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을 심하게 앓는 편인데 오늘은 종일 흐뭇하였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좀 힘들었을 뿐,
잠도 푹 잘 잤다.
연이은 행사로 출발은 무거웠으나
돌아오는 발길은 드물게 행복했다.
그리고,
여행은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나서는 것임을 새삼 마음에 두었다.
경사가 심한 산악구간을 열차의 특성상 견인력의 한계 때문에
한번에 오르지 못하고 일정 거리를 후진하여 지그재그 식으로 오르는
스위치백 방식의 구간을 경험한 것이 자랑거리를 얻은 것처럼 신이 난다
남한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추전역(해발 855m)을 넘는
태백, 사북, 정선의 험준함과
한달 평균 10만t의 무연탄이 전국 각지로 수송되던 번성함의 과거를 보여주는
도시의 쓸쓸한 쇠락이 인상적이었다.
왕복 14시간의 기차여행-
난, 기차를 많이 좋아한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밤 기차의 외로운 질주가 좋고
산허리를 감아 돌며 터널을 통과하는 긴 몸뚱어리가 좋다.
쇠로 된 기차바퀴가 레일의 이음새를 지나며 내는
덜컹거리는 소리를 정말 좋아한다.
객차와 객차가 연결된 부분에서 삐걱거리는 요란한 쇳소리도 좋다.
제천역에 정차하고,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집을 저만치 두고 지날 때는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오래도록 달콤하게 꺼내볼 추억을 하나 얻었다.
<덧붙이는 글>
열차가 서서히 후진하는 사이 벌였던 기발한 상상력과,
살아남은 자의 인터뷰-
공공장소에서 저리도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처음 봤다며
아는 척 말자고 눈치를 주던 설이 님,
그리고, 우리가 탄 6호 차를 뒤집어지게 했던
공동 자작시, '해봤다-'는
품위 유지와 이미지 관리상 올리지 못하겠고^^
두고두고 술안주로 남겨놓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