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제대로 만들려면 공이 많이 든다. 방방곡곡 지방 농가에서 재배한 친환경 재료를 찾아내고 천연 조미료로 밥상을 차리는, 남자 요리사들의 정성 가득한 요리를 만났다.
세발자전거에는 한식, 일식, 양식을 전공한 세 명의 요리사가 있다. 이들은 우리 땅에서 자란 식재료를 가지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어른은 8000원, 5~12세 아이들에게는 50% 할인을, 5세 미만의 아이들에겐 음식 값을 받지 않는 대신 부모들이 기부함에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기부하도록 했다.
문의_031-949-8655
농가에서 직접 구한 재료로 차린 세발자전거의 유기농 쌈밥 뷔페한적한 주말 오후 파주 헤이리, 산모퉁이 아래 자리 잡은 널찍한 밥집 ‘세발자전거’의 남자 요리사들은 소박하지만 맛있는 요리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사로잡는다. 음식을 차려놓은 식탁엔 유기농 쌈 채소와 논우렁쌈장, 심심하게 간을 한 각종 나물과 장아찌가 소박하게 놓여 있다. 상차림 방식은 뷔페다. 저녁 식사 시간쯤 이곳을 찾은 촬영 팀에게 “일단 식사부터 하라”며 밥과 반찬을 담아주었던 박정윤씨는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작년까지 합정동에서 시골 막걸리를 함께 판매하는 한식점을 운영했어요.
그때 단골손님이었던 쌈지 사장님이 헤이리에 있는 쌈지농부 건물의 3층에 음식점을 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죠.” 그렇게 이들은 지난 4월 쌈지의 친환경 가게 ‘지렁이다’ 위에 가게를 냈다. 합정동에서처럼 우리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방식은 그대로 이어갔다. 저녁 손님들을 위해 김치를 새로 버무리던 오은택씨는 “옛날 어르신들이 농사짓다 드시던 새참을 떠올려봤어요. 이곳에서 쓰는 파, 배추, 나물 등의 재료는 지역 농가에서 택배로 매일 받아다 써요. 가끔은 제가 농사짓는 양평 텃밭에서 가져오기도 하고요”라고 이야기했다.
실제 먹어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재료의 신선함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손님들이 두세 그릇씩 리필을 해서 먹는 바람에 남는 게 별로 없단다. 그런데도 이 집의 인심은 참 푸근하다.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두 손 가득 삶은 감자를 집어준다.
호박나물
재료 호박 1kg, 양파 250g, 다진 마늘·다진 파·꽃소금 5g씩, 콩기름·새우젓·참깨 10g씩, 참기름·청주 10cc씩
만들기 1_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가르고 1cm 정도 크기로 잘라 새우젓과 꽃소금으로 절인다.
2_콩기름을 두른 팬에 1을 넣고 살짝 볶은 후 양파,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깨를 넣고 호박이 숨이 죽을 때까지 살짝 볶는다.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청주를 넣는다.
남도식 오이지
재료 다다기오이 2kg, 천일염 1kg, 물 1.5리터
만들기 1_물과 천일염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한김 식힌다.
2_그릇에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오이를 담고 1을 붓는다.
3_뚜껑을 연 채로 완전히 식힌 뒤 오이가 공기와 닿지 않도록 무거운 것으로 누른 다음 뚜껑을 닫는다. 가을엔 보름, 겨울엔 한 달 정도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숙성시킨다.
4_숙성이 되면 냉장 보관하고 상에 올리기 전에 찬물에 담가 소금기를 살짝 제거한다.
옛날 어른들 드시던 방법으로이들은 ‘먹을 만큼 농사를 지어 소박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자’는 착한 생각을 담아 채소 위주의 뷔페 메뉴를 구성하자는 생각을 실천했다. 그러다 보니 재료를 구하고 보관하는 일에 애로 사항이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주문해야 하는 쌈 채소는 충주에 있는 용천 유기영농조합에서, 두부는 국산 콩으로 만드는 콩세알 제품을 사용한다.
다음은 천연 조미료를 확보하는 일. 고춧가루는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전북 농가에서 해나드리 고춧가루에서 받아 쓰고 있다. 좋은 재료를 구했다 하더라도 보관이 쉽지 않았다. 특히 유기농 쌈 채소가 문제였다. 오은택씨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실험하다 쌈 채소를 소쿠리에 담아 바람이 통하도록 하고 이중으로 비닐 봉투를 씌워서 채소가 산화되는 것을 방지했다. 비닐과 소쿠리 사이에 찬물을 채워두면 10일까지도 보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