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이나 직원이 많은 창고형 매장 같은 데서 다량의 비스켓이나 물건을 사면 가끔 계산대에 있는 직원이 곱셈을 못 하는지 일일이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으며 세는 직원을 만난다.
과자나 어떤 물건 100개를 살 때에 계산하기 쉽도록 5개씩 4줄로 5층으로 정리해서 가면 때론 그걸 다 허물고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가며 그걸 일일이 센다.
일일이 다 세고 나서 바코드를 찍고는 계산하는데 300개를 사는 날은 그걸 하나씩 세고 있는 동안에 짜증이 나고 한숨이 나온다.
쉬운 곱셈도 안 되는 것을 보니 기초 교육이 부족해 보이는 직원이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지 답답한 내색도 하지 않는데 우리만 성질이 조급한지...
그런 직원을 몇 번 만나니 정부 학교 6, 7학년을 마쳐도 덧셈, 뺄셈도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는 소리가 이해가 된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건 안 하건, 결석을 하건, 학교를 그만 두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정부 학교, 또는 그 교사들이 만들어내는 산물로 보인다.
그래서 정부 학교를 대학까지 졸업해도 변변한 직장 하나 얻기도 쉽지 않고 계속 가난을 대물림해야 하는 이유도 그중에 하나이다.
정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모두가 낮고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이고 부모들 역시 무학이 많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도 모르고 또 힘도 없으니 자녀들을 방치하는 그런 학교에 항의 한번 못 한다.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학부모만 아니라 학교 조차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책임도 못 느끼는 것 같아 인재(人災)라는 느낌이다.
또 그런 개천에서는 새끼 뱀장어라도 키우려는 사람도 없으니 용이 절대로 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런데 실력이 있어도 정부 학교 교사로 못 간 사립학교 교사들, 특히 작은 사립학교 교사들은 임금이 적은데도 평생 교사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 일이 적성이나 사명감일 수도 있지만 학교 퇴근 후에는 과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형편상 대부분이 과외를 할 수 밖에 없다.
교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생활 대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로암은 학교가 파하면 20분 내로 교사들을 모두 퇴근시킨다.
인도도 학부모들이 서서히 눈이 열리기 시작하는지 극빈층인 정부 학교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는 tuition이라고 하는 과외수업에 간다.
현직 교사에게로, 또는 전직 교사에게로, 대학생만 아니라 심지어 고등학생에게도...,
과외수업이라 해봤자 대부분 가정집이나 창고 같은 공간이다.
아무 시설도 없는 월세 내는 작은 가정집에서 아이들 대여섯 명, 또는 학년이 각자 다르지만 그 이상의 아이들도 한꺼번에 가르치고 숙제를 풀어준다.
공부가 이유라지만 사실은 숙제를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숙제를 해 와도 같은 문제를 학교 시험에서 못 맞추는 것을 보면 이해나 실력보다는 숙제 중심 과외다.
학부모들은 그런 과외의 함정을 모르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아이들을 과외를 받으러 보낸다.
또 도시에서는 대부분 정부학교 교사들보다 사립학교 교사들에게 과외를 받으러 간다.
영어로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배운 것도, 가르치는 것도 정부 학교 교사들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월급은 적지만 사립학교 현직 교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효과이다.
이들이 어렵지만 살아가는 방법이다.
평생 교사로 살아도 자동차는 꿈도 못 꾸고 겨우 스쿠터 하나 굴릴 수 있는 직업이지만 여기 교사들은 돈보다는 책임감이나 자부심, 또는 긍지로 살아가고 있다.
힘들지만 묵묵히 살아가는 그런 교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은 실로암 월요 채플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