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일 / 박동주
힘주어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일이 있고
오지 않아야 할 일은 이미 와 있고
꽃을 떨궈낸 살구나무, 잎만 무성해
열매를 향해 달리고, 부풀어 오르고
기웃거리는 새
살구가 몸을 털며
열매를 떨구는 상상을 한다
으깨진 과육을 쪼아 먹는 날은
도래하지 않고
저녁 일몰에 날개를 푸르륵 떤다
깃털들은 바닥에 뒹굴고
눈 감은 이파리들
그 많던 살구는 어디로 갔을까
혁명이 없는 새는 울지도 않네
상심을 열면 상심이 감춰 있고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상심 속의 상심을 그러모아
살구나무에 숨긴다
새는 붉은 부리에 상심을 물고
석양을 등지며 날아간다
무거운 날개로 퍼덕이며
버스 정류장 도로변에서 퍼덕이는 청년
팔찌와 목걸이들과 좌판에 얽혀 있다
얽혀 있는 것들은
서로를 붙들고 위태롭게
밤의 바닥을 견딘다
명치 아래 통증은 수시로 찾아오고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아침은 사각으로 온다
장마철 먹장구름이 밀려온 듯
어둑해진 달력
넘어가지 않는다
ㅡ 계간 《웹진시산맥》 202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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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주 당선자(본명 박현숙)
1962년 경기 이천 출생, 연세대학교 불문과 졸업
2024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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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일 / 박동주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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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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