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13 (일) “중고생의 힘으로 윤석열 퇴진”… 빗속 거리로 나선 학생들
11월 12일 서울 도심에 비가 쏟아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중고등학생들의 첫 촛불집회가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이들은 우비를 뒤집어쓴 채 “학생들까지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의 비민주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제1차 윤석열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를 열고, “중고생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여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날 오후부터 내린 비로 학생들은 형형색색 우비를 입은 채 집회에 참여했다. 우비 안에는 교복을 차려입은 채였다. 이들은 한 손에는 LED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민주주의 만세’, ‘중고생 촛불집회 탄압하는 국민의힘 사과하라’, ‘중고생의 힘으로 윤석열 퇴진!’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단체는 “윤석열 정권은 지난 역대 정권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중고생을 향한 선제타격을 쏟아내고 있다”며 “학생 대상 정치풍자만화 공모전인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윤석열차’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출동해 해당 작품을 비난하는 등 중고등학생들을 향한 탄압의 칼을 빼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극단적 입시경쟁체제의 상징인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겠다고 천명한 것도 모자라, 이명박 정권의 극단적 입시경쟁교육 설계자인 이주호를 교육부장관으로 임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향한 정부와 여당의 태도도 꼬집었다. 최준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만행에 지친 우리 중고등학생들이 마침내 촛불을 들기로 결의한 것인데, 윤석열 정권은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전에 공격과 저주를 퍼부었다”며 “국민의힘은 수석대변인부터 비대위원장까지 나서서 중고생 촛불집회를 향한 가짜뉴스를 뿌리고 종북몰이를 하며 탄압에 열을 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여가부, 교육부, 교육청까지 모든 정부 기간이 총동원돼 중고생이 촛불을 들지 못하게 다양한 협박의 칼날을 들이댔다”며 “윤석열 정권이 이렇게 탄압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 누구보다 중고생들이 촛불을 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고등학교 2학년 정윤서양도 “일각에서 우리 촛불집회를 보고 ‘어떻게 중고등학생이 촛불을 들 수 있냐’, ‘전교조 등 성인들이 배후에서 지시했을 것이다’ 등의 주장을 펼치는데 우리는 성인들과 동등한 민주시민으로서 우리 스스로 판단에 의해 거리로 나왔다”며 “집권 여당에서 ‘배후에 북한이 있다’. ‘어른들의 세뇌와 뇌물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런 주장을 들을 때마다 저는 모욕감을 느낀다”고 외쳤다.
앞서 해당 단체를 포함한 전국 중고등학생 1511명은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중고등학생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참여 학생들은 선언문을 통해 “중고등학생 향한 표현의 자유 탄압을 규탄한다. 극단적 입시경쟁체제 복고 야욕 규탄한다. 중고등학생까지 정치탄압과 보복의 칼날을 휘두르는 윤석열 정권의 비민주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었다. 이 단체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1시간여 동안 집회를 이어간 학생들은 이후 삼각지역으로 이동해 진보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의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촉구 집회’에 합류했다.
촛불행동은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다가 지난 11월 5일부터는 “퇴진이 추모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태원 희생자들의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지난 11월 11일 용산경찰서 경찰관은 윤석열이 자신의 잘못을 피하고자 개인의 잘못으로 몰고 가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 측 추산으로 오후 6시 30분 기준 3만명이 모였다. 한편 보수 단체인 신자유연대 역시 같은 시간 삼각지역에서 ‘맞불’ 성격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태원 추모를 정치적 도구로 쓰지 말라”고 주장했다.
尹 '이상민 어깨 툭툭'…그 뒤 자진사퇴론 더 커져
‘툭, 툭’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 번 두들긴 뒤 동남아 순방길에 올랐다. 두 사람은 11월 11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조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환송을 위해 이상민 장관이 먼저 나와 기다렸다. 오전 9시 27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이 공항에 도착했다. 이상민 장관은 주먹을 쥔 양손을 허리에 바싹 붙이고 서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건넸다. 평상시와 달리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이상민 장관의 어깨를 두드렸고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그 뒤 도열해있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를 한 뒤 전용기에 올랐다. 단 2초에 불과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조우는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관련 보도만 수십 건이 쏟아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장관의 거취에 대한 ‘윤심’의 향배를 가늠할 단서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제스처는 한 조간 신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전날 ‘정무적 책임’을 언급했다"며 이상민 장관의 경질 가능성을 제기한 시점에서 나와 시선을 끌었다. 김은혜 홍보수석도 전용기가 이륙하기 직전인 오전 9시 33분 이례적으로 신속한 서면 브리핑을 냈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언급은 철저한 진상 확인 뒤 권한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이라며 이상민 장관 경질론에 우선은 선을 긋는 내용이었다.
◆ 尹과 李가 조우한 2초, 모두가 주목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의 2초 조우 이후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선 오히려 자진사퇴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법률상 책임이 정리가 되면 지휘 감독과 정치적 책임을 따질 시기가 오지 않겠느냐”며 “당장은 아닐지라도 이상민 장관의 거취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석열 대통령은 정무적 책임을 회피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참모들 사이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을 직접 경질하는 것 보다는 이상민 장관이 빠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뒤, 또는 이달 말쯤 ‘이태원 참사’를 수습한 뒤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거론되고 있다. 수적으로 볼 때는 대통령실 내부에서 자진사퇴 불가피론과 불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경찰과 소방을 총괄하는 이상민 장관이 자진 사퇴하는 그림 없이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결단의 시간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질론이나 사퇴론은 여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행정안전부는)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로 모든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며 이상민 장관의 경질을 재차 요구했다. 역시 당권 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SBS인터뷰에서 안 의원만큼 직설적이진 않았지만 “정치는 정치적 판단과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를 잘 고려하실 것으로 본다”며 이상민 장관의 경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 여당내 침묵하는 다수도… 경질불가피론에 무게
일부 친윤 의원들이 경질 또는 사퇴론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침묵하는 다수 의원들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친윤계를 제외하고 이상민 장관을 감싸는 공개 발언이 적은 것은 그만큼 민심이 흉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상민 장관에겐 불리한 요소다. 11월 11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11월 8일~10일 성인 1006명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0%, 부정 평가는 62%로 지난주 대비 각각 1%포인트씩 오르고 내렸다. 참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만 따로 물은 조사에선 정부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적절하다는 평가는 20%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의 이유 1위(20%)로 ‘책임 회피와 꼬리 자르기’가 언급됐다. 이상민 장관의 거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내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주 지지율은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버팀목이 된 것 같다”며 “하락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씨 숨진채 발견
'이태원 참사' 발생 후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우려한 정보보고서를 부당하게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 용산경찰서 간부 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11월 11일 경찰에 따르면 전 용산경찰서 정보계장(경감) 정 씨는 이날 낮 12시 45분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가족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정 씨는 용산경찰서의 한 정보관이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피의자로 입건됐고, 대기발령 조치됐다. 특수본은 지난 11월 10일 용산서 소속 정보관들을 불러 조사했다. 특수본은 추가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거쳐 정보과장과 정 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다.
이에 앞서 서울경찰청은 정 씨와 정보과장(경정)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보고서 삭제와 관련해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도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이 있는 대화방에 '감찰·압수수색에 대비해'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을 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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