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말 중에는 새로운 낱말이 하나 둘씩 추가된다. 새로운 조어가 생기는 것이다. 컴퓨터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이 경향은 훨씬 커졌다. ‘넷티즌’이나 ‘누리꾼’은 이미 자리 잡은지 오래고 그들이 두드려대는 자판 위에는 쉴 새 없이 신조어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잘 빠진 몸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몸짱’이라고 부르더니 어느덧 얼굴 생김새를 따져 ‘얼짱’이 등장했고 야구 잘하는 이승엽은 ‘승짱’이 되었으며 한류스타 배용준은 일본수상도 ‘용사마’로 높여준다. 새로운 낱말을 지어내는 재주는 천 사람, 만 사람이 다 나름대로 독창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표현을 쓰기도, 저런 창조성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다.
생각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을 오직 한 길로만 몰아붙이는 체제를 가리켜 우리는 전체주의라고 부른다. 주체사상만을 강요하며 김일성과 김정일만을 숭배하게 만드는 북한은 틀림없이 전체주의 국가이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은 우리가 말로만 듣던 것 보다 훨씬 더 심한 모양이다.
탈북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요즘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하여 야당의 대표까지 관람했다고 해서 화제꺼리가 되고 있는데 표를 구할 수 없을 만큼 인산인해라고 하니 인권을 향한 이 외침이 북녘까지 메아리 칠 날도 멀지 않았을 것만 같다.
그런데 요즘 사회를 좀먹는 구더기들이 갑자기 신문지상을 더럽히고 있어 얼굴이 찌푸려진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직장을 얻어 봉급을 받거나 가지고 있는 자금을 투자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 정상적인 돈벌이다. 하다못해 도박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도 밑천을 들여야 하며 있는 재주 없는 재주를 총동원하여 머리를 굴려야 한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로또복권에 당첨하려면 우선 천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처럼 어려운 돈벌이에 오직 입과 얼굴만 들이밀고 거금을 획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정상적이라고 할 사람이 있겠는가. 더구나 그들의 행태로 인해서 이 사회의 기본질서가 어지럽혀지고 기강이 무너진다고 하면 그들은 이미 ‘공공의 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젓하게 ‘회장’ 행세를 하면서 이 나라 정계, 경제계, 법조계, 경찰계 등을 떡 주무르듯 했다고 하면 이 사회는 곪아도 한참 곪았다.
그들의 이름은 브로커다. 미국은 로비스트법으로 아예 등록시켜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공개된다. 그들만이 로비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한국정부가 미국정부를 상대할 수 있는 로비스트를 고용했겠는가. 그러나 로비라는 게 어디 공명정대하기만 하겠는가. 합법적인 미국의 로비스트도 불법로비를 하면 징역을 산다. 하물며 한국에는 로비스트법도 없다. 이 일을 잘못하다가 걸리면 브로커로 전락되고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만든다.
이번에 붙잡힌 두 사람은 전형적인 브로커다. 윤상림과 김재록이 그들이다. 브로커의 옛 말은 거간(居間)이다. 거간꾼을 중도위라고도 부르고 아쾌(牙儈) 또는 경기(經紀)라고도 하지만 이미 잊혀진 낱말이다. 이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교도소에 들어가니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면 나라가 조용해진다는데 브로커가 구속되니 참새 방앗간에 온 듯 왜 이렇게 떠들썩할까.
법조브로커는 군 장성이나 판검사, 경찰지도층 등만을 상대하여 죄의 유무를 막론하고 잡아넣기도 하고 빼주기도 했다. 물론 어마어마한 돈이 왕래했다. 그래도 한결같이 윤상림에게 꾼 돈을 갚았다는 변명이다. 금융브로커는 규모가 더 크다. 은행이나 종합금융회사가 재경부 장관을 역임한 사람들을 줄줄이 달고 다니며 부부동반으로 외국을 드나드는 김재록의 솜씨에 절절 맨다.
이들이 김대중정권에서 힘을 얻어 참여정부에서도 장사노릇을 하고 있으니 감춰진 꼬리까지 드러나려면 시간깨나 걸리게 생겼다. 이들의 특색은 세상을 공짜로 본다는 점이다. 이들 말고도 수없이 많은 브로커가 활개 친다. 그들이 단순한 거간의 수준에 머무른다면 활력소도 된다. 정체되고 파묻힌 업무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과 비리로 가득 찬 범죄적 행각으로는 사회의 암 덩어리에 불과하다.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보다 비뚤어진 사람들이 행세하는 기업적 브로커들의 행태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응분의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