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어느 날에 낯모르는 사람이 찾아왔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다.
연결이 있다면 그는 우리 지역의 교육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인데 중간 관리자급이다.
아는 사람인지 다른 학교에서 은퇴한 전직 교사 한 명과 와서는 무작정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나게 된 사람이다.
만나자마자 자기 딸이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내민다.
그 사람만 아니라 그 딸도 만난 적도 이름도 모르는데 결혼식 초대다.
인도에서 결혼식은 하나의 축제이고 긴 소문이 나는 행사라서 아는 사람은 당연한 초대이고 되도록 많은 사람을 초대한다.
빚을 지는 한이 있어도 많은 사람을 초대해서 먹인다.
그렇게 어렵게 사는 집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고 또 결혼식 한 번 잘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마치 60년대 우리네 결혼식 풍습이다.
그래서 아는 이를 결혼식에 초대 안 하면 삐지고 또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가난하고 무지하고 무질서하다고 알려진 인도가 결혼에 관해서는 우리보다 더 정중한 예절이 있다.
SNS로 청접장을 보내거나 또는 인쇄된 청접장을 주며 단순히 결혼식을 알리는 것을 넘어 가족 대 가족의 만남 같은 무게를 얹어 사람을 초대한다.
아는 사람들이 내게 청첩장을 들고 올 때마다 그들은 평상복보다는 조금 더 차려서 왔고, 결혼할 자녀를 데리고 왔고, 또 청첩장만 아니라 접시에 과일 몇 개를 얹어서 선물을 주는 형식으로 찾아왔다.
결혼 당사자를 포함한 최소한 두 명이 찾아오고 때론 부모와 함께 세 명이, 또는 신부네 온 가족이 함께 온 일도 몇 번 있다.
결혼할 그 자녀를 알건 모르건 그 자리가 소개의 자리가 되고 또 인사의 자리가 되는 정중히 초대하는 문화이다.
그러면 그 손님에게 청첩장이나 과일만 받고 알았다고, 가겠다고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을 잠시라도 집안에 들어야 한다.
시간이 없어서 차를 같이 마시지 못할지언정 좋은 일로 초대하는 그들을 일단 집안으로 들어야 하는 것이 인도의 결혼 문화이다.
정중한 그들의 방문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문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경우는 경우가 다르다.
그것도 학교와 이해관계가 있는 교육부 관리가...
생면부지의 사람이 결혼할 딸 얼굴도 안 보여주고 작은 과일 하나 없이 청첩장만 내민다.
부담스럽고 황당하기도 한데 학교 관련 공무원이라 자칫 그의 눈에 벗어나면 학교를 해코지할까 봐서 축하한다며 그를 학교 사무실에 앉힐 수 밖에 없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평생 교육부 공무원으로 일한 그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이름과 결혼 일시, 또 장소를 묻는 질문의 답변 외에는 영어도 안 되고 뭔가를 받고는 빨리 돌아갔으면 하는 눈치다.
그래서 축의금이라고 봉투 하나를 준비해서 주니 그걸 덥석 받는다.
cctv가 있는 사무실인데... 예전에는 이 핑계 저 핑계로 그렇게 자주 찾아오던 교육부 공무원들이 학교에 cctv를 설치하고서는 겁이 나서 그런지 함부로 찾아오지를 못하는데... 오더라도 cctv가 없는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던데...
시내의 큰 학교 으슥한 곳에서 직원에 의해서, 또 스쿨 버스 기사에 의해 유치부 등에 다니는 작은 여자아이들이 자주 범죄에 노출되자 정부에서 모든 학교마다 여러 곳에 cctv를 설치하라고 강제했는데...
그는 아무 생각이 없는지 cctv가 있는 사무실 안에서 봉투를 받는다.
봉투 때문에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잠시 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