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다민족국가입니다. 미국 건국때부터 그러했습니다. 미국은 다민족 그리고 다양한 주들이 융합돼 만들어진 나라입니다. 그래서 미국을 미 합중국이라고 부릅니다. 타국에서가 아니라 미국에서 그렇습니다. 그런 문화에는 미국이 건국과 함께 광활한 토지를 일구고 가꿀 인력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에서 인부을 구합니다. 하지만 그런 인력이 어떻게 쉽게 구해지겠습니까. 그래서 아프리카 등지를 지배하던 프랑스 영국 등지의 악덕 인신매매단에 돈을 주고 흑인 노예들을 사서 미국 본토로 향합니다. 끌려온 노예들이 말을 순순히 들을 리 없습니다. 잡혀온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예들을 혹독하게 다루었습니다. 저항하는 노예들을 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기까지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이상한 열매라고 했다죠. 사람 과일이 주렁주렁매달린 모습입니다.
도저히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사회문제화되자 노예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기 시작합니다. 주로 미국 북부를 중심으로한 세력들입니다. 그에 반대하는 남부는 드디어 북부와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것이 그 유명한 미국 남북전쟁입니다. 한국만 남북전쟁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1861년 4월부터 무려 4년동안 피비릿내나는 내전을 치뤘습니다. 북군이 승리하고 표면적으로는 노예제도가 사라진 듯했습니다. 하지만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뿌리깊은 인종차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인종차별이 미국 대선에까지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핵심 키워드는 3가지입니다. MAGA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기치아래 반세계화와 반환경 그리고 반이민주의입니다. 이런 트럼프의 반세계와 반환경 그리고 반이민주의에 열광하는 세력은 바로 미국의 저소득층 백인들입니다. 트럼프의 맹렬한 지지 세력은 농업이나 공장 노동 등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저소득 저학력 백인층입니다. 한때 위대한 미국에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고급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좋은 직장 취직되고 상당한 경제력으로 먹고 살기 어렵지 않았던 계층입니다. 하지만 1990년이후 미국 경제 재편으로 주요 제조 시설이 중국 등 외국으로 이전되고 인종 다양성 정책으로 소수 인종들이 미국 내에서 상당히 성장하면서 미국 중산층 백인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미국 사회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쌓였던 불만이 미국 워싱턴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정치의 때를 묻지 않은 이단아 트럼프에게 거의 맹신적으로 쏠려버린 것입니다. 트럼프의 말이라면 신의 지시처럼 인식하는 부류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치 트럼프를 뽑아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일종의 자기암시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트럼프는 품격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으로 부유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입니다. 미국과 함께 세계 평화를 지키는 동맹국들에 1도 관심도 없습니다. 그냥 공산독재국들과 같은 레벨에서 판단합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조금 불편하면 그냥 적대시합니다. 나토를 창립한 것이 미국이지만 트럼프는 별 것 아닌 것으로 판단합니다. 환경보호도 그의 관심사에 없습니다. 지구가 망가져도 미국이 돈 많이 벌면 그만입니다.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되어도 자신의 뉴욕 빌딩의 값이 치솟으면 흐뭇해하는 바로 부동산 업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런 트럼프 정책에 미국의 지식인들과 미국의 앞날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참 고민이 많습니다. 속이 타들어 갑니다. 하지만 혁명을 일으킬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미국인들이 합법적인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선거 불복종을 내세우자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 의사당 무력 점거사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전대미문의 사태였습니다.
이제 두달후에 미국은 다시 대통령을 뽑습니다. 바이든의 전격 사퇴로 거의 굳어졌던 트럼프 대세론은 점차 흔들리고 있습니다. 고령리스크를 벗어난 미국 민주당 캠프는 해리스 후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국 건설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잘 된 점은 이어받고 실패한 것에 교훈을 얻어 손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기세에 눌려 움츠려들었던 미국 양심세력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는 분위기입니다. 품격 있는 그야말로 미국다운 모습을 다시 되찾기 위해 결집을 다지는 양상입니다. 건전한 경찰국가로서의 면모 말입니다. 세계 패권만을 노리는 불건전한 경찰국가를 지양하고 지구촌의 평화를 위한 진정한 리더국가로 다시 도약하자는 의지가 읽혀집니다.
미국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닙니다.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막말과 럭비공같은 정책 그리고 독불장군식의 행정처리에 염증을 느낀 미국 공화당 원로들이 미국 민주당 해리스 후보 지지에 나선 것입니다. 역대 공화당 소속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의 참모를 일했던 유력 인사 238명이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공개 서한을 작성했다고 합니다. 서한에 동참한 인물들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밋롬니 상원의원 캠프에서 일했던 참모들입니다. 이들은 해리스 후보와 이념적으로는 맞지는 않지만 트럼프 후보를 옹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보수적인 색채를 지닌 인물들이지만 트럼프의 막말과 반세계화적인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혀집니다. 미국을 위하고 미국의 품격을 존중하는 세력들이 이제 트럼프보다는 해리스쪽을 택하는 분위기로 느껴집니다.
한때 미몽속에 함몰한 것같았던 미국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는 모양새입니다. 해리스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할 가능성이 55%로 트럼프 후보 44%보다 훨씬 높다는 여론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물론 양자간의 대선 지지율에서는 아직도 박빙을 유지하고 있어서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미국의 품격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세계 최강국이자 패권국가이지만 품위없이 그냥 돈돈하는 인물을 최상위 리더로 선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미국인은 다시 예전 영광스런 나라의 국민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이 왜 합중국인가를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