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고향마을에선 밤길에 사람을 마주치면 `방금 누군가 앞서 지나갔다. 빨리 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무서운 어둠을 헤쳐갈 용기를 주는 한 마디였죠. 실상 앞서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순전히 거짓말이었죠. 소설도 이와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허구지만 위안을 줍니다. 현대의 문제는 거짓말이 들통났다는 것, 그래서 소설에 힘이 빠졌다는 것이죠."
등단 40년에 접어든 중진작가 이청준(65) 씨는 소설가를 삶을 인도하는 안내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말도 옛이야기라 한다. 기껏해야 자기 발자국밖에 보지 못하는 소설가. 존재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혼자 헤매는 또다른 존재의 발걸음은 문학이 `깨어진 영혼들의 대화`임을 일깨워준다.
"노년에 들면서 자주 생각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문제와 `씻기는` 문제입니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용서한다는 것이죠. 나와 세상을 더이상 책벌(策罰)하지 않는 것입니다. 씻긴다는 것은 아픈 영혼을 달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씻김에는 끝이 없어요. 삶의 상처는 씻어도 씻어도 평생 다 못 씻지요. 그동안 별로 씻긴 것도 없고, 이제 씻길 것들이 보이는데 기력이 쇠진해져 아쉬움이 많습니다."
최근 창작집 `꽃지고 강물 흘러`(문이당ㆍ9000원)을 펴내고 대한민국문화예술상도 수상한 이씨. 지난해 100쇄를 돌파한 장편 `당신들의 천국`은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미국에서도 최근 번역됐다. `당신들의…`은 `광장`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이어 한국문학 사상 세 번째로 100쇄를 넘긴 작품이다. 심층적ㆍ탐구적 글쓰기로 유명한 이씨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들의` 천국은 아닌 거죠. `당신들의` 천국인 셈입니다. 작품은 작가와 독자의 대화로서 존재합니다. 대화가 계속된다는 것은 매개물로 생명력을 지닌다는 뜻이겠죠. 소설이 제기한 문제들이 어떻게 현실과 만나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신들…` 1편은 제가 썼지만 2편은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조 원장에 의해 지금도 쓰여지고 있습니다."
이씨는 가장 애착가는 작품으로 단편 `눈길`과 `서편제`를 꼽는다. 소설을 쓰려면 모델 속으로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데 가장 육화되기 쉬운 친밀한 세계는 어머니, 고향이라 한다. 어머니는 `눈길`, 어머니의 확대판인 고향은 `서편제`로 형상화했다. 이씨 집 거실에는 고향 후배인 화가 김선두 씨가 그려준 `눈길` 그림이 걸려 있기도 하다.
"`서편제` 이후 소리를 위해 삶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에 시달렸죠. 친구인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엘 카다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서양 신화를 인용하며 영웅은 신에게 희생 제물을 바친다고 답하더군요. 눈을 못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거죠. 한국에선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였어요."
최근 나온 창작집 `꽃지고…`엔 노년의 쓸쓸함과 그리움을 다룬 표제작 등이 담겨 있다. `꽃지고…`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구박했던 형수에게서 어머니의 옛 그림자를 발견하고 화해한다는 이야기. `무상하여라?`는 가짜 YS와 한번 놀아주는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진짜 권력은 허수아비임을 말한다.
소시적에 이청준씨 작품을 좋아했지요. 최근에는 아덜넘의 권장으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이라는 소설도 한번 읽어보았고... 어두운 밤길에서 마주친 사람을 위해 애써 만들어낸 하얀 거짓말 얘기, 가슴이 뭉클해지는군요. 보통 사람보다는 더 많이 더 멀리 더 깊게 보는 작가들은 어쩌면 한 고향사람들을 떠나,
어둠속을 헤매는 동시대인 (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 단어가 언제부턴가 가까이 느껴집니다. 인간이기만 해도 공통점이 있는데, 같은 시대에 살아간다는 이 공통점!) 들에게 삶의 모범을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서편제는 영화로 인해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었지요. 어머니를 소재로 한 눈길도 잔잔한 감동이 있는 좋은
첫댓글 문학소녀 희야가 이청준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좀 써 보게나 ...
소시적에 이청준씨 작품을 좋아했지요. 최근에는 아덜넘의 권장으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이라는 소설도 한번 읽어보았고... 어두운 밤길에서 마주친 사람을 위해 애써 만들어낸 하얀 거짓말 얘기, 가슴이 뭉클해지는군요. 보통 사람보다는 더 많이 더 멀리 더 깊게 보는 작가들은 어쩌면 한 고향사람들을 떠나,
어둠속을 헤매는 동시대인 (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 단어가 언제부턴가 가까이 느껴집니다. 인간이기만 해도 공통점이 있는데, 같은 시대에 살아간다는 이 공통점!) 들에게 삶의 모범을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서편제는 영화로 인해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었지요. 어머니를 소재로 한 눈길도 잔잔한 감동이 있는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