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 다르겠지만
대개 나이가 들다보면 어려서 먹던, 향수어린 음식들을 찾지 않나 싶다.
이런 음식들은 맛도 그렇지만 차라리 그때의 추억도 같이 먹는다고 해야 정확할것 같다.
나도 일찌기 먹거리에 관심이 있어 예전엔 식도락가의 흉내를 내본 적이 있지만
그 짓(!)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요즘은 분수에 맞게 닥치는 대로 먹으며 산다.
그래도 가끔 생각나는 음식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냉면이다.
냉면은 중딩1년때 첨 먹어 본것 같다.
아마 그전에도 먹었겠지만 냉면이 맛있다고 느낀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천안이 아니고 평택이었는데 엉터리집이란 고깃집에서 갈비를 배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옮겨서 간 집이 냉면집이었다.
이미 배는 터질 지경이엇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국물까지 싹 싹 비운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냉면집 이름은 기억에 없는데 혹 평택고박사집이 아니었을까?
이집도 사람의 입맛이 변해선지 아들로 넘어가며 맛이 변했는지
이젠 예전의 명성은 되찿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 냉면을 요즘은 매일 먹다시피 한다.
어째서?
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일찍 잔다고 누구하나 시비거는 사람이 없건만 여간해서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법이 없다.(거짓말이다...12시가 아니고 2시다 -.-)
게다가 자기 전에 침대에서 책이라도 몇줄보는 버릇이 들어서 더 그렇다.
술마시고 들어온 날도 만취가 아니라면 몇 줄이라도 보다가 잔다.
문제는 밤11시를 깃점으로 슬 슬 야식의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 말고도 올빼미족들은 이런 유혹에 시달릴 분들이 많을거 같은데....^^ 아닌가^^?
전엔 라면을 반쪽 끊여 먹거나 모밀국수를 해 먹었는데
요즘은 냉면을 먹는 버릇이 들었다.
물론 인스턴트 냉면이다.
맛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줍잖은 냉면보다는 차라리 이편이 더 낫다.
일단 기대치가 높지 않아서 그렇다.
냉면은 주로 여름에 먹지만 사실은 겨울 음식이다.
우리 몸은 외부기온에 저항하는 힘이 있다.
추운 겨울엔 겉은 추워도 몸 속은 열을 발생시킨다.
추위에 이기기 위해서다.
그래서 겉과 속의 불균형을 막아주는 것이 냉면인 것이다.
삼복에 열이 많다는 인삼을 넣어 삼계탕을 끊여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 냉면처럼 간단한 것 같으면서 자칫 맛 없는 음식도 없다.
그래선지 어떤 친구는 차라리 비빔냉면을 먹는다고 한다.
나의 경우엔 물냉을 주문하고 비냉사리를 추가한다.
워낙 국물을 좋아해서 그렇다.
그래서 곰탕, 설렁탕, 갈비탕등 .....탕짜 들어가는 음식도 거의 O.K다.
작고하신 백파선생에 의하면 냉면은 무조건 물냉면이란다.
냉면에 들어가는 무는 메밀껍질에 있는 독성을 중화시켜준다고 하는데
반쪽 나온 삶은 계란의 노른자를 살짝 국물에 푸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한다.
그리고 면에 가위질은 금물이다.
목구멍으로 면발을 넘기는 맛까지 즐겨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일본의 사누끼우동도 부드러운 면발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도
맛의 일부라고 치는 것과 같다.
그나 저나 인근에 어디 맛난 냉면집은 없을까?
물론 물냉면이다.
혹 소개해 주시는 분에겐 기꺼이 모시고 냉면을 같이 먹고 싶다.
냉면 한그릇 먹자고 귀한 시간 내주시는 분이 흔치는 않겟지만
냉면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또 먹는 일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분이라면
순저히 먹는 이야기로 가벼운 안주에 소줏잔을 기울이다가 마무리로 냉면을
먹을수 있지 않을까?
뭐 이것으로 인건비(?)도 안된다고 하시면 2차까지는 정중히 모시는 것이
주최측의 도리라 생각한다.
당연히 모든 경비는 '그대로'가 부담하고......^^
정말 오늘은 시원한 냉면이 간절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