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정점에 치닿는 요즘엔 대부분의 산악회가 일계곡길 이산행에 촛점을 맞춰 산행지를 선택하는 지라
우리 느림보도 이번 주는 괴산호를 끼고 산막이마을 까지 연결되는 산막이옛길과 아가봉 옥녀봉을 경유하여
갈은구곡으로 하산을 하는 이 계절에 맞는 알찬 코스를 선택 하였다.
산막이옛길 주차장에서 하차를 하여 오늘 부터 처음으로 시행하는 국민 보건체조(?)를 꽃님 대장님의 지도
아래 간단히 실시하고 산을 좋아 하는 분은 등잔봉으로 트래킹을 원하는 분은 산허리에 설치 되어 있는
산막이옛길을 걷는다. 구배 즉 경사도가 있는 부분은 데크를 설치 하였고 구배가 약한 평지엔 자갈과 배수가
잘 되는 양질의 흙을 깔아 놓았고 가드 레일을 비롯하여 이곳 저곳에 친환경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확연히
눈에 띄는데 이 흙길 밑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색 프라스틱 파이프가 묻혀 있는 걸 볼 수가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파이프의 용도를 잘 모른다. 맹암거란 것이다.
맹 즉 장님처럼 볼 수가 없이 땅에 묻힌 물도랑 이란 것으로 흙길 위로 비가 와서 쓸어 내리면 토사가 유실
되기 때문에 빗물이 언능 흙길에서 땅속 맹암거 구멍으로 집수되어 괴산호 쪽으로 배출 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날씨 탓도 있고 나이 덕분도 있어 오늘은 반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산막이옛길을 걷는 동안은 아무런 문제를
발생치 않았다. 절멋던 시절엔
이 반바지를 입을래야 잆을 수가 없었다. 오늘 처럼 날씨가 더운 날이면 가운데 토막에 붙어 있는 망태가
추욱 늘어 지면서 거의 무릎 꺼증 내려 와서 어떨 쩍에는 무릎 보호대 속으로 파고 들기도 한다.
나이를 먹은 오늘날에는 반바지를 입고 체조도 하고 발도 번쩍 번쩍 들어 올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니
있는 지 없는 지 존재감 조차 느끼지 못할 지경인데
군바리 제대하고 취업을 준비 하던 중에 어떤 지인이 괴산땅 갈은구곡이란 곳엘 가면 가운데 토막이 큰 놈이
왕노릇을 하는 신통한 고을이 있다 하니 아까운 재주 썩히지 말라 하여 물어 물어 와 본 적이 있었다.
괴산은 병화를 두려워한 우리 조상들이 들고 나기가 어려운 오지에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고을이다. 그래서
청주가 가깝고 도로가 사통팔달 뚫린 증평이 모체인 괴산 보다 더 번성하여 결국엔 증평군으로 분리 독립된다.
주흘산 바로 아래 깊은 산속에 위치한 문경 보다 요즘 말로 역세권에 속하는 점촌이 더 큰 도시로 발전한
것과 똑 같은 맥란인데 세상사는 새옹지마 인가 보다 깊은 산중 도시 괴산은 친환경이다 유기농이다 무공해다
머다 하는 농업단체가 많이 들어 섰고 이에 힘을 입어 김장용 절임배추와 고추농사 등등으로 짭쨜한 재미를
보고 있는데 요즘 제철을 맞은 대학찰옥수수와 괴강 올갱이 또한 이 지역 특산품이다. 괴산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부를 하여 아주 찰진 옥수수 품종을 개발한 대학교수가 퍼뜨린 옥수수라 대학과 찰을 넣어 명명한 제품인데
산행을 마치고 뒷풀이 하노라니 경운기에 옥수수를 한가득 싣고 온 농부가 있어 옥수수 한 푸대를 사곤
이 고을 출신 대학교수 덕분에 품질 좋은 옥수수 농사로 재미를 보시니 좋으시겠다고 하니 손사래를 친다.
미국에 계시는 그 대학교수가 매년 종자값으로 현찰을 일전 에누리도 없이 따박 따박 챙긴다는 것이다.
괴산 고을엔 청정 괴강이 흐르고 괴산 인근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괴강 올겡이란 걸 파는 노점이 많이 눈에
띄어 차를 세워 보면 괴강 올겡이(다슬기,꼴부리,고동,고디이..) 우선 크기가 어마 어마 하다.
여타 지역 다슬기 보다 2배 이상 큰지라 상인들에게 품종을 개량한 것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머구리 잠수복을
입고 깊은 강 속으로 다이빙을 해서 잡아 올린다는 것이다. 올겡이는 간 해독에 특효이고 옥수수는 이빨
모양으로 생겨서 오래 전 부터 한방에선 막연히 치아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 하였었는데 요즘 시중에
나오는 잇몸약 자세히 드려다 보면 옥수수 추출물 어쩌고 하는 말이 나오는데 잇몸건강을 위해선 소금물
가글과 옥수수 속대 삶은 물 가글이 신비로운 효과를 낸다. 궁금하신 분은 살믄 돼지고기 한 접시에 쏘주
두빙만 준비하시면 상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물어 물어 갈은구곡 입구이자 구곡일경인 갈은동문에 당도하니 우측에 있는 거대한 암벽에 갈은동문이란
큼직한 음각 글씨가 보이고 그 바로 아래에 초가로 지붕을 씌운 자그만 경비초소가 보이길래 대뜸 경비놈에게
성주풀이의 본향 안동땅 제비원 연미사에서 온 돌삐 라는 사람인데 이 동네가 물건 큰 놈 순으로 왕노릇 하는
그 동네가 맞냐고 하니 그렇다면서 우선 물건 구경 쬼 하자고 하길래 우측 칠부 반바지를 무릎 정도 꺼증 학
걷어 올려서 벌겋게 약이 올라 실핏줄이 터질 것만 같은 대물을 보여 주니 이 경비놈이 코웃음을 치면서 자신의
왼손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니 흐미 시계 밑에 용두가 숨어 있다.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던 그 아련한
기억을 되 살리며 산막이옛길에서 연화협구름다리를 건너 일부는 우측 산길로 접어 들어 아가봉과 옥녀봉을
향하고 염 고문님과 난 시멘트 페이브먼트가 다소 뜨겁긴 하지만 갈은구곡 이번에 못 가면 기약이 없다면서
따가운 햇살을 감내하면 갈은계곡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우리는 도리찌꾸땡 같은 화투놀이에서 갑오 즉 아홉이라는 숫자를 최고의 숫자로 치면서 아주 길하게 여기지만
중국에선 여덟팔자를 가장 길한 숫자로 치기 때문에 아홉구자를 넣어 구곡이 되고 오래 전엔 이곳에 갈(葛)씨
성을 가진 분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은(隱)거 해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갈은구곡이 되었는데
갈씨 성은 원래는 제갈씨 였다가 어떤 사유 인지는 모르지만 제씨와 갈씨로 갈라 섰다가 그리 오래지 않은
어느 날 부터 두 성씨가 결합을 하여 다시 제갈씨로 성을 바꾸었고 아가봉 옥녀봉 할 적에 쓰는 옥(玉)씨나
전(全)씨 들은 왕(王)씨 고려왕조가 패망을 하자 죽임에 몰린 왕씨들이 숨어 살면서 바꾼 성씨가 대부분
전씨 아니면 옥씨 였다고 합니다.
오염과 사람의 발길이 없어 보이는 갈은계곡 어느 담에서 함께 올랐던 염 고문님과 세속에 쪄든 먼지와 때를
씻어 내고 계곡길을 내려 와 집결지인 민박집으로 내려 오니 강 대장님께서 초복 이라고 커다란 솥에 닭백숙을
끓이고 있다.
강 대장님이 끓여 주신 뜨거운 닭죽을 훌훌 거리며 마시노라니 복날이면 올겡이 해장국(안동 지방에선 꼴부리국)
과 고사리와 대파를 숭숭 썰어 넣은 닭개장이 마냥 생각난다. 구래도 이만하면
오늘 하루는 아홉수 갑오는 못 되어도 여덟끝은 되는 참으로 넉넉한 하루임에 틀림없다.
아가봉과 옥녀봉을 경유하여 갈은구곡으로 하산하는 오늘 못 가 본 그 코스는
언젠가 어느 때 낙낙한 시간이 주어 지고 젊은 미모에 감당치 못할 재산을 상속케 될 미망인 여친이 생기게 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오픈카 한대를 월부로 사선 옥녀봉을 올랐다가 갈은구곡에서 남녀혼탕을 하며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쫒으면서 물수제비 꼬옥 함 뜨고 싶네여.
대출 받을 담보도 자동차도 여친도 없으니 가능성은 제로 이지만 구래도 꿈 마져 버린다면...
분당 탄천변 큰입배스 돌삐 드립니다.
첫댓글 갈은계곡의 내력 잘 새겼읍니다
슬꾼들은 올겡이 국을 좋아하죠
간에 좋으니까요
돌삐님의 글 읽으며 슬며시 혼자 미소를 머금네요
어렸을적 제 고향에도 올갱이가 많았습니다.
우리 고향에서는 고동 이라 불렀지요.
학교갔다오면서 양은 벤또에 까만 고동을 주우며 개울타고 놀다보면 발은 퉁퉁불고 저녁해도 기울고..ㅎㅎ
소 뜯기려면 얼른 가야하는데
아침에 강변에 매어둔 소는 하루 종일 뙤약볕에 침을 질질 흘리고..
소고삐 풀어 신선한 풀을 뜯기며 싸립문을 들어서면
엄마는 구수한 보리밥에.. 호박잎 쌈에..홍고추 갈아만든 열무것절이 저녁상을 차리셨지요.
물에 담궈 해감한 고동을 빡빡 소리나게 씻어서 된장 풀고 한소큼 끓여내면
그게 여름밤 간식거리였습니다.
괴산의 올갱이 얘기를 하다보니 어릴적 생각이 나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그 옛날 개울가엔 무슨 사업인가..시멘트로 쳐발라 풀도 자라지못하니 자연히 고동도 줄어들고..
고동을 먹이로 사는 개똥벨레 애벌레도 없어지니 여름밤의 전령사 개똥벌레도 사라지고..
징검다리 건너던 소싯적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무더운 육십의 여름날들입니다.
돌삐님 글 덕분에 잠시 단발머리 새까맣던 어릴적 추억을 소환하여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