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4076]어부가 9장〔漁父歌 九章]
농암집 제3권 / 가사(歌詞)
어부가 9장○병서〔漁父歌 九章○幷序〕
귀밑털이 흰 어부가 갯가에 살며
/ 雪鬢漁翁이住浦間
물에서 사는 것이 산에 사는 것보다 낫다고 하네
/ 自言居水이勝居山이라놋다
배 띄워라 배를 띄워라 / 라라
아침 썰물 빠지고 나면 저녁 밀물 오는구나
/ 早潮纔落晩潮來다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배에 기댄 어부 한 쪽 어깨가 솟았구나
/ 倚船漁父이一肩이高로다
○푸른 향초 잎사귀에 시원한 바람이 불고
/ 靑菰葉上애涼風起
붉은 여뀌꽃 가에 흰 해오라기가 한가롭구나
/ 紅蓼花邊白鷺閒이라
닻 들어라 닻을 들어라 / 닫드러라닫드러라
동정호 속으로 바람 타고 들어가리라
/ 洞庭湖裏駕歸風호리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돛대 급히 올리니 앞산이 문득 뒷산이 되는구나
/ 帆急前山忽後山이로다
○종일토록 배를 띄워 안개 속으로 들어가니
/ 盡日泛舟煙裏去
때때로 노를 저어 달빛 아래 돌아온다
/ 有時搖棹月中還이라
저어라 저어라 / 이어라이어라
내 마음 가는 곳 따라 기심을 잊었노라
/ 我心隨處自忘機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돛대 두드리며 물결 타고 정처 없이 흘러가노라
/ 鼓枻乘流無定期라
○세상만사에 마음 없이 낚싯대 하나 드리우니
/ 萬事無心一釣竿
삼공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어라
/ 三公不換此江山라
돛 내려라 돛을 내려라 / 돗디여라돗디여라
산비와 냇가 바람에 낚싯줄을 거두노라
/ 山雨溪風捲釣絲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일생의 종적이 푸른 물결에 있어라
/ 一生蹤迹在滄浪라
○봄바람 속에 해는 지고 초강이 깊은데
/ 東風西日楚江深
이끼 낀 낚시터에 수많은 버들 짙푸르구나
/ 一片苔磯萬柳陰이라
읊어라 읊어라 / 이퍼라이퍼라
푸른 부평초 신세에 흰 해오라기의 마음이라
/ 綠萍身世白鷗心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언덕 너머 어촌에는 두서너 집이 보이는구나
/ 隔岸漁村三兩家라
○〈탁영가〉 그치자 모래톱 강변이 조용한데
/ 濯纓歌罷汀洲靜
대밭 오솔길엔 사립문 아직 열렸구나
/ 竹逕柴門을猶未關라
배 세워라 배를 세워라 / 셔여라셔여라
밤에 포구에 정박하니 주막이 가깝구나
/ 夜泊秦淮近酒家로다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선창에서 질그릇에 혼자 술 기울일 때구나
/ 瓦甌篷底獨斟時라
○취해서 조는데 부르는 사람이 없어
/ 醉來睡著無人喚
앞 여울로 떠내려가도 알지 못하는구나
/ 流下前灘也不知로다
배 매어라 배를 매어라 / 여라여라
복사꽃 흐르는 물에 쏘가리가 살쪘구나
/ 桃花流水鱖魚肥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강 가득한 바람과 달이 고깃배에 들어오는구나
/ 滿江風月屬漁船라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찬데 물고기가 물지 않으니
/ 夜靜水寒魚不食거늘
배에 가득 밝은 달빛만 싣고 돌아오는구나
/ 滿船空載月明歸라
닻 내려라 닻을 내려라 / 닫디여라닫디여라
낚시 마치고 돌아와 짧은 쑥대에 매어 두리라
/ 罷釣歸來繫短蓬호리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풍류에는 꼭 서시를 태워야 하나
/ 風流未必載西施라
○한 번 낚싯대 들고 낚싯배에 오르니
/ 一自持竿上釣舟
세상의 명예와 욕심이 다 멀어지노라
/ 世間名利盡悠悠라
배 붙여라 배를 붙여라 / 브텨라브텨라
배를 매니 아직 작년 흔적 남아 있구나
/ 繫舟猶有去年痕이라
찌그덩 찌그덩 엇샤 / 至匊悤至匊悤於思臥
어부가 한 가락에 산수가 푸르구나
/ 欸乃一聲山水綠라
[주-D001] 풍류에는 …… 하나 :
아리따운 여인이 없어도 풍류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월왕(越王)이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회계(會稽)에서
치욕을 당한 뒤, 범려(范蠡)는 미인 서시(西施)를 오왕에게 바쳐
그의 마음을 현혹시켜 끝내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그리고 월왕을 하직한 뒤 다시 서시를 데리고
서호(西湖)에 배를 띄워 함께 떠나 버렸다.
《史記 卷41 越王句踐世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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