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의 폐단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나머지, 별다른 의심 없이 좋고, 나쁜 걸 가르며 산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들은 불완전하고 견고하지 않은 변화 도상에 있다. 그때그때 여건에 따라 일시적인 형상을 갖추고, 때가 되면 허물어지는 것들이다. 그리하여 어느 한 관점이나 견해에 안주하는 순간 빗나가고 만단다.
얼마 전에 어떤 중년 남자가 특수 활동에 관해 교육받는 과정에서, 윗분에게 벌컥 대드는 사고를 쳤다. 그러자 교육을 담당했던 그 윗분이 놀랐는데, 그보다 더 놀란 사람은 바로 그 사고를 친 남자였다. 본인도 자기도 그렇게 거칠게 행동했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했다. 그리하여 그는 내게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기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를 접한 나도 놀라움을 금하기 어려웠다. 내가 알고 있던 그는 누구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가 집단상담에 참석했을 때, 그는 남의 말을 끝까지 정성스럽게 듣고 정성스럽게 말하는 아주 보기 드문 사람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사람이다.
왜 그랬는지 살펴보니, 대화할 때 잘 듣고 잘 말해야 한다는 게 그것 신조였는데, 교육을 맡은 윗분은 자기 멋대로였다. 그 윗분은 이 남자의 말을 중간에서 툭툭 끊거나, 다른 이야기 쪽으로 휙휙 넘어가곤 했다. 그리하여 그 남자는 번번이 서두만 말하다 끊겼고, 그 윗분이 장황하게 말하는 걸 꾸역꾸역 듣느라 진을 빼야 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자, 그는 느닷없이 당신에게 교육을 받지 못하겠다고 소리치듯 폭발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바로 그것으로 인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고 여겼다. 대화의 정석을 고수한 나머지, 번번이 그것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윗분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라고 봤다.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데리고 살 사람도 아닌데, 뭘 그렇게 깐깐하게 구셨어요?”
이런 말에 그도 웃었다. 자기가 봐도 뭘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한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함께 평생을 같이할 배우자나 중요한 일을 함께해야 할 동료를 찾을 때는 요모조모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거쳐 가는 대상으로 ‘그러려니’ 하는 게 필요하다. 되는대로 넘어가는 유연함이 없으면 상호 피곤해지고 말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정말이지 제각각이다. 그 많은 사람 중 자기와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어떤 이는 헐렁헐렁하고, 어떤 이는 이해력이 달리고, 어떤 이는 자기 말만 하려 든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은 여간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아무튼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과도하면 폐단을 낳는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정성스럽게 들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가. 하지만 그것을 고수한 탓에, 그렇지 못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했고, 관계를 껄끄럽게 하고 말았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다.’라는 말이 이런 의미이지 싶다.
다시금 강조하는 것은 유연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은 유연성과 비례한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가 무난하게 관계하며 살아가는 데에는 유연성이 필수 덕목이다.
나아가 서두 말한 것처럼, 엄밀히 따져보면 좋다거나 나쁘다고 하는 건 우리의 관습적인 설정에 불과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충 넘겨야 하기도 하고, 꼼꼼하게 따져야 하기도 한다. 그때그때 적절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든 건 상대적으로 반응하며 흘러갈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첫댓글 "상황에 따라서는 대충 넘겨야 하기도 하고, 꼼꼼하게 따져야 하기도 한다.
그때그때 적절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심령 평안하게
영과 육 강건하게 잘~~~ 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다름 아닌 사제인데, 너무 정성스럽다 보면 그런 오류도 범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