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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만났을까
도량에 매화가 지고 다시 명자꽃이 활짝 피었다.
저 앞산에 산 벚꽃이 또 다시 찾아왔다.
겨우내 없던 저 꽃은 어디서 오고 또 어디로 가는 것인가.
산중에 인연의 메아리가 가득하다.
...출가, 별이 되는 길
저녁이면 함께 머물다 아침이면 걸망 하나 메들고 훌쩍 떠나는 모습이 자유로웠다.
그것은 마치 밤새 내가 한 모든 고민의 답이 걸망을 메고 떠나는 데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부처님은 깨닫고 나서는 새벽하늘에 자신이 별이 되어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새벽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나를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누군가의 어두운 삶에 별빛으로 다가서고 싶다.
그리고 금생에 이 일을 하는 것이 출가의 공덕을 갚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출가, 그것은 곧 별이 되는 길 아니겠는가.
...행복한 정원사
가슴에 꽃처럼 예쁜 유쾌함이 떠올랐다.
그 순간 꽃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물처럼 넘쳤다.
꽃이 되어 향기만으로 배부른 그런 존재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마음을 자꾸 크게 키운다.
마음이 커져 내마음을 꽉 채웠을때
나는 비로소 몸을 가진 존재의 무거움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행복하고자 하면 행복해지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해인사의 여름
볕이 뜨거워지고 잠자리가 더워질 때면 해인사는 대대적인 울력을 했다.
겨우내 찬바람을 막아 주던 문풍지를 뜯어내고
바람이 솔솔 통하는 망사천으로 문을 씌우는 작업이 그것이다.
망사천을 투과해 누워서 바라보는 달은
서서 바라보는 하늘의 달과는 다른 느낌과 다른 세계를 펼쳐보았다.
단출한 기쁨이 생활의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의 삶은 행복하다.
산중의 삶은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 준다.
망사천 위에 달 하나 띄워놓고 행복해 하는 삶.
눈을 감고 그 모습을 그려보라.
동참하고 싶지 않은가.
...해제하는 날에
수행하지 않고 대답을 기다리는 것은
파종하지 않고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의 어리석음과 다를 바가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존재의 본질과 긍극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는가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 앞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는가
그들은 질문을 던질 줄만 알았지
대답을 찾는 길은 정녕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의 생각을 정제하지 않고, 존재의 자리를 비워두고
스스로 대답을 찾게하는 침묵은 가장 맑고 겸손한 언어였다.
노승은 그 대답에 이르는 길을 침묵으로 맑게 열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난마처럼 얽혀있는 내 질문들을 스스로 하나하나 풀어 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침묵의 언어, 입을 열면 구업뿐인 삶에서 바라보면 그것은 하나의 경이었다.
내려오는 산길에서 아름다운 꽃과 반짝이는 잎사귀들을 보았다.
말이 없어도 스스로 존재의 비의를 드러내는 것들.
...아름답게 기다리다 소리없이 지겠습니다
당신은 내 기다림이 쌓인 물결 위를
저벅저벅 소리내어 오십시오
기다림 하나 없는 얼굴로 당신을 맞고
그리움 없는 듯한 가슴으로 당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당신, 서산을 가장 화려하게 넘는 날
바람이 없어도 스스로 소리없이 지겠습니다.
...도반 찾아가는 길
옛 우리의 선사들은 먹음이 욕망의 기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토록 먹는 것에 무심했는 지도 모른다.
누군가 포식한 배를 들먹인다면 그는 이세상의 아름다운 법칙하나를 깨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먹거리란 대개가 다른 것의 생명을 매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중 스님네의 반찬이 조촐한 것은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것을 의미하고
자신에게는 욕망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가치는 자신이 철저히 느끼고 체험했을 때만 진정성이 있는거야.
그것을 가치관이라고 하지.
그래서 출가의 가치, 삶의 가치를 안다는 것은
고독한 긴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할 수 있는 거야.
...산사
일주문을 넘으며 만났던 글귀.
'이 문 안에 드는 사람은 지혜를 내려놓으라'
세속의 삶을 지탱해주던 자랑스러운 것을 그곳에서는 조용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누구나 마음에 산사 하나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 사람은 마음이 외로울 때,
삶이 너무 무거워 주저앉고 싶을 때
찾아 갈 곳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2월 산사에 그리움의 눈이 쌓인다
꽃이 뿌리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것이라면
눈은 하늘에서부터 피어 내리는 것이다.
꽃이 되어 산과 나뭇가지에 내리는 눈꽃.
그것은 어쩌면 산과 나무를 향해 바치는 하늘의 헌화인지도 모른다.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소리도 없이 흩날리느뇨."
...나비 하나
산향을 날개에 실어 올 때마다
바람 한줌
산의 푸른 얼굴을 씻길 때마다
무거운 이승의 자취들이
멀리뛰기를 한다.
뛰다 빠지고 뛰다 빠지고
저 먼 산.
세간은 피안으로 갈 수 없는 창살.
초라한 수의에 햇살이 내리면 괜스레 눈물이 괴고
첨벙 첨벙 첨벙
사바로 추락하는 꿈의 소리에
산이 안쓰러워 등을 보인다.
...아름다운 것은 소리없이 진다
산사를 찾아 온다는 것은
단순히 긴 도보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끊임없는 고뇌를 버리는 긴 여정이다.
절집에 막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신성한 기운.
그것은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우리에게 부여한다.
상실의 무게를 그대로 지니고 길을 지나 절집을 들어선 이는
새로운 출발의 고요앞에 오히려 깊은 좌절을 느낄 뿐이다.
스스로 빛이 되지 못하고 상대에게 이끌려 온 사랑의 결과는 언제나 어둠일 뿐이다.
스스로 빛이 되어 사랑을 이끌어 왔다면 사람이 떠난 자리가
그 토록 큰 어둠으로 남지는 않았으리라.
...산에 몇 번의 바람이 지나쳤을 뿐인데
나는 나의 허물에 대해 대해서 언제쯤에나 참된 참회를 할 수 있을까 물어보면
그날이 그냥 멀기만 하다.
오늘도 나는 나의 허물을 들여다본다.
방일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온 날들의 허물이 선명하게 보인다.
허물은 진정한 참회와 선을 쌓아갈 때만 사라지는 것이다.
허물에 관대했던 자신에 대한 결연한 결별없이
진정한 참회는 불가능하다.
선은 결연한 참회의 마음이 지어가는 실천이다.
세월이 지나는 소리 앞에서 나는 두 손을 모은다.
살아온 날 전부를 참회하고 언제나 선으로 가득한 삶을 살겠다고.
...새벽길
착한 눈으로 바라볼 때 이 세상 모든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모두 내게 다가와 의미가 되는 것이다.
때로 답답하고 억울할때도 그냥 지나쳐 가야만 한다.
밝혀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관대하게 기다려야만 한다.
생명있는 모든 것들에게 가장 착한 마음으로 다가서겠다고,
넓고 깊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생명있는 모든 것들을 받들겠다고
지극한 마음ㅇ로 서원한다.
...한번은 참회하고 떠나야 할 시간들이
한번은 대성통곡하고 버려야 할 내 사바의 꿈들이
그렁 그렁한 눈물로 붉게 흘러내린다.
더는 헛된 꿈을 꾸지 않으리.
...잘난사람
우리도 어느날 마음 한번 돌리면 다 부처가 되는 것이다.
자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남들이 또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자신이 못나 보일 때 자포자기하고 싶을때
이말 한마디 꺼내보면 그래도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렇게 한마디 말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잘난 사람이다.
우리 인생은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이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이것이 아니더라도 선택할 다른 많은 것들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자신을 향해서 이렇게 말하자.
'그래, 그럴 수 도 있지, 뭐.'
...마음의 힘
몸에 근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듯이
마음의 힘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희망을 말해야 한다.
그 희망은 발원과 원력이 되어 우리 마음을 운동하게 한다.
하루 한 가지씩 마음을 향해 희망을 말하자.
...서로 섬기며 살자
우리의 마음이 상황을 절망으로 받아들인다면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가는 시간이면
곧 사라질 어려움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우린 희망을 가지고 이 시간들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희망이 있으면 지혜가 생기고,
지혜가 있으면 우린 얼마든지 자유롭게 시간의 파고를 이겨 나갈 수 있다.
...내려놓기, 그 가벼움
무거운 돌은 강을 건널 수가 없다.
오직 가벼운 바람만이 자유롭게 강을 건널 수 있다.
괴로움의 강을 건너고 싶다면 버려라.
자기안에 있는 욕탐을 버려라.
그러면 봄바람이 되어 강을 건널 수 있으리라.
...바다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다
바다는 수평선을 한계로 하는 것 같지만 수평선은 그냥 과정일 뿐이다.
그곳은 가도 가도 이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우리에게 삶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그냥 과정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결과는 그냥 인연일 뿐
우리가 사는 것은 과정이라고 일깨워준다.
죽음 역시 생명의 끝은 아니다.
과연 이 끝없는 생명의 순환속에서 그 무엇을 끝이라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우리는 겸허하게 과정을 살 뿐이다.
불법이 썩어 사라지지 않듯이 바다 역시 그렇다.
어두운 밤바다에서 늦은 시작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발심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시작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잇다.
몸으로도 생각으로도 안주를 꿈꾸지 말자고.
깨달음의 새벽을 위해 언제나 길을 떠나는 수행자가 되자고.
우리들 생의 모든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그냥 희망 하나만으로 살라고
시간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부처가 내리는가
나를 말하고 있지만 어떤 모습을 나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
어린 시절의 내가 나라면 나는 이미 없는 것이고
지금의 나를 나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역시 틀린 말이 된다.
나는 다만 이미지의 동일성을 가지고 나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형상의 나는 허구일 뿐이다.
허공의 꽃인 눈이 지상에 내리면 물이 되듯이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다만 저 허공을 꽃처럼 채우는 눈과 같을 뿐이다.
분분히 나리는 눈을 보면서 나는 눈을 보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눈이 되어 날리는 나를 보고 싶엇다.
내가 있다고 믿는데서 오는 분별을 지우고만 싶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이자리에 계셨다면 저 허공에 눈꽃이 되어 내리는 자신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눈꽃들은 모두가 부처다.
나는 허공의 눈꽃을 향해 합장하고 발원한다.
저 허공에 눈이 내리는가, 부처가 내리는가.
...눈의 풍경 마음의 풍경
몸은 떠날 수 없어도 마음은 언제나 떠날 수 있다.
현실에 구속되어 있다는 것은 마음의 떠남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떠남은 언제나 풍경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그것에는 눈의 풍경과 마음의 풍경이 있다.
어쩌면 마음으로 만나는 풍경은 눈으로 만나는 풍경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눈의 풍경이 스침과 주어짐이라면
마음의 풍경은 머묾과 창작이다
마음의 떠남은 자유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꽃을 만나면 꽃이되고,
별을 만나면 별이되고,
외로운 이웃들을 만나면 눈물이 된다.
...다시 새 길을 간다
하늘의 별이었다가
지상의 나무였다가,
지금은 사람의 모습인 나의 모습이
그들을 향해 밝게 인사한다.
안녕,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면 그들의 미소짓는 모습이 보인다.
나무에 기대어 서면 포근함이 느껴지고
바람 소리를 듣고 있으면 먼 전생의 그리운 소식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나는 이것을 전생의 내 삶의 증거라 생각한다.
우리의 모든 삶은 인연으로 이루어진다.
인연은 업을 의미한다.
업은 마음의 작용이고,
그 마음을 따라 우리는 행동하고 말한다.
인연은 우리 삶의 모든 모습이다.
우리가 지어가는 인연은 아름다워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살아 있는 존재들의 의무이고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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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펌글이 아니고 제가 정리해 보관하고 있던 보물들입니다^^*
어제 미소방 오셔서.. 오늘 이렇게.. 예쁘게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우리가 지어가는 인연은 아름다워야만 한다..야하 !~~다시 읽을수있게 해 주셔서 행복합니다..()..
수정각님의 그림들로 채워주신 스님 글 빛이 납니다..맑은 일깨움 스님 법향기 소중한 보물 맞습니다..소중한 인연에도 반갑고 감사합니다..()..
귀중한 말씀 아름다운 인연이라 새기겠습니다.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