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시인은 사랑과 평화의 상징으로 판단되던 비둘기를 내세워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과 생명의 아픔을 절절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자연을 배척하고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물질만을 추구하는 삶의 끝에는 결국 사랑과 평화의 상실, 그리고 자연을 넘어 인간 고유의 따뜻한 정과 평화적 가치마저 상실되어 가는 것이겠지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바라봅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삶, 따뜻한 인간성이 회복되고 함께 삶아냄의 가치를 존중하는 삶으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