만장자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하나? 그의 정의에 따르면 백만장자란 자신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는 데 있어 어느 사람에게, 종속되지 않는 자신의 자본을 가진 사람이다. 백만장자는 일할 필요도 없고, 고용주 또는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백만장자라고 할 수 있다.
투자는 과학이 아닌 예술이다. 미술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도 초현실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때로는 다리를 위로 하고 머리는 바닥을 향한 채 물구나무를 서야 할 때도 있다.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처럼 윤곽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일도 있다. 투자자가 되려면 어느 한 소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을 얻게 되는 방식과 같다. 처음에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즐기게 되고, 결국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그 뒤를 쫓는다. 그런데 증권거래인은 대다수가 공격적인 도박을 선택했고, 신중하게 심사숙고하지 않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필자가 히틀러를 피해 골드만삭스에 입사하려고 했다. 면접시험에서 필자는 나이에 비해 많은 자금을 소유했다 말하고, 물질적 지원은 필요치 않으니 골드만삭스와 같은 기업에서 국제 금융시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말했다. 며칠 뒤 면접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가 돈도 없는 난민이라면 채용되었을 것이란다. 얼마 후 한 청년을 채용했는데 훗날 그는 골드만삭스의 대표 자리에 오른‘로버트 루빈’이다. 현재 미국의 유능한 재무장관에 오른 사람이다.
투기는 인류만큼이나 오래된 것!, 자본주의의 경제 체제가 인간을 투기로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사회학자들의 명제는 잘못된 것이다. 투기는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은 투자할 수 있다. 돈이 적은 사람은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돈이 아예 없는 사람은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돈이 없어 집세를 낼 수 없거나, 노후연금조차 준비할 수 없는 정도의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개인은 거래만 신경 쓰는 사람이다. 중개인과 브로커는 주식의 시세 차이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금융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로 돈을 번다. 브로커는 상담하면 주식매매를 권유한다. 그리고 특정 주식을 열정적으로 권한다. 상담이 끝날 무렵 브로커는 상담자가 권한 주식을 팔려고 한다는 걸 알았다. 브로커는 말한다. “파신다고요.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브로커는 대부분이 명석하지 못하다. “그들과 같이 살 수는 없어, 하지만 그들이 없어도 살 수 없어” 이 말에서 우리는 힌트를 찾아야 한다.
차익거래는 이미 멸종하고 있는 거래다. 수익을 노리는 차액 거래자들은 수수료보다 많은 차익을 얻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정보와 데이터가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해 몇 초 만에 런던과 뉴욕 동경이 같아진다. 단기투자자는 주식시장의 노름꾼이다. 101에 사서 103에 팔아버린다. 그리고 90이 되면 다시 사서 91.5에 판다. 단기투자자는 고점과 저점에서의 차이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줄타기 곡예를 한다. 주식시장에 경험이 없던 많은 개인투자자가 단기투자자가 되어버렸다. 외환시장은 왜곡된 게임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다. 10억 달러 이상의 돈이 24시간 내내 지구를 돌아다닌다. 실제로 수출입을 위해 결재 담보로 설정되는 액수는 이 금액의 3%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의 장기투자자는 마라토너이다. 그들은 주식 시세를 아예 보지도 않고 관심이 없다. 모든 우량주를 국내외에 골고루 산다. 미래 유망종목을 재빨리 알아내고 사두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자국이나 타국의 주가지수를 보고 매수할 주식을 선별한다. 인덱스 펀드가 점점 인기를 끌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가 모여들었다. 장기투자자는 일명 불투칩이라는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방식이 가장 평안하다. 미국과 영국의 연기금이 대표적 대형 장기투자자다. 필자는 현재 500여 종목을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한 종목도 팔지 않았단 다.
그렇지만 투자란 부와 파산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훌륭한 배와 똑똑한 항해사다. 훌륭한 배는 바로 돈, 인내 그리고 강심장으로 무장한 배다. 똑똑한 항해사는 경험이 많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을 말한다. ‘발자크’는 ‘우아한 인생‘이라는 논문에서 인간을 일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아무것도 안 하는 인간 세 부류로 나누었다. 여기에서 순종투자자는 생각하는 사람에 포함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이 투자자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조금씩 아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투자자의 운명은 줄타기 곡예사와 비슷하다. 필자는 적어도 두 번 파산해보지 않은 사람은 주식투자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증권거래소에 오려는 사람은 공부한 내용을 다 지워야 한다. 그것이 짐이 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증권시장을 진단한단 말인가? 이 말은 필자가 25년간 대학에서 수없이 강연하며 한 말이다.
필자가 파리 증권거래소에 첫 출근 날, 배운 늙은 투자자의 조언을 평생 금과옥조로 담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며 ”여기에서 중요한 건 딱 하나뿐이라네. 주식이 바보보다 더 많은지, 아니면 바보가 주식보다 더 많은지 말일세.” 즉 주가의 흐름은 주식을 팔려는 매도자가 주식을 사려는 매수자보다 더 급박한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심리적 물리적 압박감에 주식을 내놓았는데, 돈을 가진 사람은 반대로 사려는 마음은 있지만 꼭 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주가는 하락한다. 하지만 돈을 가진 사람이 다급하게 주식을 찾는대,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주식을 팔려는 심리적·물질적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주가는 상승한다. 이 가르침을 필자는 잊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2023.05.28.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미래의 창 간행
첫댓글 마음을 조급하게 먹으면
돈을 잃게 되고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면
돈을 붇게 한다지요.
그것도 작게 가진 자와
많이 가진 자의 마음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잠시 공부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