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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01
S#1. 어느 피자집 (D) -10년 전, 여름
-한눈에 봐도 막 시작한 연인. 피자 먹고 있는 태하와 여름. 연신 눈을 맞추며.
여름 : 태하씨. 10일 남은 거 알아?
태하 : 뭐가?
여름 : 우리 만난지 백일.
태하 : (웃고) 왜, 받고 싶은 선물 있어?
여름 : 아니.. 선물은 됐고...
태하 : ?
여름 : (주변 슬쩍 돌아보고, 몸 앞으로 내밀고, 은근하게) 우리 그날 호텔가자!
태하 : (헉, 주변 얼른 보고) 너 어떻게 그런 말을, 이런 데서.
여름 : (태하 반응에 주눅들어) 그렇게 조르더니... 싫어..?
태하 : (말없이 콜라 마시고)
여름 : (싫구나..)
태하 : (여름 안 보고, 애써 태연한 척) 며칠 남았다고?
여름 : (씨익 웃고) 딱 열흘.
태하 : (끄덕끄덕)
여름 : (귀엽게 웃고)
S#2. 호텔 로비 (N) - 10년 전, 여름
-손잡고 쭈삣쭈삣 걸어오는 태하와 여름.
여름 : (프런트 데스크 보이고) 저긴가봐.
태하 : 알아. 어제 답사했다니까.
여름 : (주변 두리번) 사람들이 우리만 보는 거 같애.
태하 : 조용히 좀 해.
-둘, 프런트 향해 걸어가다가, 갑자기 휙 등 돌리고 서는 태하.
태하 : 아우, 떨려.
여름 : 어떡해.... 다음에 올까?
태하 : 안되겠다. 일단 커피숍부터 가자.
-태하, 여름을 끌고 로비라운지 쪽으로.
S#3. 로비라운지 (N) - 10년 전, 여름
-여름과 태하, 커피를 마신다. 프런트 쳐다보고, 옆에 앉은 사람들도 보고, 시선도 마주쳤다가, 피했다가..
딱히 할 말도 없고, 커피는 다 마셔버렸고. 끝날 시간 다 됐는지 사람들은 일어서 나가고..
태하 : 저기... 여름아..
여름 : (응?)
태하 : 내가 (프런트 보고) 혼자 갔다 올까? 너, 여기서 기다릴래?
여름 : 싫어. 같이 갈 거야. 나 스물 두 살이야. 둘다 성인이고, 죄 짓는 것도 아닌데, 당당하고 싶단 말야.
태하 : ....
여름 : (역시 겁나고) 아니야.. 혼자 갔다와.
태하 : 그래... (그래놓고, 커피 잔만 보고 앉아있고)
여름 : 안...가?
태하 : 가만 있어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생각하는 중이니까.
여름 : 어제 내내 연습 했잖아. 더블룸 하나 주세요.
태하 : (후하- 심호흡하며 용기를 내보려는데)
직원 : (다가와) 죄송한데.. 커피숍 마감할 시간인데요..
태하여름 : (마주보고)
직원 : (목례하고 간다)
여름 : (태하 보다가) 바보...
태하 : (그 말에 보는)
S#4. 거리, 태하의 차 안 (N) -10년 전, 여름
-달려오는 태하 차. 어느 순간 거칠게 끽 세우고.
-여름 앞으로 쏠렸다가, 태하를 보는.
태하 : 아, 진짜 기분 나쁘네. (여름 보며) 내가 왜 바보야?
여름 : ?
태하 : 아까 커피숍에서 그랬잖아. 바보라고.
여름 : 거기까지 가서.. 이러고 오는 게 말이 돼?
태하 : 얘 봐라. 니가 하도 부들부들 떠니까 내가,
여름 : (OL) 겁먹은 건 태하씨잖아.
태하 : ...
여름 : 남자가 돼가지고. 그것도 나보다 두 살이나 많으면서. 열흘전부터 계획을 세웠으면, 이런 날은 남자가 좀 알아서,
태하 : (OL) 그래. 내가 순진해서 정말 미안하다. (화가 나서 앞을 보는)
여름 : 그 말.... 난 안 순진하단 말로 들리잖아...?
태하 : 그래. 너 엄청 순진해!! (자기 자신에게도 화나고 부끄럽다)
여름 : ....
태하 : ..... (마음 추스르고) 어떡할래.. 집에 갈래?
여름 : ....엄마한테... 솔이 집에서.. 자고 온다 그랬단 말야.
태하 : 그럼... 솔이 집에 갈래?
여름 : (본다)
태하 : .... 아니, 내 입장에서는... (하고, 말문 막히고)
-둘이 앞만 보고 앉았다..
여름 : (태하 안보고, 툭-) 생각해보니까.
태하 : ?
여름 : (그대로 앞을 보며) 꼭.. 호텔이 아니라도 괜찮은 것 같애..
태하 :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다가 픽 웃고..) 야, 그럼 너 내방에 갈래? 내 방이라도 정말 괜찮아?
여름 : (새침하게, 그대로 앞만 보고 앉았고)
태하 : 아, 아니야. 아니야. 가만있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가 남자니까 다 알아서 할게.
-다시 출발하는 태하의 차.
S#5. 몽타주
-태하의 방. (자고 일어난 다음날 느낌)
요리하는 태하. 태하의 카메라들 쪼르르 놓여진 진열대에서 디카 하나를 꺼내는 여름. 요리하는 태하에게 다가간다.
태하, 웃으며 한손으로 머리 정돈하며, 파스타 담긴 프라이팬을 보여주고.
여름, 카메라의 방향을 돌려 둘의 셀카를 찍는다. 태하, 여름의 볼에 입 맞추고. (자막, 2004년, 가을)
-어느 공원.
소풍 온 두 사람. 태하, 책 읽고 있고. 여름, 태하의 입에 김밥 넣어주고 있고.
옆에 놓인 앤티크 폴라로이드 카메라 드는 여름, 책 읽는 태하를 찍고. 태하 뺏어서 여름을 찍고. (자막, 2005년, 봄)
- 어느 커피숍.
의자에 나란히 앉은 태하와 여름. 태하에게 반지케이스를 보여주는 여름. 여름의 반지와 똑같은 나무반지.
태하, 꺼내어 자기 손에 끼어보는. 앤티크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히는 두 사람의 반지 낀 손. (자막, 2006년, 겨울)
-어느 서점.
겨울옷을 입은 태하와 여름. 바닥에 앉아 각자의 책을 보는. 여름, 태하의 어깨에 기대어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자고 있다.
태하, 바닥에 놓여있는 카메라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주는. 내 여자 친구가 입 벌리고 자고 있으니 좀 찍어달라고.
여름, 모른 채 쿨쿨. 태하 장난스럽게 여름의 입을 가리키며 사진 찍히고. (자막, 2007년, 겨울)
-태하의 방.
태하와 여름, 방 한쪽 벽에 이때까지 찍는 사진들로 포토월을 만들고 있다.
나무 상자 가득 둘의 사진이다. 꼼꼼하게 채워지는 포토월. (자막, 2008년 봄)
사진들 속의 두 사람, 행복해 보인다.
S#6. 여름의 공방, 작업실 + 태하의 회사, 태하 사무실 (D) -현재
-두 사람의 현재. 양쪽 오가며.
태하 : (인터뷰, 아련한) 딱 오년 만나고 헤어졌는데, 난 걔 때문에 연애불량품이 된 거 같애요.
누굴 만나도 걔만큼 좋지는 않으니까.
여름 : (인터뷰, 냉정한) 그사람 때문에 연애하는 태도가 바뀌었어요. 좀 계산이 빨라지고... 영악해지고..
연애의 주도권을 제가 갖는 법을 알게 됐죠. / 실패를 통해 많이 배운 거예요. 제가.
태하 : (인터뷰, 웃는) 지금 생각해도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어요. 되게 좋았는데, 우리.
여름 : (인터뷰) 어머, 웬일이야. 진짜 그렇게 말했어요? (기막혀) 제가 찼어요! (혼잣말) 자기가 차인 줄도 몰라.
태하 : (인터뷰) 아, 뭐.. 그래요. 내가 차였다고 쳐요. 그게 뭐 중요한 거라고.
여름 : (인터뷰) 나쁜놈.. / 나는요. 그 남자, 생각도 하기 싫어요.
태하 : (인터뷰) 왜죠? (이해안간다) 아니, 난 한번쯤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니.. 뭐... 그냥.. 잘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결혼은 했나, 결혼 안했으면 사랑하는 사람은 있나.. / 그런 게 궁금할 수 있잖아요?! / 그리고! 친구로 지낼 수도 있는 거고.
여름 : (인터뷰) 아니, 옛날 남자친구랑 친구를 왜 해요? 내가 친구가 없어서? 저 친구 되게 많아요.
그리구, (손가락 펼쳐 커플링 보여주며) 저 남자친구 있어요. 엄청 괜찮은 남자. (갑자기 환한 얼굴..)
S#7. 주얼리샵 (D)
-반지를 고르는 하진.
하진 : (직원에게) 아뇨, 커플링은 (손가락 보여주며) 벌써 했구요.. 프로포즈용 반지요.
(직원에게) 며칠 후에 여자친구 생일이어서요. 그날 프로포즈 할려구요.
S#8. 여름의 공방, 작업실 (D)
여름 : (인터뷰, 사랑에 빠진 환한 얼굴) 일 년 전쯤에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생각해보니 웃기다는 듯이 잠깐 웃다가) 사실은 제 소개팅이 아니구, 친구 소개팅이요.
S#9. 진주집 (N) - 일 년 전
-삼삼오오 앉아있는 사람들. 서로를 보며 웃는 커플들을 훑으며.
여름(E) : 그날 생각하면 인연이라는 게 정말 따로 있는 것 같애요.
-그 사람들 사이.. 둥근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름, 하진, 준호, 솔.
준호 : (하진에게 소개한다) 윤솔. 한여름. (여름 가리키며) 얘는 볼 필요 없고,
(솔) 중요한 건 얘야. 별명이 소나무. 한결같애, 애가. (하진 보며) 괜찮지? 서른 하나에 이 얼굴이면 동안이고.
/ (하진 가리키며) 남하진. 내 후배. 대학 때부터 쭉 붙어 다녔으니까, 오다가다 봤을 거야. (그지?)
-여름과 하진, 웃으며 눈인사하고. 솔, 내내 멀뚱멀뚱 하진을 보다가,
솔 : (진지하게, 하진에게 미안함 없이, 툭-) 내 타입 아닌데?
-솔의 그 말에 굳는 일동.
준호 : (놀라서 하진 쪽 한번 보고는 잡아먹을 듯 솔을 보고) 야. 만난지 삼 분도 안됐는데,
어떻게 사람 면전에 대고. (그게 할 소리야?)
여름하진 : (난감한 하진, 그런 하진을 호감으로 보는 여름)
솔 : (진지하게 준호보고) 내 타입 아니야. 나 저런 타입 싫어하잖아. 키 크고 잘생긴 타입.
(다 들리게, 여름에게) 바람기 많게 생겼지 않아?
여름 : (그대로 하진을 보며) 아니. 난 괜찮은데, 왜?
하진 : (그런 여름을 귀엽다는 듯이 보고)
준호 : 그래.. (여름을 가리키며, 하진에게) 얘도 애인이 없긴 없어.
하진 : (호감으로 여름을 보는데)
솔 : 아니야. 우리 연애 안하기로 좀 전에 약속했어.
여름 : (아쉽다는 듯이 끄덕끄덕)
준호 : 갑자기 왜?
솔 : 연애가 싫어.
준호 : (하진보며) 미안하다. 얘네가 막 정상은 아냐.
하진 : (재밌다는 듯이 둘을 보며) 연애가 왜 싫어요?
솔 : 우리 대학 동창 탈영했잖아요. 연애 때문에. 자살, 대입실패, 청소년 가출, 방화, 살인, 출가, 파계...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이 뭐겠어요?
여름 : 연애가 잘 되면 그런 일이 일어날 까닭이 없잖아요.
하진 : 하긴. 연애가 정말 문제긴 하죠.
여름 : 빙고. 와- 우리 통한다. (손바닥 들고)
하진 : (웃으며 그 손바닥 치더니, 그대로 잡고 여름을 본다)
-여름과 하진, 볼 발그레해진 채 솔과 준호는 안중에도 없고... 한 손 맞잡은 채 서로를 그대로 본다.
수줍지만, 좋아서 죽겠다는 얼굴로 서로를 보고 웃는다.
준호와 솔 그런 둘이 어이없는데.
솔 : (준호에게) 둘이 언제 통했어? (여름 가리키며) 이때까지 얘랑 나랑 통했잖아.
준호 : (기막힌 듯 여름과 하진을 보는데)
-여름과 하진, 손을 놓고 서로 어색한 딴청을 피우는데. 그때,
진주댁 : 끝났다. 12시야. (쟁반 들고 와 인정사정없이 식탁 위를 치운다)
준호 : 에이, 누님. 이런 게 어딨어, 술도 남았는데!
진주댁 : 장사시간을 술이 정하니, 내가 정하지? (준호 의자를 뒤로 빼며) 얼른 일어나.
-여름, 아쉬워 하진을 보는데...
하진 : 오면서 보니까 근처에 공원 있던데... 거기 가서... 맥주 한잔 더 할까요?
여름 : (좋아서 눈웃음치며, 끄덕끄덕)
준호솔 : (동시에) 맥준 누가 사와?
여름 : (솔을 보며) 니가.
하진 : (여름과 동시에) 형이.
-여름과 하진, 마주보고 웃고. 준호와 솔은 어이없고.
S#10. 공원 (N) - 일 년 전
-하진과 여름, 벤치에 앉아있다.
여름 : 아름답네요.. 여름도 이제 끝인가봐요..
하진 : 그러네요..
-두 사람, 괜히 시선 마주치면 웃고, 괜히 하늘을 봤다가, 나무를 봤다가, 발끝을 봤다가.. 둘이 그러고 있다.
하진 : 근데요... 연애-, 진짜 싫어요?
여름 : 아니.. 싫다기 보다는... 딱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하진 : (옆으로 쓱 다가가며) 난 어때요?
여름 : (내숭, 살짝 물러나며) 이렇게 솔직하게 물어보시면...
하진 : (더 다가가고) 어때요, 저?
여름 : (물러나지만, 자리가 없고) 부담스럽게.... (하지만 여전히 눈웃음이다)
하진 : (여름의 눈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우리 오늘부터 사귈까요?
여름 : 아니, 이렇게... (코앞까지 다가온 하진을 본다) 가까이 다가오시면...
하진 : 키스...
여름 : (긴장)
하진 : 키스해도 됩니, (까?)
여름 : (OL) 어머!! (손으로 하진의 뺨을 살짝 때렸다. 막상 치고서는) 어머.. 어떡해..
하진 : (맞은 뺨 잡고) 싫으시구나..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여름 : (아쉽다. 왜 때렸을까?) 아니.. 그걸 물어보면 어떡해요?
하진 : (본다)
여름 :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거지!
하진 : 아니... 나는.. 요즘 하도 성희롱이 문제가 되니까... 합의하에,
여름 : (OL, 작게) 하세요, 그냥.
하진 : (못 들었다) 네?
여름 : 물어보지 말구.....하시라구요.....
하진 : 아니.. 눈을 감아야 하죠..
-하진, 웃는다. 여름은 괜히 딴청이다.
하진이 여름에게 다시 다가간다.. 여름이 피하는 듯싶더니, 눈을 감는다.
하진이 여름에게 키스한다. 두 사람, 처음엔 조심스럽더니, 이내 깊어진다.
-여름의 전화와 하진의 전화가 울린다. 놀라서 입술 떼는 둘. 각자 핸드폰 꺼내는데.
여름의 핸드폰 화면에는 ‘사차원 솔’이라고 되어있고, 하진의 핸드폰에는 ‘준호형’이라고 되어있다.
-여름, 어떡하지..? 하는 표정으로 핸드폰 들고 있는데, 하진 전화를 받는다.
하진 : 어, 형.
여름 : (자신도 받고) 어. 솔아.
S#11. 공원 일각 (N) -일 년 전
-맥주를 사가지고 막 공원의 초입에 들어선 솔과 준호.
준호 : 니네 어디야?
솔 : 우리 막 공원 들어섰는데.
S#12. 공원 (N) -일 년 전
여름 : (솔과 통화) 어... 여기가 어디냐면... (주변 돌아보면 공중전화기 보이지만) 글쎄... 어딘지 모르겠는데...
하진 : (준호와 통화) 딱히 뭐랄까... 특징이 없네? 형, 그냥 나무 밖에 없어..
여름 : (솔과 통화) 나무 진짜 많다..
S#13. 공원 일각 (N) -일 년 전
-솔과 준호, 맥주 바닥에 놓고. 통화중.
솔 : (여름과 통화) 입구에서 어디로 가야돼? 오른쪽이야, 왼쪽이야?
준호 : (눈치 챘다. 슬슬 웃으며 핸드폰 끊다) 끊어. 윤솔.
솔 : (핸드폰 보며 기막혀) 벌써 끊었어. 한여름이.
준호 : (공원 둘러보며 웃는다)
솔 : (어떻게 된 일이지, 공원 돌아보는) 나무가 많댔는데, 여기 다 나무잖아.
준호 : (한심하게 솔 보며) 둘이 눈 맞았잖아! 이 바보야.
솔 : (?) 눈이 맞아? 언제? / 나 아까 화장실 갔을 때?
S#14. 공원 (N) - 일 년 전
-키스하다가 전화 때문에 끊긴 하진과 여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앉아있다..
어색하게 서로를 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키스하는 둘.
S#15.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여름 : (인터뷰) 그냥 다 좋았어요. 다.
-그때.. 여름, 전화가 울린다. 핸드폰에 ‘울 자기’라고 되어있다.
여름 : (얼굴 다시 환해진다) 잠시만요. 남자친구요. / 어, 자기야.
S#16. 하진의 진료실 + 여름의 공방, 전시실, 교차편집 (D)
하진 : (가운 벗고 쟈켓으로 갈아입는 중) 저녁에 약속 있는 거 알지? / 너 오늘은 늦지 마. 택시타지 말구 지하철 타라구.
여름 : 걱정을 마셔. (작업스케줄표 올려다보면 ‘6PM. 하진씨와 약속’이라고 쓰여있고 뮤지컬 포스터도 붙여놓았다)
갈아입고 갈 옷도 가져다 놨고, 지하철 노선도 다 확인해놨어. 하진씨야 말로 늦지 마. 알았지? / 알았으면 뽀뽀.
-하진, 전화기에 대고 쪽쪽 소리 내며 입을 여러 번 맞춘다.
준호가 ‘생즙’에 빨대 꽂아서 마시며, 들어서다가 아니꼬운 듯 보는.
하진 : (준호보고 웃다가 전화기 대고) 야. 형이 다 봤어.
여름 : 치. 하루 이틀 일인가? / 이따 봐. 자기. (다시 쪽 입 맞추고, 아웃)
하진 : (웃으며 끊고, 거울 보며 넥타이 바로 매는데)
준호 : 뻔뻔스러운 놈.
하진 : (그 뜻 알지만, 웃고) 뭐가?
준호 : 애인 몰래 맞선보러 가면서 핸드폰에 입을 맞춰?
하진 : 내가 분명히 경고했다. 이 사실 여름이한테는 일급비밀인 거.
준호 : 선보구 뮤지컬 시간은 맞출 수 있겠어?
하진 : 그런 걱정은 뒀다가 국이나 끓여먹어.
-하진, ‘늦었다’하며 나간다. 나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형, 여름이한텐 진짜 말하면 안 된다’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문 닫히면, 돌아보고 픽 웃으며 핸드폰 꺼내는 준호.
준호 : (어딘가에 문자 찍는다) 여름이한테는 말 못하지.. 지애인 선보러 다닌다는 말을 어떻게 하냐..
S#17. 여름의 공방, 작업실 (D)
-작업 중이던 솔. 핸드폰 화면을 보고 어이없는 표정이다.
준호(E) : 소나무. 남하진이 오늘 다섯 번 째 선을 보러 갔어. 시청 앞 호텔에서 오후 다섯 시. 아신 병원 집 막내딸이래.
솔 : (헐!)
-작업실 문 열리며 들어서는 여름.
여름 : (디자인 스케치 대충 보며) 솔아. 우리 장식장 앞 디자인,
솔 : (핸드폰 화면을 여름의 코앞에 갖다 댄다)
여름 : (하, 요것 봐라? 하는 표정이다)
솔 : 남하진 지금 선보러 나갔대. 낌새도 못 챘어?
여름 : (앞치마 벗어 탁 안기고) 나 퇴근한다. (입구로)
솔 : 어디 가는데?
여름 : 남하진 잡으러. / 죽여 버릴 거야.
솔 : !
S#18. 호텔 앞 (N)
-들어서는 태하의 차. 내리는 태하, 키 맡기며 차 놓고 안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잠시만요’하고 운전석 뒤편의 도면 통을 꺼내는데,
그 뒷편에서 멈추는 택시. 급하게 내린 여름이 차 밖에서 ‘아저씨 잔돈요, 빨리요’하는데.
여름을 발견한 태하, 얼어붙는다.
-여름, 태하를 보지 못하고 안으로 달려 들어가고.
태하, 여름을 이렇게 만난 게 믿기지 않는다. 순간 불에 덴 듯 안으로 달려가는 태하.
S#19. 호텔 로비 (N)
-이리 저러 둘러보는 태하. 여름은 이미 없어졌고.
로비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들, 여름을 찾아 기웃거리는 태하.
태하 : (근처 지나가던 벨맨에게) 좀 전에 여기.. (여름을 설명할 길이 없고) 아니에요.. (갸웃하고. 잘못 봤나 싶은)
-태하, 한 번 더 로비를 눈으로 보다가 단념하고 로비 라운지로 간다.
-태하, 안으로 들어가면 기둥의 뒤편에서 고개 빼꼼히 내미는 여름.
근처에 있는 잡지 홀더에서 신문 한 장 꺼내어 얼굴 대충 가리고 로비라운지 입구에 다시 숨는다.
여름, 얼굴을 신문으로 감추고, 그렇게 고개를 내밀고 하진을 빠르게 찾는 시선. 찾았다! 어떤 여자와 마주앉아 웃고 있는 얼굴.
정말 선을 보는구나! 울상이 되는 여름. 일단 들어가 앉아야겠는데... 커피숍을 둘러보는 여름. 자리가 없이 꽉 차있다.
S#20. 호텔, 로비 라운지 (N)
-태하, 도면을 펼친다. 문득 다시 주변을 둘러보는 태하.. 혹시 여름이 앉았나 시선을 돌려보는데,
여름은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고 쪼르르 태하 쪽으로 온다. 태하의 맞은 편 빈자리에 앉는 여름.
태하, 역시 없구나.. 하고 시선 돌리는데... 그와 동시에 여름이 태하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여름, 태하에게 메모지를 내밀다가,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 태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은 두 사람.. 5년만의 만남이다.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만난 게 믿을 수 없는 둘..
-태하, 자신의 앞으로 쭉 민 여름의 메모지를 보려는 순간, 여름은 메모지 당기려고 하고.
태하 얼른 메모지 나꿔채어 본다.
여름(E) : 내 뒷자리에 남자친구가 앉아있어요. 나 몰래 선을 봐요. 잠깐만 여기 앉아 있을께요.
-여름, 참담하다.
-태하, 오히려 느긋하고 침착하다.
태하 : 오랜만이야.
여름 : .....
태하 : (몸을 옆으로 내밀어 맞은편 맞선녀를 보며 무심히) 상대가 꽤 미인이네...
여름 : (비참한 얼굴로 그대로 태하 보고) ......
태하 : (그런 여름을 깊은 눈으로 보는)
-하진의 테이블.
맞선녀 : 성형외과를 하신다고 들었어요. 여자 얼굴, 대충 봐도 견적이 나오죠?
하진 : (웃으며) 하도 상담을 자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렇게 돼요. 직업병이예요. 다 조금씩 손보고 싶어지니까.
맞선녀 : 저는 견적, 얼마쯤 나와요?
하진 : 성형외과 의사로서는 젤 곤란한 얼굴인데요.?
맞선녀 : 왜요?
하진 : 손댈 필요 없이 이미 완벽하니까.
-여름과 태하의 테이블로 다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
태하, 속을 알 수 없는 태도로 가만히 여름을 보고 있다.
하진 : 이미 충분히 아름다워요.
태하 : (그대로 시선을 여름에게 둔 채 낮게 혼잣말로) 스트라이크...
여름(E) : (그런 태하를 건너다보는, 넌 정말 안 변했구나.. 굳은 얼굴) 이 자식은 하나도 안 변했어요...
태하 : (도면을 보며, 일하기 시작)
여름(E) : (분노로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여전히 못됐고, 차갑고, 자기 편한대로, 자기 맘대로... 진심이라곤 없는 남자...
-여름, 조금 오만한 얼굴로 턱을 치켜들며 태하를 본다. 마치.. 나도 옛날의 한여름이 아니라는 듯이.
맞선녀 : 맞선, 재미없고 불편했는데. 오늘은 예외네요. 하진씨 참 괜찮은 사람 같애요.
여름 : (손가락으로 불안정하게 테이블을 막 두드린다. 화를 못 참겠는지 안절부절)
태하(E) : (그런 여름을 보는) 이 여자는 하나도 안 변했네요. 자기 마음속일 줄 모르는 거.
(웃는다) 온 몸으로 드러나죠, 속마음이.
하진 : 저도 그래요. 소연씨 같은 여자라면 누구라도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것 같아요.
소연씨처럼 당당하고 매력적인 여자는 드물어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태하... 여전히 도면은 보고 있지만, 재밌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
-여름... 맞은편 태하도 뒤편의 하진의 행동도 화가 난다. 눈을 감고, 후- 하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벌떡 일어선다.
여름 :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태하에게) 야!!!
-사람들이 여름을 본다. 하진은 돌아보지 않는다. 맞선녀도 여름의 뒷모습을 본다.
태하, ‘왜 나한테? 지금 나한테 한 거야?’ 라는 얼굴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여름을 보는.
사람들은 태하와 여름을 보는.
여름 : 너, 정말 악질이야.
태하 : (어이없고, 주변 시선에 기막히고)
여름 : 이게 지금 나한테 할 짓이니?
태하 : (이제 팔짱을 끼고 뒤로 물러나며, 느긋하고 여유롭게 보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여름 : (그대로 눈가 젖어서 본다... 결국 한다는 말이) ........나 몰래, 선 봤잖아....
태하 : (끄덕 끄덕 하다가, 손가락으로 하진 쪽 가리키며, 내가 아니라 니 뒤편 남자한테 하는 말이지? 하는 느낌으로)
여름 : (내친김이다)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데...
태하 : (그랬지..)
여름 : 병원 집 딸이 그렇게 좋냐?
태하 : (태하를 흘겨보는 사람들 보며) 나쁠 건 없잖아. (안 그래요?)
여름 : (물 컵을 드는데)
태하 : (끼얹으려는 줄 안다) 하지마. 그건 하지마. / 너... 그러면 용서 안 해.
웨이추레스 : (어떡하지.. 안절부절.. 여름에게)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사람들, 긴장해서 본다.
-여름, 그대로 태하에게 물잔 끼얹는다.
여름 : 끝내자. 여기서 헤어져.
태하 : (물기 털어내며 어이없고)
하진 : (등 돌리지 않은 채 쿡 웃고)
맞선녀 : (앞으로 몸 기울여, 장난끼로) 아까 말한 톡 쏘는 성격이 저거예요?
하진 : (웃으며 끄덕끄덕)
여름 : (물잔 탕 놓고, 태하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나를 사랑하긴 했니?
-사람들이 태하를 본다. 하진도 듣고 있다.
-여름, 그대로 태하를 보고 있다. 태하, 그런 여름을 보다가...
태하 : (여름을 향한 태하의 진심이다) 사랑했지.. 계속 그리워했고. / (여름을 보며) 보고 싶었어.
여름 : 웃기지 마. 그런 말은 여자가 듣고 싶어 할 때 했어야지!!
태하 : (진심, 느긋하게) 잘못한 거 아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건 어때?
여름 : (헉, 기막히고, 저게 진심일까 이 상황극의 연장일까.. 모르겠고)
하진 : 먼저 가 봐야할 거 같애요. 소연씨.
맞선녀 : (웃고) 네... 행운을 빌어요.
-여름, 눈물 그렁진 채 휙 돌아서는데. 앞을 가로막는 하진.
여름, 그대로 눈가 젖어서 하진을 올려다보는데.
하진 : (손잡으며, 태하에게) 실례가 많았습니다. (여름에게) 가자, 한여름.
태하 : (사귀는 남자구나.. 하진을 제대로 보는)
여름 : (뿌리치려고) 놔.
-여름, 하진을 뿌리치고 간다. 하진, 가는 여름을 보며 태하에게 인사하고.
하진 : 죄송합니다.
-하진,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 인사를 하며 여름을 쫓아 나가고.
-창밖을 보는 태하. 여름이 화난 걸음걸이로 나가는 뒷모습. 하진이 쫓아간다.
여름을 잡을 상황도 아니고.. 어쩌지? 하며, 테이블을 보는 태하. 여름의 핸드폰이-예쁜 고리가 달린-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S#21. 호텔앞 거리 (N)
-호텔을 나와 빠르게 걷는 여름. 뒤따라 나와 여름을 발견하고, 옆으로 가서 걷는 하진.
하진 : 우리 엄마 어떤 사람인지 몰라?
여름 : 알아. 당신 아들만 최고고, 내 앞에서는 콕콕 아픈 말만 하구, 나 무지 싫어해서 만날 때마다 심술이시고,
(하다가 문득 멈추고, 시선은 하진 안본 채) 미안해. 말이 심했어. (다시 걷기 시작하는)
하진 : (따라 붙으며) 사실이야. 사실인 거 아는데. 우리 엄마야.
여름 : (태하 생각에) 왜 하필 이 호텔이야... 왜 하필 이런 순간이냐구. 왜...
하진 : 생일 선물로 뭐 받고 싶으시냐 물었더니 선보래.
딱 다섯 번만 보고,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두 번 다시 선 이야긴 안하시겠대.
여름 : (멈춰서 밉지 않게 흘기며) 그런다고 봐? 다섯 번이나 봤단 말야?
하진 : (풀릴 기미 읽어내고) 나한테는 너보다 좋은 여자 없어. 알잖아?
-여름, 후.. 한숨을 고른다..
하진, 태하 때문에 더 복잡해진 여름의 감정을 모른 채 여름의 시선에 눈높이 맞춰 여름의 눈을 들여다보는.
-여름의 핸드폰을 들고 호텔에서 나오는 태하.
-그런 태하를 보는 여름...
하진 : 좋아하는 여자 있다고 말했어. 그냥 일어서기 미안해서 계속 앉아,
여름 : (OL, 시선은 태하) 됐어.. 변명이야. (태하에게서 시선 거두고, 다시 앞서 걷고)
하진 : (웃으며 손잡고)
여름 : (뿌리치지만 싫지는 않은)
-그 모습을 멈춰서 보는 태하.
하진 : (능청스럽게 어깨 손 올리고)
여름 : (다시 뿌리치고)
하진 : (뒤에서 허리 껴안아 도로 쪽으로 돌려세우는) 시간 넉넉하니까 택시 타고 가자. 차 안 갖고 왔어. (그대로 안고 있고)
여름 : (태하를 보고) 놔. 사람들이 봐.
하진 : 보라구 해. 난 상관없으니까. (뒤에서 안은 채 볼에 입 쪽 맞추고)
-그 모습을 보는 태하.. 핸드폰 전해주지 못하고. 복잡한 얼굴로 보는.
S#22. 태하의 집, 욕실 (N)
-샤워하는 태하. 세면기 위에 얌전히 올려져있는 여름의 핸드폰.
S#23. 태하의 집 (N)
-태하, 샤워가운을 입고 머리 털어내며 나온다. 한손으로 핸드폰 확인해보는 태하. 여름의 얼굴이 뜬다.
태하 : 전화해. 한여름. 너 핸드폰 잃어버렸어.
S#24. 뮤지컬 공연장 (N)
-뮤지컬 시작하기 전. 자리에 앉은 하진과 여름. 하진이 여름의 손을 잡는다.
여름 : (잡힌 손 내려보다가, 예쁘게 흘겨보며) 솔직히 말해봐. 다섯 명 중에 마음 흔든 여자, 정말 없었어?
하진 : 맹세코.
여름 : 두 번 다시 만난 여자도 없어?
하진 : 당연히.
여름 : (미심쩍은 눈초리로 노려보는) 한번만 더 걸려.
하진 : (볼 꼬집으며) 질투도 귀엽게 해. 아무튼.
여름 : (떨쳐내며, 싫지 않은)
하진 : (무대 쪽을 보며, 무심히) 근데 아까 그 남자, 아는 남자야?
여름 : (잠깐 다시 태하를 생각하다가) 아니. 처음 보는 남자.
하진 : 근데, 그렇게 잘 받아쳐? 너를 사랑했다던데?
여름 : (웃음) 그러게. (이내 태하 생각에 표정 굳는)
S#25. 태하의 집 (N)
-태하 침대에 앉아 협탁등만 켜놓고 인테리어 관련 책을 읽고 있다.
협탁 위에 놓인 핸드폰. 들어서 다시 보는 태하.
태하 : 너 핸드폰 잃어버렸는지도 모르지?
-핸드폰 다시 놓고, 협탁등을 끄는 태하. F.O
F.I. 아침. 티볼리 오디오에서 알람곡이 나온다.
일어나는 태하. 눈 부비며 핸드폰 먼저 확인하는. 역시 전화 온 흔적 없고.
태하 : 이 바보야! 너 핸드폰 잃어버렸다고!!!! 제발 전화기 좀 찾으라니까!!
S#26. 여름의 집, 마당 (M)
-기묘한 동작으로 스트레칭 중인 솔과 여름, 준호.
솔 : 진짜 강태하였어?
여름 : (멈추고) 기막혀. 하필 그 꼴을 보일 게 뭐야. 아, 나를 뭐라고 생각했을 거야?
준호 : 선보러 다니는 애인 쫓아 호텔까지 온 불쌍한 여자. 쟨 아직까지 남자한테 질질질 끌려 다니는구나, 했겠지.
여름 : (픽 웃고) 남하진한텐 비밀인 거 알지?
준호 : 비빅스(확정될 때까지 보류)에서 저녁 한 끼 사면.
여름 : (흘기고) 샐러드바 이상은 안 된다..!
S#27. 여름의 방 (M)
-여름이 씻고 들어와 화장대 앞에 앉는다. 핸드폰 벨소리.
여름, 어디쯤에 놓인 가방을 찾아 여는. 핸드폰 찾아 전화받는.
여름 : 여보세요..
S#28. 도로 (M)
-운전하는 윤실장.
윤실장 : (여자 목소리에 당황하다가) 아.. 저... 죄송한데요. 저 윤실장인데, 대표님 좀 바꿔주세요.
S#29. 여름의 방 (M)
여름 : 전화 잘 못 거셨습니다. (하고 툭 끊고. 로션 바르려다가 문득 다시 핸드폰을 보고, 다시 집어드는) 어... 내 핸드폰!!!
S#30. 태하의 집 (M)
-태하가 와이셔츠를 입고 커프스버튼을 골라 채우고 있다. 한쪽에 있는 여름의 핸드폰에 시선을 주며,
태하 : 바보 같은 게 지 핸드폰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핸드폰이 울린다. 이제야 알았구나, 싶은 태하. 씨익 웃으며 핸드폰 받는.
태하 : 흠.. 오랜만이다. 한여름...
윤실장(F) : 바보냐? 핸드폰 바뀐 줄도 모르고?
태하 : 누구 찾으시죠?
윤실장(F) : 윤실장입니다-.
태하 : 형, 뭐야. 이 번호 어떻게 알았어?
S#31. 와인바 현장 (D)
-불이 났던 현장을 둘러보는 태하.. 그 뒤에 서있는 현장기사와 윤실장.
현장기사 : 다행히 어제 윤실장님이 소화기를 세 개 더 갖다놔서....
태하 : (휙, 화난 얼굴로 돌아보는) 다친덴 없습니까?
윤실장 : 전화로 말했잖아. 인명사고는 없었다고..
태하 : (성큼 다가가 현장기사가 뒤로 감춘 손을 휙 잡아채어 보면 붕대가 감겨있고.. 화가 나지만 꾹 참는) 병원은 다녀오셨어요?
현장기사 : (손 빼어내며) 연고 발랐으니까 됐어.
태하 : 바닥 타르모르타르 마르기 전엔 커터기 쓰지말란 다짐, 제가 분명히 드렸죠?
하지말라 그랬잖아요. 불똥 튀면 다 탄다구요. 1분도 안 걸려요. 이 건물 전체에 불 붙는데!
현장기사 : 아, 위험한 줄 누가 몰라? 그거 다 지키면 기한을 어떻게 맞춰?
태하 : (뭐라 말하려는데)
윤실장 : (OL) 강대표님 몰라요? 그렇게 일하시다 불에 타 죽으면 남은 가족들 책임지고 돌봐줄 인격으로 보입니까? 이분이?
태하 : (헉! 하고.. 기사 보면)
현장기사 : (아니.. 고개 젓고)
윤실장 : 운이 좋아 사망자 없고 현장만 불에 타면, 손해배상 청구 안할 인격으로 보입니까?
태하 : (인부들 보면)
인부들 : (아니라고)
태하 : (이 사람들이....?)
윤실장 : (한쪽에 모아둔 새장갑들) 장갑 안 끼시고 일하다 안전사고나도 마찬가지에요. 병원비 안 대줍니다.
우리 회사 대표가 인간성이 그래요..
인부들 : (태하 보며 고개 끄덕끄덕)
태하 : 일 시작하실 때 저랑 계약서 쓰셨잖아요? 안전수칙 이행 안하고 작업하다가 다치시면 제가 책임 안진다고.
인부들 : (아니 꼽다. 윤실장 보며 맞다고, 저런 사람이었다고)
윤실장 : 그러니까, 알아서 조심 좀 합시다. 윗분 성품 봐가면서 일하자니까요.
태하 : (노려보고)
윤실장 : (사실이잖아?)
태하 : (현장기사한테 고개 돌려 보며) 오늘부터 나오지 마세요.
현장기사 : 강대표... (해놓고 윤실장 보며, 도와주세요)
윤실장 : (태하 어떻게 할지 이미 알고 있다. 편안하게 웃고)
태하 : (윤실장 보며) 화상전문병원, 모시고 가. / 상처 완전히 나을 때까지 나오지 마세요.
현장기사 : 나 정말 괜찮어. 이런 상처 한 두 번이야?
태하 : 안 괜찮아요. 한 두 번이 아닌 게 더 문제예요. 왜 다칩니까? 조심하고 또 조심하세요. 왜 제 말을 안 들으세요?
-핸드폰 벨 울린다. 자기 전화번호다.
태하, 주머니에서 꺼내 받으며 한쪽으로 가는.
태하 : 오랜만이다. 한여름. / 핸드폰 바뀐 줄도 몰랐어? 그리고 내 잠금 장치는 어떻게 푼 거야?
S#32. 백화점 지하 마켓, 와인바 현장 (D) -화면분할
-과일매대 앞에서 바구니 고르는 여름. 기막혀 손길 멈추고 본다.
여름 : 니 생일이던데?
태하 : (흠..) 덕분에 망신 한번 제대로 당했는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 핸드폰 바꾸려면 일단은 만나야하지 않아?
여름 : 지금은 곤란해. 어딜 좀 가야해서.
태하 : 난 사업하는 사람이라 핸드폰 없으면 곤란한데.
여름 : 그쪽한테 전화 오면 내 번호 알려주면 되잖아. 문자도 보내줄게.
태하 : 잠금장치 어떻게 열어?
여름 : 나도 내 생일.
태하 : 알았어. 저녁에 다시 통화해.
S#33. 와인바 현장 (D)
-태하, 핸드폰을 끊고 돌아서는데. 문자가 날라온다.
잠금장치 풀어서 확인하는 태하. ‘엄마’라고 저장된 사람으로부터 날라온 문자.
신윤희(E) : 이번달 월세 밀리면 쫓겨날 줄 알어. 지난달에 밀린 거까지 백만원.
-뭐지? 어머니께 월세를 왜 내? 하는 표정의 태하.
S#34. 하진의 평창 본가의 외경 (D)
-잘 손질된 넓은 정원이 있는.
여름(E) : (그 위로) 어머니, 저 왔어요.
S#35. 하진의 본가, 거실 (D)
-하진모, 책을 읽고 있고. 과일 바구니 들고 서있는 여름.
하진모 : (그대로 책 넘기며) 하진이가 보내서 왔니?
여름 : 아니에요. 어머니. 안 뵌지 오래 되서, 뵙고 싶기도 하구요.
하진모 : (여름 건너다보며) 따질 일도 있고?
여름 : 에유.. 아니예요. 어머니. 무슨 그런 말씀을. (과일바구니 놓고 가방에서 CD꺼내며) 어머니 좋아하시는 모차르트 사왔어요.
피르스가 연주한 건 없으신 거 같아서요.
하진모 : (말없이 책 보고)
여름 : (속상하지만) 저기.. 오디오 옆에 놔둘께요.
-여름, 오디오 옆으로 가서 시디를 놓는데.
-태하의 핸드폰에서 문자 알림소리가 들린다. 꺼내서 보는 여름.
태하(E) : 너희 어머니가 월세 내라고 문자 보내셨어. 그리고, 한림목재에서 지난달 꺼 정산해달라는 문자도 왔어.
S#36. 태하의 사무실 (D)
-태하가 문자를 또 찍고 있다.
태하(E) : 학자금 대출금 이자 납입하라는 문자도 왔네. 오늘까지래.
S#37. 하진의 본가, 주방 (D)
-과일을 식탁에 적당히 내놓고 나머지를 냉장고에 넣는 여름, 냉장고 문 닫다가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본다.
‘이번 요트, 독도 간다. 언제올진 모르겠다.’라고 적혀있다. 갸웃하는 여름. 과일 깎으려고 돌아서는데,
-문자 메시지 알림소리가 또 들린다.
태하(E) : 진주집 아주머니한테 전화왔어. 외상값 좀 갚으래.
여름 : (부끄럽고, 화나고)
S#38. 태하의 사무실 (D)
태하(E) : (문자 찍고 있다) 간절하게 부탁하셨어. 두 번이나 전화도 왔었고. 꼭 전해달래.
S#39. 하진의 본가, 주방 (D)
-여름, 부끄러워 미칠 지경.. 답문자를 찍는다.
여름(E) : 강태하씨, 당신 핸드폰은 꺼두겠습니다. 죄송합니다.
S#40. 태하의 사무실 (D)
태하 : (여름의 문자를 확인하고) 완전 빚쟁이네...
-핸드폰 놓는 태하. 다시 슬며시 핸드폰에 눈길이 간다. 갤러리를 찾아보는 태하.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는 태하..
하진과의 셀프컷 몇 개 보여진다. 데이트 중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환하게 웃는 두사람의 행복한 모습. 잠옷차림도 섞여있고.
-인서트, 호텔 커피숍에서 눈물 고인 얼굴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데.. 병원집 딸이 그렇게 좋냐’라고 말하던 여름.
-여름의 얼굴만 화면가득 키워놓고 보는 태하, 왜인지 마음이 복잡한 듯.
태하 : 연애할 형편이 아닌 것 같은데.. 연애를 하냐... 빚이나 좀 갚지..
/ 좀 괜찮은 놈을 만나든가. 몰래 선이나 보는 놈을... (만나고 다니냐..)
S#41. 하진의 본가, 거실 (D)
-과일을 집어 내미는 여름. 하진모, 받는데.
하진모 : (못마땅해서 보다가) 너.. 나 나쁜 사람이라구 생각하지?
여름 : 아니.. 아니예요. / (하다가 하진모 보고) 네. 솔직히 조금 서운해요.
하진모 : 뭐가 서운해?
여름 : 우리 잘 만나고 있잖아요.. 저도 어머니께 잘 하려고 노력하구.
하진모 : 하진이나 너나 서른 둘이야. 근데, 넌 아직 결혼 생각없다며? 하진이 더러 무작정 기다리란 말이야?
여름 : ....결혼한다구 하면 반대, 안하실 거예요?
하진모 : 그것도 모르겠지만, 니가 결혼 안 서두르니까 그건 더 기분 나빠.
여름 : (애써 웃는) 그럼 나중에 저희 결혼한다 그럴 때 반대하시구 지금은 그냥 연애만 할거니까 저 예쁘게 봐주시면 안돼요?
하진씨랑 저 되게 좋아하는데. 선 보는 거 힘들어해요. 하진씨가.
하진모 : (흘기며) 다 마음에 안 들어. 다. 아무리 예쁘게 볼래두.
여름 : ....
S#42. 진주집 (N)
-볼이 발그래진 여름, 혼자 술 마시고 있다. 마지막 잔, 털어 마시고.. 더 이상 술이 없다.
흘끔흘끔 진주댁의 눈치를 보던 여름.. 진주댁을 피해서 냉장고에서 소주를 한 병 꺼내어 온다.
그새 손님이 꽉 찬 식당. 테이블에 서빙하다가 돌아서는 진주댁이랑 마주치면 술을 살짝 감추는 여름.
아줌마가 등짝을 후려친다.
진주댁 : 너 저번처럼 술 삥땅치다 걸리면 죽어.
여름 : 아, 진짜. 왜 때리구 그래. 십년 단골을.
-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는 여름. 마주 앉는 진주댁.
진주댁 : 왜? 인생이 고단해?
여름 : 고단한게 아니라. 퍽퍽해.
진주댁 : 먹어도 먹어도 살 안찌는 년이 행복한 줄 알고 살아야지.
여름 : 순영씨. 내가... 빚이 얼만줄 알아?
진주댁 : 우리집 말고 또 외상값 있어?
여름 : 학자금 대출에 공방 얻는다고 융자금에.. 엄마는 다달이 월세까지 챙겨 받잖아..
/ 아줌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해. 근데. 나, 그 남자한테 결혼 안하고 싶은 척 한다?
돈 없어서 결혼 못한다 그럼 자존심 상하잖아. 그래서 안하고 싶은 척 해. 결혼에 관심 없는 척.
진주댁 : 결혼이야 천천히 하면 되지, 뭐가 그렇게 급해서.
여름 : 다른 여자가 채갈까봐 겁나니까 그렇지... 내 남자친구 봤지?
진주댁 : 의사라며?
여름 : 그니까! 잘생겼어, 성품 반듯해, 나 좋아해줘... 맘 변하기 전에 확 나꿔채야 하는데. 돈이 없다니까. 내가.
진주댁 : 식당질 삼십년이야. 내가. / 얼굴 보면 관상 나와. 넌 돈 붙을 거야. 걱정마.
여름 : 진짜?
진주댁 : 내 말 믿어. 장담해.
여름 : (흘기며) 근데 외상값 갚으라고 전화를 했어? 내가 돈 떼먹을 관상이야?
진주댁 : (웃으며) 근데, 그남자 누구야?
여름 : 누구?
진주댁 : 낮에 니 전화 받은 남자.
여름 : !!!
S#43. 태하의 사무실 (N)
-태하, 설계도면을 보고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시계 올려다보면 열시가 다되어 가고.
태하 : 빨리도 전화하시네.. / 여보세요. (사이) 술 마셨니? / 거기가 어딘데?
S#44. 진주집 앞, 거리 + 하진의 차안 (N) -교차편집
-운전하고 오는 태하. 여름이 가르쳐준 주소를 보며 진주집을 찾고 있다.
두리번거리다가 저만치 문 닫은 진주집 앞에 쪼그리고 앉은 여름을 발견.
차 세우고 내리는 태하. 여름에게 다가간다.
가방 껴안고 자고 있는 여름. 여름 앞에 앉는 태하.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어 여름의 얼굴을 보면 여름 그 와중에 코를 골며 잔다.
태하 : (웃기다) 이 술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네.. 넌 정말 예나 지금이나 노숙이 체질이구나..?
여름 : (이마의 손 탁 치우고 다시 무릎에 얼굴 파묻는)
-그런 여름을 재밌다는 얼굴로 보는 태하, 그때... 태하가 가지고 있던 여름의 핸드폰이 울린다.
‘울 자기’ 하진과 여름의 환한 셀프사진이 뜬다. 굳는 태하.
-도심의 밤거리. 운전 중인 하진, 편안한 얼굴로 여름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여름의 핸드폰 화면을 복잡한 얼굴로 보던 태하.. 이윽고, 여름을 깨우려는.
태하 : 야.. 한여름. 남자친구 전화... (왔어, 하려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알림소리와 나가버린다.. 아연한 얼굴로 보는 태하.
태하(E) : 왜 하필 그때였는지 모르겠어요.. 기가 막힌 우연이었어요..
하진(E) : (갸웃하고 다시 전화를 한다. 핸드폰이 꺼져있다) 만약.. 그때 핸드폰 배터리가 끊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좀 다른 미래를 가질 수 있었을까요?
여름(E) : (잠든 채) 우연은 어떻게 운명이 되고, 운명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여름, 그대로 졸고 있고.
태하 : 야.. 일어나봐.. 너 남자친구 전화 왔어.. 내가 안 껐다. 이거 배터리가 나갔, (어)
여름 : (태하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덮어서 밀어버리며) 시끄러..
태하 : 일어나라니까. 내가 핸드폰 끈 거 아니라고.
여름 : (다시 얼굴 밀고) 알았어. 알았다고.
태하 : .... (짜증나고) 일어나. 한여름. 핸드폰은 바꿔야 할 거 아냐?
여름 : (잠결에 가방을 쥔 손에 힘주고) 내 가방.. 손대지마. (가방 끌어안으며) 가방 안에 현금 엄청 많아.
태하 : (어이없고) 많기도 하시겠지. 이봐. 한여름... (흔들고) 여름아.. 여름아..
-여름, 흐릿한 눈을 떠서 태하를 본다. 태하의 얼굴로 손을 뻗어 얼굴을 만지는가 싶더니 다시 확 밀어버린다.
여름 : 나쁜 자식...
태하 : ....
여름 : 아, 나 토할 거 같애...
태하 : (얼른 피하고)
여름 : (욱- 하려다가 참고, 입을 막고 일어선다. 막 뛰어 어디론가 간다)
태하 : 어디가? (천천히 따라간다)
-여름, 달려가다가 쓰레기 봉지 쌓여있는 곳에서 토한다. 토하고 입 닦는 여름. 순간 술이 확 깬 맑은 얼굴로 어느 곳을 보는.
-쓰레기봉투 더미 속에 상자가 놓여져있고, 그 안에 하얀 토끼 한 마리가 들어앉아 있다.
여름 : 와.. 신기해.. (토끼를 상자에서 빼서 안고) 너, 어디서 왔니?
-따라 오던 태하, 그런 여름과 토끼를 보고. 뭐지? 하는.
여름 : 신기해. 누가 키우다 버렸나봐. 너, 언니랑 갈래?
태하 : (앉아서 토끼를 본다) 병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막 만져도 돼?
여름 : 떽!!! 진짜 안 변했어... 여전히 뭐가 중요한 건지 몰라.. (토끼를 내민다) 안아봐. 엄청 부드럽고 따뜻해.
태하 : (뒤로 물러나려는데)
여름 : (턱 안기고) 안아보라니까.
태하 : (어쩔수 없이 받아들고)
여름 : 만져봐. 털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몰라.
태하 : (조심스레 만져보고)
여름 : 근데 왜 여기 토끼가 있지? 이거 꿈인가? / 꿈이니? 지금 우리가 다시 만난 거?
태하 : 꿈은 아니야. 넌 꿈에는 절대로 안 나타나는 여자니까.
여름 : (응?)
태하 : 그런 여자야, 너는. / 보고 싶어서 한번만 꿈에 와 달라 빌어도 안오던 여자.
여름 : (태하의 얼굴을 말똥말똥 들여다 보다가, 픽 웃는다) 꿈 맞네.. 강태하는 그런 말을 하던 남자는 아니었으니까.
태하 : 어떤 남자였는데?
여름 : 맨날 기다리게 하던 사람.. 나 혼자 동동거리게 하던 사람... 나보다 중요한 게 엄청 많던 사람..
좋아한다면 나를 이렇게 하찮게 대할 수 있나, 자존심 상하게 하던 사람...
태하 : (그대로 듣고 있다. 내가 너한텐 그런 놈이었구나..)
여름 : (흘기며) 이런 이야기를 내가 왜 너한테 하구 있니?
-여름, 일어나 간다.
태하 : 야, 핸드폰은 바꿔야할 거 아냐?
-여름, 몇발자국 걷다가 주춤 멈춘다. 다시 몇발자국 걷다가 몸을 배배꼰다. 마치 춤을 추듯 그렇게 걸어가는 여름.
태하, 토끼 안고서 쟤 왜 저래? 하는 황당한 얼굴로 따라간다..
여름, 다시 걷다가 얼굴 찌푸리고 몸을 꼬고 서있다. 도대체 왜 저러나, 싶게..
여름 : 아, 어떡해... 아, 미치겠네..
태하 : 뭔데?
여름 : 나, 오줌 마려워..
S#45. 태하의 차안 (N)
-조수석에 앉은 여름. 엉덩이 비틀다가, 앉은 채 발도 동동 굴렸다가...
여름 : 아, 아무 건물에나 좀 세워.
태하 : (한심하게 보고) 품위는 밥 말아 먹었냐. 좀 참아봐.
여름 : 품위는 개뿔. 아, 빨리가기나 좀 해. 좀 밟으라니까!
-하는데, 끽 거칠게 차 세우는 태하.
태하 : (여유 있게) 빨간불.
여름 : 아, 정말 내가 미쳐. 대단한 도덕군자 나셨어.
태하 : (음악 빠른 것으로 튼다)
여름 : (참아내는) 강태하... 음악.. 좀 느린 걸로... 바꿔줘..
태하 : 제발(이라고 말해!).
여름 : (흘기며) 그래. 제..발... 부탁이야.
S#46. 여름의 공방, 전시실 (N)
-어두운 전시실을 들어서는 하진. 작업실로 향하는 문이 열려있고, 음악소리 크게 들린다.
여름이 음악 켜놓고 작업 중이라 생각하는 하진.
하진 : 한여름!
S#47. 여름의 공방, 작업실 (N)
-하진, 들어섰지만. 정작 안에 있는 것은 솔이다. 솔이 일하다가 돌아본다.
솔 : 여름. 오늘 안 나왔잖아. 낮에 남선생 집에 간다고. / 집으로 바로 갔나? (핸드폰 꺼내는)
하진 : 전화기 꺼져있어. 준호형도 전화 안 받구.
솔 : 둘다 자나?
S#48. 태하의 집 (N)
-어두운 집. 현관버튼소리 들리고, 한 손에는 토끼 들고, 문 열고 들어서는 태하.
확 제끼고 뛰어 들어가는 여름. ‘실례 좀 할게’ 두리번거리다가 화장실로.
-픽 웃는 태하. 토끼를 내려놓는다. 여름의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한다.
전원버튼을 누르는 태하.. 하진이 다시 전화 안하는구나, 싶은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여름. 눈으로 방을 쭉 훑는다. 태하의 엔틱카메라들에서 잠깐 멈췄다가... 다시 쭉 살피는.
책꽃이의 책들 사이에 놓은 나무상자(사진들 담아두었던)에서 잠깐 시선 멈췄다가. 다시 예리하게 살피는 눈.
포토월 만들었던 가벽에서 다시 시선 멈추고. 거기엔 태하의 일관련 자료들이 붙여져있다.
태하도 여름의 시선을 따라 그것들을 같이 훑었다.. 시선 마주치는 두사람.
태하 : (가볍게 어깨 으쓱해보이고) 차 한잔 하고 갈래?
여름 : 차는 됐고, (토끼가 눈에 들어온다) 토끼는 어떡하지?
태하 : 동물, 싫어하는 거 알잖아..
여름 : 솔이 알러지 있잖아.. 그거 때문에 준호 키우던 개도 남줬는데.
태하 : 셋이 같이 살아?
여름 : (토끼 안아 올리며) 준호 부모님 이민 가셨어. 뉴질랜드로. 준호가 들어오니까, 솔이도 따라 들어왔구.
/ (토끼보며) 너 어떡할래? 여기서도 못 살면..?
태하 : 그러니까 책임도 못 질 걸 왜 데리고 와?
여름 : 토끼, 강태하씨가 키워..
태하 : 토끼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구. 더군다나 길거리에서 막 돌아다니던 앤데, 병균을 옮길지도 모르고.
여름 : 내일 동물 병원 데려가면 되잖아..
태하 : 귀찮아. 데리고 가.
여름 : (토끼보며 싱긋) 너 여기서 지내도 돼. 말은 저래도 너한테 곧 정들일 거야.
태하 : .....
여름 : (태하에게 싱긋) 목욕은 내가 시켜주고 갈께. 그래도 내일 꼭 병원은 데리고 가. (안고 욕실로)
태하 : (뒤에 대고) 난 안키운다니까!
여름 : 와서 토끼 좀 잡아줘. 토낀 귀에 물 들어가면 죽는다는 말 들은 적 있어.
태하 : (마뜩찮은데)
S#49. 태하의 집, 욕실 (N)
-여름이 토끼를 목욕시킨다. 귀가 젖지 않게 조심하면서. 토끼가 자꾸 도망가려고 한다.
여름 : (열린 문을 향해) 와서 좀 도와달라니까.
-태하, 팔을 걷으며 다가온다. 여름, 환히 웃으며 태하를 보는데 순간 움틀거리는 토끼를 잡으려다가 샤워기를 놓치고 만다.
샤워기가 수압 때문에 엉망으로 움직이고, 물이 분수처럼 마구 솟아오른다.
그 기세에 태하와 여름이 젖고 토끼는 방으로 줄행랑을 친다.
태하 : 꺼. 얼른.
-여름, 젖은 채 눈가의 물을 닦으며 샤워기의 버튼을 누르는데, 이번엔 천장에 매달려있는 샤워기 꼭지에서 물이 쏟아진다.
‘어떡해!’ 하고 다시 다른 버튼을 마구 돌려보는데 이번엔 지압샤워기에서 엄청난 수압으로 물이 튀어 나온다.
여름, 비명 지르고. 태하 들어가 그 물줄기를 다 맞으며 결국 버튼을 다 끈다.
여름 : 무슨 샤워기가 이래?
태하 : (역시 흠뻑 젖었다) 나 안 보여? 미안하단 말부터 하는 게 좋을텐데.
여름 : 아, 미안해.. 어떡해..
태하 : (거칠게 바쓰타올 하나 빼서 닦는다)
여름 : 나도 수건 좀...
-태하, 여름을 보면 여름은 완전히 젖었다. 에취- 기침하는 여름.
태하, 보다가 수건으로 여름을 푹 감싸다시피 닦아준다.
문득, 태하를 보는 여름.. 자신을 보는 여름의 눈동자에 무언가 철렁하는 태하... 묘한 느낌으로 서로를 보는데....
두사람, 똑같이 어떤 순간을 기억해내었다..
S#50. 연화도, 학교 (D) -10년 전
-태하가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태하의 옷을 입고 교실로 들어오는 여름. 젖은 머리.. 어색하게 태하를 보는 여름. (3부의 비맞는 회상 씬 다음.)
여름 : (팔 벌리며) 웃기다.. 너무 커요.
태하 : (보다가) 단추를 잘못 채웠어...
여름 : (내려다보는) 어, 그러네....?
태하 : (밑에서부터 엇갈려 채운 단추를 하나씩 제대로 채운다)
여름 : (묘한 느낌에 긴장)
태하 : (이윽고 가슴팍까지 채워 올라왔고)
여름 : (아슬아슬하게 좁혀진 거리에 긴장하고)
태하 : (그대로 여름의 옷 앞섶을 쥔 채 여름을 보는)
여름 : (그렇게 마주보는)
태하 : (서서히 다가오는)
여름 : (다가오는 태하를 느낀다. 몸이 뒤로 밀리지만, 피하지 않는 느낌..)
태하 : (그대로 여름을 본다)
-두 사람 키스한다.
S#51. 태하의 집, 욕실 (N)
-그 순간을 기억해 낸 여름과 태하.. 서로를 바라보는데서 F.O
S#52. 태하의 집 (M)
-거실 어디쯤, 알람으로 예약해 놓은 티볼리 오디오가 혼자 돌아가며 음악이 시작된다.
소파에 얌전하게 걸쳐져있는 남자의 수트, 그 옆에 여름의 옷이 누군가 정돈해 놓은 듯 반듯하게 개켜져있다.
-칸막이 너머의 침대.. 등을 돌리고 누운 한여름. 뒤에서 푹 안아 감싼 셔츠 차림의 태하. 여름의 손을 깍지 껴서 잡은 태하의 손..
(여름은 속옷 상태, 태하는 셔츠 입은 채 단추 풀어헤친 느낌)
햇살이 한여름의 눈가에 아른거린다. 잠을 깬 여름, 햇살 쏟아지는 창을 한번 올려다봤다가 눈 찌푸린다.
행복하고 평안하고 장난스러운 느낌.. 뒤돌아 태하의 가슴팍으로 푹 기어들어가면서 안긴다. 여름, 눈 감은 채 행복한 얼굴이다.
S#53. 꽃집 (M)
-밝은 얼굴의 하진이가 여름을 주려고 꽃을 고르고 있다. 적당히 몇 가지 고르는 하진.
하진 : 풍성하게 만들어 주세요. 크고 풍성하게. 여자친구 생일이거든요. 아, 백장미로 하나 더 만들어 주세요. 어머님 드리게요.
-꽃집 주인이 꽃다발을 만드는 사이, 호주머니에서 반지케이스 꺼내어 열어보는 하진. 기대감에 가득 차있다.
S#54. 태하의 집 (M)
-태하와 안고 있는 여름. 그의 냄새를 맡는 느낌으로 훅 숨을 들이켰다가 문득 굳어지는 얼굴..
여름(E) : 이상했어요.. 낯선 데도 익숙한 냄새가 나더라구요..
여름(E) : (역시 눈 감은 채, 태하의 어깨와 가슴팍으로 손 더듬거려보는) 촉감이란 게 있잖아요.
잠결이었는데도, 그 느낌이 이상한 거예요..
-이번엔 여름을 태하가 껴안는다. 등으로 태하의 손길을 느끼는 여름. 의혹에 가득한 얼굴로 멈칫..
여름(E) : 하진씨 손길이 아니었어요.. 근데.. 내 등을 감싸는 그 남자의 손길이.. 너무 익숙했어요..
-눈을 뜨고 태하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여름.. 천천히 입을 벌린다. 비명이 터져나올 듯하다. 얼른 제 입을 막는.
S#55. 태하의 집, 욕실 (M)
-허둥지둥, 옷 갈아입는 여름.
여름 : 미쳤어. 한여름. 도대체 어쩌다가...!
-멀리서 들리는 전화벨 소리. 화들짝 놀라서 문 열고 고개 빼꼼 내다보는 여름.
저만치 침대 옆 협탁에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
S#56. 태하의 집 (M)
-태하가 잠결에 전화기로 손을 뻗는다.
태하의 손이 닿기 전에 핸드폰을 나꿔채어 침대 밑에 엎드리는 여름. 핸드폰 벨소리를 없애기 위해 일단 받고 본다.
잠깨어 그런 여름을 보는 태하.
여름 : (소리죽여) 여보세요.. / 어, 자기야..
태하 : ......
S#57. 하진의 차 안 (M)
-운전하며 통화하고 있는 하진. 조수석에는 꽃다발과 케잌상자가 보이고. 신도시의 유럽식 주택가가 차창 밖으로 보인다.
하진 : 일어났어? 생일 축하해.
S#58. 태하의 집 + 여름의 집 앞 (M) - 교차편집
여름 : (오늘 생일이었지...) 어.. 고마워..
하진 : (여름의 집 앞에 차 주차시키며) 집이지?
여름 : 어..? 응..
하진 : 방이면 일층으로 내려와. 나, 지금 차 세웠어.
여름 : 어딘데, 거기가?
하진 : (내리고 벨 누르며) 문 열어. 한여름. 니네 집 앞이야.
여름 : (놀라서 비명 터져 나오려는 입을 막는)
하진 : (웃으며 다시 벨 누르고, 그대로 전화기 들고) 뭐해, 문 안 열고.
여름 : 안돼. 그냥 돌아가!!!!
하진 : ?
여름 : 집안 분위기, 생일 아침부터 완전 꽝이야. 미치겠어. 솔이 때문에.
태하 : (거짓말하는 여름을 가만히 보고)
하진 : 솔이가 왜?
여름 : 도준호랑 싸워.
-하진의 시선으로 저만치서 운동복차림의 솔과 준호가 케잌상자와 테이크아웃커피 들고 걸어오는 게 보인다.
하진 : (어떻게 된 일이지? 갸웃하며)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여름 : 도준호랑 솔이랑 싸워서 지금 생일케잌 자를 분위기가 아니라구. 내 말 못 알아듣겠어? / 정말, 미안한데..
솔 : (OL, 하진에게 다가오며) 한여름, 집에 없는데?
여름 : (솔의 목소리를 들었다. 굳는다)
솔 : 어제 안 들어왔어. 한여름. / 외박했는데?
하진 : (도대체?)
준호 : 난 너 만나서 안 들어온 줄 알았는데?
하진 : (서서히 고개 젓고. 의심하는 건 아니고. 전화기 대고) 너 어디야, 지금?
여름 : .... (태하를 본다)
태하 : ....
준호 : (뭔가 심상치 않다, 얼른 하진의 전화 받아서) 어딘데, 공방이면 지금이라도 올래? 케잌은 잘라야지.
솔 : (의심없이 순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새벽까지 내가 공방있다 왔다니까.
준호 : .... (어쩔 수 없이 핸드폰 하진에게 내밀고)
하진 : (받아서) 너 어떻게 된 거야?
여름 : 어... 사실은 엄마 작업실에... 엄마가 며칠 내내 잠을 못자서.. 지금 링거라도 맞혀야할 거 같애..
S#59. 여름의 집, 마당 (M)
-앞치마 차림의 신윤희 서있다.
신윤희 : 거기서 뭐해?
S#60. 여름의 집 앞 + 태하의 집 (M)
-솔, 하진, 준호. 소리에 돌아본다.
신윤희 : 안 들어오고 뭐하고들 섰어?
하진 : 예. 어머니. 지금 여름이랑 통화합니다.
여름 : (더 이상 도망갈 구멍이 없다)
하진 : (전화기) 들었지? 어머님.. 지금 집에 계신다. 한여름. (여름이 다른 남자와 잤다는 사실, 상상도 못하는 상태)
여름 : (태하보며) 어떡해... / 하진씨.. 이따가 설명할게.. 나 끊는다.. (모든 것 포기하고 핸드폰 끊어버린다)
하진 : 여보세요.. 한여름.. 한여름? (핸드폰을 본다) ??
-태하의 오피스텔, 두렵고 원망스러운 얼굴로 태하를 보는 여름.
태하,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편안한 얼굴.. 싱긋 웃기라도 하듯.. 여름의 곤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더없이 평온한데..
-그런 태하를 보며 더 긴장하는 여름..
여름(E) : 어젯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그런 둘에서, 1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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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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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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