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리빙딩이 과연 뭘까요.
팀을 다시 세워서 튼튼하게 만든다는 뜻인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지금이 '돈'으로 야구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투혼, 헝그리 정신, 열정과 투지, 이런 것들이 승패를 결정하는 경우보다는
돈의 규모와 시스템이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우선, 오해를 없애기 위해 한가지 밝히자면 여기서 말하는 돈이 꼭 FA만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돈으로 야구한다고 하면 과거의 삼성이나 최근 한화 케이스만 떠올립니다.
수십억 들여 FA영입하고, 대신 유망주가 유출되어 결국은 미봉책으로 끝나는 나쁜 이미지로만 말입니다.
돈을 쓴다는 것은 선수의 인건비는 물론이고 구단 시설과 시스템, 훈련 및 재활프로그램 전부를 뜻합니다.
돈은 여기저기 다 써야 됩니다. 육성에도 쓰고 영입에도 쓰고, 재활시스템과 구단 육성 시스템에도 써야죠.
한화가 서산에 2군연습장을 지은지 이제 5년이 채 안 됐죠.
그런데 우리가 2군구장 짓고 선수들 거기서 막 훈련하기 시작할 때
삼성 KIA SK 그리고 (돈 없기로 유명한) 넥센이 2군 선수들 해외 전지훈련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산구장이 완공되던 그 시점에
KIA가 함편에 2군 전용 경기장과 숙소를 (원래 가지고 있었는데) 더 크고 좋게 지었고
LG와 두산도 각각 400억 / 600억을 들여 2군 연습장을 새로 지었습니다.
한화가 없던 연습장을 <새로>지을 때, LG 두산 KIA가 <더 좋게> 확대한겁니다
경산이라는 훌륭한 퓨처스 시설, 삼성의료원과 연계한 재활시스템, 거기에 3군 시스템까지 갖췄던 삼성도
왕조를 이룩하기 전 박진만-심정수를 100억 가까이 들여 영입해 전력에 보탰고
선수가 아무리 빠져도 공백이 없다는 화수분 두산도
90억 가까이 투자해서 장원준 데려다가 선발 슬롯 채웠으며
긴 암흑기를 상동+로이스터 콤보로 벗어난 롯데도 홍성흔 최준석에게 돈 썼습니다
DTD라는 오명을 벗고 드디어 가을야구를 시작한 LG도 이진영-정성훈-이택근 데려다가 수년간 쏠쏠하게 기용했죠
그 와중에 밴덴헐크-니퍼트-린드블럼-주키치-소사 같은 에이스급 투수들 데려다 1선발로 기용했고요.
호남팜 가진 기아도 최근 이범호 김주찬 최형우를 돈으로 영입했죠.
제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년 FA 아무개를 당장 영입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육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1군 즉전감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줄이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서산이 있으니까, 가능성 있는 신인이 많으니까 육성에만 몰두해야 되는게 아니고
남들 다 2군 연습장 있고 다른 팀 모두 가능성 있는 신인 많으니까 육성은 당연히 하고 또 돈도 써야죠.
삼성-두산-KIA-LG-롯데는 모두 우리보다 상위권 팀이고, 2군 시설도 우리보다 훨씬 좋은데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도 젊고 잘하는 FA 나오면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이대형 유한준 그런 FA는 당연히 영입하면 안 되겠죠)
외국인 투수에게도 끝없이 돈은 써야됩니다.
"돈 없는 넥센도 육성 잘하니까 우리도 본받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넥센도 과거에는 2군에 우리보다 돈 더 많이 썼고
2군 투자를 과거의 한화보다 더 많이 하면서 동시에 FA와 외국인에게도 더 많은 돈을 쓰고 성공한 케이스가
적어도 KBO에는 훨씬 더 많으니까요
저는, 팬들도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빌딩은 2군 선수 무조건 올려서 풀시즌 돌리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튼튼하게 다시 짓는다'는 뜻인데
다시 지으려면 지붕도 얹고 문짝도 달고 예쁜 조명이나 수도꼭지도 필요하지만
튼튼한 기초공사와 주춧돌이 될 기둥도 필요하죠
정근우 이용규 데려온 것 처럼 좋은 선수 있으면 영입해야 되고
로저스 데려왔던 것 처럼, 에이스 얻을 기회가 있다면 지갑도 열어야 합니다.
물론, 퓨쳐스에도 돈 써야 됩니다
5년째가 되어가는 서산 시설도 더 좋게 만들어야죠.
하지만, 미래를 보겠다는 이유로 퓨처스의 육성과 투자로만 눈을 돌리면 앞으로도 계속 야구 못할겁니다
왜냐하면, 다른 팀들이 이미 우리보다 먼저, 그리고 우리보다 더 많이 육성하고 투자해왔거든요.
지금 퓨쳐스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 모두 다른팀 소속입니다.
서산 처음 지었을때 나머지 거의 모든 구단이 이미 2군 연습장 가지고 있었고
퓨처스 선수들이 전용 시설에서 처음 훈련 시작할 때, 다른 팀들은 2군을 겨울에 해외로 전지훈련 보냈습니다.
그 차이를 줄이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육성과 더 많은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만일 리빌딩을 <성적은 포기하고 당장 2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저는 "이 세상에 그런 리빌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겠습니다.
리빌딩은 투자의 반댓말이 아니고
투자와 육성을 해야 리빌딩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둘 중 하나만 하고 다른 걸 소홀히 하면 문제가 되는 거지, 투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니까요.
첫댓글 투자.육성은되야합니다..전 성적을 위해서 당장 2군선수.신인 적극 기용해야한다고봅니다...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A급 FA 적극찬성 그리고 고액 FA선수들은 2군 후배를 위해 많이 좀 배풀길 바랍니다
울 현진이가있는 다저스의경우가 좋은??예 아닐까합니다
많은돈으로 선수들을 사오지만
시거,벨린져,피더슨등 팜에서 잘커올라온 선수들도있습니다
야구라는운동은 잘하는속에서 배워야 더잘되는운동이라 생각합니다 먹어본사람이 맛을안다고 이겨본사람이 이기는법도 이겼을때 쾌감을 알수있습니다
유망주들만 잔뜩써서 지기만한다면 그게 리빌딩일까요???저는 절대아니라고생각합니다
이미 우리가 과거에 그런식으로 실패했었죠. 선발에 유원상 김혁민, 계투에 황재규 허유강, 수비에 송광민 오선진 박아넣었다가 투수는 맞고 수비는 에러하면서 망했던 ㅜㅜ
리빌딩의 롤모델은 단연 KIA 라고 생각됩니다.
팜은 팜대로 운영하면서, 거물 FA의 영입과, 삼각 트레이드를 통한 팀 약점 보강하기 등, 무척 전략적인 리빌딩을 했다고 봅니다.
LG는 이병규를 따 시키며 강제 리빌딩 했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김태균을 내리고 신인쓰쟈!
이런수준은 아니라 성적안나오는 노장대신
신인들에게 기회를 줘보자는거라 괜찮을듯해요
투자는 돈 뿐 아니라 시간이나 기회도 포함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