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지난 28일 오전 11시 30분 쯤 시민들에게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냈다. 오전 10시 51분 경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에 화재가 발생해 울산대교를 통제하니 시민들이 안전에 유의하고 차량 통행자는 대교를 우회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1 시간 쯤 뒤 화재연기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집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 이어 1시간 뒤에는 바람 방향에 따라 유독연기가 동구에서 시내 쪽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전했다. 이 때서야 시민들이 염포부두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짐작했다. 이날 오후 5시 쯤 `울산대교 통제 해제`가 발표한 뒤 드러난 사고내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다수 시민들이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인지했던 것 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심각했다. 약 2만 3천 톤의 화학제품을 적재한 2만 5천톤 급 석유제품 운반선이 내부 화재로 폭발했고 이로 인해 옆에 정박돼 있던 7천톤 급 다른 석유제품 운반선도 불길에 휩싸인 `사건`이었다. 자칫 염포부두 바로 앞 바다 건너편 장생포항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일이 얼마나 더 커졌을지, 또 어떤 피해가 생겼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사고지역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이 폭탄이 투하된 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의 대형 사건이었다.
문제는 다수 시민들이 그 심각성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전 안내 문자를 제공받긴 했으나 태풍을 앞두고 발송되는 재난대비용 정도로 치부한 사람들이 많았다. 때문에 마침 사고지점을 지나던 시민들이 현장 동영상을 띄우지 않았다면 폭발사고의 내용을 정확히 몰랐을 것이고 이런 안일한 자세가 누적돼 실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대응자세를 취하지 못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두 가지 문제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하나는 울산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업재난 형태가 매우 산발적인 반면 기존 대응방식이 고착화돼 있다는 점이다.
석유화학단지, 생산기업, 원전 등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이번처럼 부두에 정박돼 있는 외국선박에서 폭발사고가 나자 당혹해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하나는 안전 안내가 좀 더 상세하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막연하게 어느 곳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통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차량 통행 안내, 유의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전문체계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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