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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힘들고
위험하기까지 한
리더의 자리
성군의 조건을 묻는 이성계에게 조선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이 답했다.
"성군은 듣고 참고 품는다."
영어 단어 리더Leader의 독일어 어원은 '외롭다, 견디다'라는 뜻이다.
리더의 자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외롭고 힘든 고행의 자리임은 분명하다.
그의 선택이 자신은 물론이요, 무리 나아가 나라의 운명까지 결정하니 고도로 위험하기까지 하다.
희생을 감내하고
영감을 불어넣으며
무리의 무서움을 아는 알파
세계 최강이라 평가받는 미 해병대의 리더십을 연구한 사이먼 사이넥의 책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서는 알파 자격이 있는 리더를 이렇게 역설적으로 정의한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개인적 희생을 감내하고 위계서열 속에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은 진정으로 ‘알파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한 존 퀸시 애덤스 미국 6대 대통령의 말이다.
"당신의 행동이 타인들로 하여금 더 많이 꿈꾸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영감을 불어넣는다면 당신은 분명 리더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따르면, 공자孔子는 노魯나라 군주 애공哀公에게 이런 경고도 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 : 무릇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합니다(夫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
정도전, 사이먼 사이넥, 존 퀸시 애덤스, 공자의 말은 우리 시대를 이끄는 리더의 조건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언젠가는 이 세상에 나타나 우리가 자발적으로 존엄한 자라 부르게 될...
팍스 로마나의
존엄한 자
아우구스투스
아우구스투스(Augustus)는 '존엄한 자'라는 뜻이다.
본명은 우리 귀에도 익숙한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투리누스(Gaius Octavius Thurinus)로, 위대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이자 후계자였으며, 1,000년 제국 로마의 시민들이 대대로 "존엄한 자"라고 부를 만한 알파였으며 통치자였다.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프린켑스 세나투스(원로원 제1인자), 로마 제정의 초대 황제(임페라토르)였던 아우구스투스의 통치는 로마의 평화 혹은 황금기(그 유명한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 불리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41년간 통치한 그는 '가장 위대한 로마 황제'로 로마역사가 평가할 정도로 불멸의 업적을 남겼다.
우선 100여 년에 걸친 내전을 종식시켰다. 나라에 평화가 찾아오니 번영이 따라왔다. 국제무역이 활성화됐고 중국산 비단이 인기를 끌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위대한 정치가·행정가였다. 건설자로서는 도시경관을 바꾸는 거대 토목사업과 도로·다리·정부청사 건설에 열심이었다. 게다가 학술·문예를 장려해 로마문화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절제심이 강한 데다 복잡미묘한 사람이었으므로 신이 된 아버지(카이사르)처럼 동료 윈로원 의원들의 손에 살해 당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최고 권력을 은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자신이 공화정을 회복시켰다고 고집했다. 그는 '주인님'이라는 호칭이 저주받아야 마땅한 불명예스러운 것이라면서 아주 싫어했다.
잠시 그 자신의 이름을 로물루스로 고칠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으나 왕의 자격으로 동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 모험을 걸 가치가 없었다.
그는 권력의 외양이 아니라 실질에 더 관심이 많았다. 원로원에서의 국정 논의, 집정관 직제, 로마 시민들의 주권 등으로 이루어진 공화국 정부의 외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는 정부 권력을 조직적으로 자기 손에 집중시켰다."
― 톰 홀랜드의 《팍스PAX : 로마 황금시대의 전쟁과 평화》
로마공화국(기원전 509~기원전 27)이 허물어진 자리에 그가 세운 로마제국은 1453년 동로마제국이 망할 때까지 1,500년간 지속됐다.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인에게 '위대한 통치자'로 평가받은 이유는 지금 우리가 원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고, 국민을 배고프지 않게 했으며, 팍스 로마나에 어울리는 품격 있는 문화시대를 열었다.
세종 대왕이나 충무공 이후, 우리나라에 이런 위대한 리더가 있었나?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자발적으로 '존엄한 자'라고 부를 만한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나타날 것이라는 이육사의 희망을 나도 가져본다.
비 쏟아지는 광야에서...
광야曠野
─ 이육사/시인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MEMO
메인 이미지 속 '존엄한 자'의
조각상에 대하여...
Augustus of Prima Porta(1st century AD) is a full-length portrait statue of Augustus Caesar, the first emperor of the Roman Empire.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