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런데 속이 시원합니까? 최근 당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던 힘께나 있던 사람들에 대하여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다시는 입도 뻥끗하지 말라는 뜻 같이 보입니다. 아무튼 특조위 활동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따로 일반 사회단체에서 나름의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봤자 국가기관에서 얼마나 협조를 해줄까요? 역시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그냥 이런 말 저런 말로 야사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덮어두려고만 하니 비슷한 참사가 재발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역시나 또 덮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당사자들을 이야기한 영화도 있었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현장에 달려가 봉사하던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들 가운데서도 희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물살도 세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게다가 시야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자칫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희생자의 시신이라도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들만의 철칙도 있습니다. 자식을 기다리는 어미의 눈물어린 모습이 떠올라 도저히 그냥 돌아설 수가 없어 시간까지 지체합니다. 자신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한 것입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만납니다.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미안해서 웁니다.
그 날 대부분의 국민이 현장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얼마나 무능했는지 기억합니다. 시간이 넘도록 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죽으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세상에! 땅을 치며 탄식만 할 뿐이었습니다. 21세기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던 대한민국에서 수백 명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이 그냥 멀거니 쳐다보고만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인가? 가슴만 타들어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건 후의 일도 참으로 황당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힘 가진 자들은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약, 그냥 잊으라고요? 잊어집니까? 편하게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게 정부가 그래도 최소한 해줄 수 있는 조처 아니겠습니까? 국민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치유해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뭐 하라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산답니까? 그 녹을 먹고사는 사람들이 국민을 제대로 살펴달라고 불평 없이 바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사고처리도 사후조치도 도무지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는커녕 답답함만 쌓아주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국조위까지 만들기는 했는데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까지도 어느 누가 하나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모두 나는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다는 짓이 엉뚱한 사람에게로 관심을 돌리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잠수사들입니다. 누가 수고비를 준다는 보장도 없었고, 누구의 명령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각 지역에 흩어져 살던 잠수사들이 그냥 알아서 모였습니다. 물론 그들 가운데서도 안면이 서로 있고 선후배들도 있습니다. 서로 인사 나누고 함께 협력하여 구조 작업에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작업 중 한 사람이 그만 생명을 잃습니다. 그 책임을 가리는데 혈안이 됩니다. 아니 지금 사건의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데 초점이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사실 무엇을 가려야 합니까? 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만들어낸 세월호 사건을 파헤쳐야 함에도 잠수사들 잡아들여 수사하고 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배 안을 살피며 여기저기 다닙니다. 들어가기 전에 선배의 충고가 있었습니다. 결코 시신을 가지고 나오지 말고 위치만 확인하고 돌아오라고요. 그런데 바로 전 한 희생자의 어머니가 딸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잊히지 않습니다. 하필 그 학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여 데리고 나오려 끌어안았습니다. 나오는 도중에 한쪽 벽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해 그만 놓칩니다. 위험천만 시간도 이미 넘었고 간신히 혼자서 돌아옵니다. 미안함 죄책감 그리고 자신은 심각한 잠수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몸도 맘도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술로 달래며 심리치료도 받지만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런 몸으로 재판까지 받습니다. 돈 벌자고 간 것입니까? 아내가 그렇게 말렸어도 그저 잠수사로서의 특기를 가진 덕에 돕고자 했던 마음뿐이었습니다. 어린 두 딸이 보고 싶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살 닿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어느 날 그 학생의 엄마가 다가옵니다. 이제는 자신을 놓아주라고 애틋한 마음으로 권합니다. 그렇지요. 그만큼 해준 것만도 감사한 걸요. 그렇게 죄책감에서 해방되어 다시 자신으로 돌아옵니다. 다행히 긴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 가족의 품안으로 돌아옵니다. 영화 ‘바다호랑이’(Sea Tiger)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신나라제이우 좋은날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