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 유출된 미국의 기밀문건들은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현재 전황, 키예프(키이우)의 봄철 대반격 준비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내용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국가안보실 도·감청과 이스라엘·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중동, 중국 등에 관한 비밀 정보도 포함됐지만, 양적으로는 그리 많지 않다.
굳이 분류한다면, 이집트 최고 지도부가 러시아에 제공하기 위해 4만발의 로켓 생산을 지시했다는 '1급 비밀' 문건도 국가안보실 도·감청 내용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UAE가 미-영 정보기관에 맞서 러시아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문건도 눈에 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의해 내용이 거의 공개된 비밀 문건들에 대해, 서방 언론은 거의 진본으로, 러시아 측(공식 반응은 없고, 많은 군사 전문 블로거들)은 미국의 의도적인 역정보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조작한 허위 정보로 보고 있다.
인터넷에 유출된 미 기밀문건/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1일 큰 파문을 몰고 온 비밀문건들의 진위 여부에 대한 각 당사자들의 반응을 이같이 전하고 "워싱턴의 (긴박한) 움직임과 반응을 보면, 신뢰할 수 있는 문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유출된 문건은 주로 그래프와 표를 나타내는 '파워 포인트 슬라이드' 형식이라"며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자료는 50페이지 정도(NYT와 WP 분석)로, 이는 인터넷의 다양한 플랫폼에 올라온 전제 비밀 문건들의 일부분에 불과할 것"으로 추측했다.
스트라나.ua는 그러나 "초창기에 공개된 비밀 문서들은 대부분 삭제됐다"며 "미국 언론은 일부 문건만 사이트에 올렸고, 계속 인터넷을 뒤져 기밀 문건을 찾고,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비밀 문서의 유출을 사실상 인정하고, 유출 경로 조사에 나섰다. 크리스 메거 미 국방부 공보실 차관보는 10일 "유출된 기밀 정보의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일부 유출 문서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누구에게 공유됐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도 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유출된) 문건들은 일반인들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신문에서 톱 기사나 TV에서 다뤄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가 주목한 주요 문건 내용들
1) 서방의 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일정(1~4월)을 정리한 문건들
- 키예프는 반격을 위해 12개 여단의 편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중 3개 여단은 우크라이나에서, 9개 여단는 서방 국가에서 미국 교관들로부터 훈련을 받고 있다. 또 9개 여단 중 6개 여단은 3월 31일까지, 나머지는 4월 30일까지 준비가 끝난다. 우크라이나 여단 병력이 4천명~5천명 사이다.
- 9개 여단에는 총 250대 이상의 탱크와 350대 이상의 기계화 차량(장갑차량 등)이 필요하고, 어디에 언제까지 이같은 장비들이 제공될지 시간표도 나와 있다.
- 우크라이나군 합참은 (반격 작전에) 탱크 253대, 장갑차 381대, 군사용 차량 480대, 147대의 포병용 차량과 571대의 HMMWV (고속이동용 다목적 차량)를 동원할 계획이다.
- 우크라이나가 나토 국가로부터 받는 무기·장비의 수치도 도표로 나와 있다. NYT는 "이 자료의 공개는 러시아 정보기관에게 획기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에 유출된 미 기밀문건/사진출처:스트라나.ua
2) 우크라이나군의 병력및 무장 상태를 평가한 문건
우크라이나군은 병력과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 문건은 "우크라이나군의 많은 지휘관과 병사들은 러시아와의 어려운 전투로 병력과 무기, 장비가 많이 소진됐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러시아군의 '소모전' 전략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앞으로 더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기의 부족도 심각하다. 오는 5월까지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구 소련제 방공 미사일이 바닥나고,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앞으로 2, 3차례 대규모 공습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스트라나.ua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문서를 믿는다면, 우크라이나는 4월 13일까지 소련제 부크(Buk)대공 미사일이 바닥나고, 5월 3일까지는 S-300 대공 미사일도 떨어져 약 40개의 시설이 더이상 방공망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서방의 방공 미사일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소련제 방공 미사일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문제는 그 시점이 공개된 것"이라며 "지난 겨울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미사일· 드론 공습이 에너지 기반 시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전략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드론 공격으로 암흑천지로 변한 우크라이나(위)와 지하철 역으로 대피한 키예프 시민들
문제는 나토 측도 구소련의 방공망을 대체할 만한 장비나 미사일을 제공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지속적으로 전투기 제공을 요구하는 이유다. 전투기는 적 미사일을 격추하고 미흡한 방공망을 부분적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측의 고민은 서방의 전투기 공급이 쉽지 않다는 데서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여전히 전투기 공급에 부정적이다. 폴란드나 발트 연안국가들 중 일부가 서방 전투기들을 공급하더라도 조종 훈련에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린다.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최근 국제 용병 조직인 '국제여단'에 서방의 퇴역 조종사들을 환영한다고 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방 측이 이(퇴역 조종사 활용)에 동의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3) 논란이 된 러-우크라 사상자 자료
기밀 문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러-우크라 군의 사상자 집계다. 유출된 첫 번째 문건에는 러시아 군인이 1만6,000~1만7,500명 사망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무려 7만1,500명을 잃은 것으로 적혀 있다.
러시아군의 부상병 긴급후송 헬기(위)와 우크라이나군의 부상자 치료 모습/우크라군 합참 페북
미 CNN 방송이 인용한 문건은 지난 2월 기준 러시아군 전사자는 4만3,000명(부상자 포함 18만9,500명~22만3,000명)이고, 우크라이나는 최대 1만7,500명(부상자 포함 12만4,500명~13만1,000명)이라고 했다. 스트라나.ua는 CNN의 인용 문건을 적용하더라도, 러시아군 희생자는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이 주장한 것보다 몇 배나 적다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바흐무트 방어군이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군정보국 소속 최정예군을 배치하기로 한 사실도 드러났다.
4)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성공에 의문을 표시하는 문건들
WP의 기밀 문건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성공할 지에 대해 미국은 의문을 표시했다. 병력과 탄약, 장비 등의 (부족) 문제로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반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기껏해야 어느 정도 수준의 영토 수복 이상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키예프는 반격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되찾고, 남진해 크림반도로 통하는 보급로(길)을 차단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자포로제 지역에 구축한 러시아군 방어요새의 위성사진. 하얀선 안은 탱크의 진격을 막기 위한 하구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러시아의 요새화된 방어 진지는 가뜩이나 군사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속도)을 지연시키고, 많은 사상자만 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러시아군도 지쳐 있고 보급 부족 등 문제점이 있지만 여전히 상대하기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 나아가 수십억 달러를 지원해도 교착된 전선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는 미 정보기관들의 합동 분석은, 서방진영에 우크라이나 원조에 회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나아가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일부 세력의 요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WP는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춘계 반격 작전에 나서더라도, 지난해 가을 영토를 대거 탈환한 하르코프(하르키우)와 헤르손 지역에서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미국은 키예프와 반격 작전에 관한 점검 회의를 가졌다고 WP는 전했다. 3월 중순에 열린 회의에는 미 국가 안보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는 것. 미군은 또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과 가상 공격 훈련을 실시한 결과, 병력을 과도하게 분산시키면 보급선이 너무 길어져 점령지 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고위 관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자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서방의 군사 지원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약속한 군사 장비들의 인도가 늦어져 새로 편성된 전투 여단의 작전 준비와 반격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관리는 "유출된 문서가 계획된 반격 작전을 방해할 것 같지 않다"며 "모두 탄약이 고갈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도 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반격 작전은 메트로폴을 향해 시작되고 베르댠스크로 나아갈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공격 지점은 일주일 전에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반격작전을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마지막 기회로 평가되서는 안된다'는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의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그녀의 말은 미국이 지난 3월 중순 키예프에 (반격에) 과도한 기대감에 대해 경고했다는 기밀 문건의 내용및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크림반도로 향하는 보급로가 차단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크림반도로 오가는 러시아군 장비들의 이동을 위협할 정도면 좋겠다"고 밝혔다.
5)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도청 문건
유출된 비밀 문건에서 가장 '추악한' 부분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도청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아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러시아 로스토프 주둔 러시아군 부대에 대해 드론 공격을 가할 것을 제안했다. 미 CNN은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제공을 꺼리는 이유를 이 도청 자료로 설명할 수 있다"며 "미국은 키예프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이 공격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러한 공격은 중국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들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목표물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계기로 나토를 '침략군'으로 규정하고, 자칫하면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릴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스트라나.ua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제공이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영토 공격→중국의 대러시아 군사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일찌감치 장거리 마사일 제공을 거부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의 다연장로켓시스템인 '하이마스'(Haymars)로 러시아 영토(접경 지역인 벨고로도) 공격을 자제(주로 구소련 미사일로 공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했다. 타국 영토에 대한 서방 제공 무기 사용금지에 관한 협정을 우크라이나가 준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트라나.ua는 '하이마스'의 공격이 미국에 의해 직접 통제되거나, (러시아 영토 공격이) 자동적으로 차단되고, 아니면 둘 다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미국 하이마스 발사 모습/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미 정보기관은 젤렌스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정보기관(SBU)도 엿듣고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경제 전문잡지 에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 26일 공격용 드론이 벨로루시의 한 비행장에 있는 러시아 정찰기 A-50U를 공격해 안테나 등을 손상시켰다"며 "SBU 요원이 이 사건 배후에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부 요원이 명령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SBU 직원들의 대화를 엿들은 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6) 우크라이나 전선을 샅샅이 훑는 LAPIS 위성 시스템의 존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비밀 'LAPIS' 위성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비밀 문건을 통해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그러나 앞으로 러시아의 후속 대응에 의해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JDAM 스마트 폭탄에 탑재된 위성 유도 시스템의 오작동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은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장거리 미사일 제공 요청에 전폭기 장착 폭탄을 '스마트 폭탄'으로 바꾸는 변환 장치인 'GPS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 세트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다.
우크라에 제공된 JDAM 스마트 폭탄/사진출처:janes.com
WP는 또 국방부의 유출 문건들을 분석한 뒤 "미국 정보기관들이 러시아군과 그 본부에 아주 깊숙이 침투해 러시아군의 공격 계획을 탐지, 우크라이나 측에 알려주고, 러시아군의 강점과 약점을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월의 특정한 날짜에 우크라이나군 진지와 에너지 기반 시설 12곳, 교량에 대해 두 차례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미국은 또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도 도·감청한 뒤 (말리를 통해) 터키에서 무기를 구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알아냈다.
◇오늘(10. 11일)의 주요 뉴스 요약
-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 '시벨루치' 화산의 분화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500㎞ 이상 떨어진 지점까지 퍼졌다고 타스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RAS) 극동지부 화산·지진연구소는 시벨루치 화산 분화 후 남쪽으로 50㎞ 정도 떨어져 있는 클류치 마을에는 이미 8.5㎝ 가량의 화산재가 쌓인 것으로 나타났며 이같이 밝혔다. 화산은 이날 오전 5시 44분께 분화(폭발)했으며, 화산재는 약 20㎞ 상공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캄차카반도에는 현재 화산재로 인해 항공기 운항의 위험을 알리는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또 다른 활화산인 베지미안니 화산이 폭발한 바 있다.
- 미국의 기밀문서 유출은 바이든 미 행정부에 불만을 품은 내부 반체제 인사가 저지른 것일 수도 있다고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보안 전문가 필립 지랄디가 주장했다. '제 2의 에드워드 스노든'이 있다는 것. 지랄디는 11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유출은 미국의 국가 안보 정책에 반대하는 한 개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폭로하고자 하는, 스노든과 같은 유형의 인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지난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이 도감청 프로그램 '프리즘'(PRISM)을 통해 수백만 명의 개인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한국·일본·프랑스·독일 등 우방국 정상들도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던 인물이다.
러시아에 망명한 전 CIA 직원 스노든이 러시아 TV와 인터뷰하는 모습/캡처
-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꽤 흥미롭다"며 "모든 내용을 분석하고 연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그는 "미국이 타국을 대상으로, 유럽등 동맹국의 정상을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벌이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감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건 유출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된 데 대해서는 "모든 것에 대해 러시아를 탓하려는 경향이 서방에서는 흔하다"고 말했다.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0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만나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보장 문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고,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생각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벨라루스 영토의 안보를 러시아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10일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를 시찰한 뒤 "우크라이나는 도시나 군 병력을 학살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흐무트 주둔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될 위협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 최고 지휘부가 사수를 명령한 데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바흐무트는 지난달 초부터 함락 위기에 몰렸으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군 수뇌부는 이 곳을 사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사들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바흐무트 주둔 병력이 포위되고 위험해지면 현지 지휘관들이 이에 상응하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바흐무트를 방문한 푸실린 DPR 수장이 장병들을 격려하는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러시아 민간 용병 업체 '와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가 춘계 대반격을 위해 최대 40만명을 투입할 수 있다고 10일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미 전장에 투입할 예비군(장병) 20만명을 준비했으며, 최대 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며 "이 전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측은 지난 2월 전쟁에 나갈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선데 이어 징집 대상 남성들에 대해 무차별 강제 징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 작전에 필요한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집으로만 소환장을 배송하던 규정을 바꿔 어디서든 불신 검문을 통해 징집 상태를 확인한 뒤 대상자를 강제로 데려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에서 제복(군복)차림의 남성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남성들을 멈춰 세워 징병 안내서를 나눠준다는 것이다. 세탁기 수리공 올렉시 크루추코프(46)는 거리에서 싸우다가 이를 제지한 경찰로부터 징집 대상 여부를 확인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50대 올렉산드르 코스추크는 직장 인사부를 통해 징병 통지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남성들은 이에 큰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 징병요원들이 길거리에서 남성을 강제로 끌고가는 모습/영상 캡처
- 러시아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57’를 비롯해 그동안 숨겨놨던 비장의 무기를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군은 인터넷에 유츌된 미군 정보당국의 첩보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수호이-57를 비롯한 최신형 전투기를 전쟁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미국 측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출된 기밀 문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은 5월 23일까지 거의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군은 수호이-57 등 최첨단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 의해 격추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 투입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호이-57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공동개발한 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평가받는 F-22A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다.
- '중립국' 스위스는 서방의 대러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의약품 수출을 크게 늘렸다고 현지 신문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스위스 관세청 집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스위스의 대러 의약품 수출 규모는 기존 14억 스위스프랑(약 2조375억원)에서 20억 스위스프랑(2조9천107억원)으로 약 42%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대러 수출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스위스는 지난해 2월 기계와 시계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러시아 수출을 중단하는 등 대러 제재에 동참했으나, 의약품은 인도주의적 물품으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