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 휘청 거리며 걷는다
앞뒤로 힘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술취한 사람이 지개를 지고 가시는가?
갈지(之)자 걸음을 옮기는이 힘들어 보이는 구려...
지개는 지개 인데 물통을 양쪽으로 매달고 있다
어찌 보면 모양으로는 엄마의 저거리 같은 모양이다
아니다
허수아비 손 벌려 새를 쫒으시는 형상 이다
좌우로 지개끈을 매달아 놓았고
가운데로는 나무를 엮어 단단하게 연결을 지어놓았다
길게 늘여 놓은 소매가 있고
그 양끝으로는 갈고리가 달려 있다
그를 짊어지면 힘의 균형을 이루기가 힘들다
움직일때 마다 양족에 매달린 갈고리가 흔들거리며
음악을 틀어 주고 있다
덜렁덜렁 찌걱찌걱 그 소리의 화음이 잘 맞는다
둥그런 양철통이 두개 놓여 있고
가운데를 가로 지른 다리가 놓여있다
가운데를 가로 지른 다리 정 중앙에는 수줍은듯
쏘옥 하고 틈새를 내어 놓았는데
수줍은 처녀가 옆집 총각이 보이자 숩어 드는듯
아래로 숨으면서 코끝을 만지는 새악시
코끝 같기도 하고 입술 같은 자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이 물통의 가장 중심지가 된다
이 물통을 꿰어 물지개 양날개 위에 달려 있는
손가락 같은 고리에 새악시 입술같은
물통의 가운데를 얹어 놓으면
얀쪽 어깨 위로 균형을 맞추게 되어 지는데
앞으로 흔들 뒤로 흔들
장단지 약한 총각으리 다리를 흔들어 댄다
그 물통에 바가지 하나를 넣어 놓고는
빈통이지만 끄응 하면서 지고 일어 나는 총각의
종아리에는 힘줄이 불끈 솟아 오른다
그러면서 휘파람을 불며 불며 우물가로 발걸음을 재촉 한다
우물가애 당도 하니
동네 아낙들의 수다소리에 시누이 흉이 나오고
시 할머님의 자상 하심과
시어머님의 엄하신 분부에 대한 불만을 수다로 풀려 하는데
힐끔힐끔 옆집 도령의 눈치를 보고 있다
고초당초 맵다 한들 시집살이보다 매울쏘냐?
그렇게 그러하며 사는거지 별수 있냐?
우물가의 아낙들의 수다스런 이야기를 대충 대충 들으면서
두레박을 깊고깊은 우물 가운데로 넣는데
도르르 도르르 도르래 소리를 내는가 싶었는데
풍덩 하고 두레박 물에 잡기는 소리가 정겹다
얼릉 도르래 소리에 맞춰 새끼줄 보다 단단한 밧줄을 당겨 올려
물통에 물을 부어 놓는다
그렇게 열차레 하고 나니
가득찬 물통을 물지개 양쪽에 걸고 일어 나며
용을 쓴다
끄응 끄응
양다리에 힘을 주고 손으로는 양쪽에 고리를 잡는다
힘쓰는 그 순간에 출렁 하며 물 한바가지가
땅 바닥을 적시게 되니
옆집 아주머니 말씀이 앙칼지다
"총각 힘을 잘 쓰고 균형을 잘 잡아야지
물을 반통이나 흘리면 어떡혀"
그래 가지고 올 가을에는 옆동네 아가시 중매 하려 했는데
생각좀 혀 봐야 쓰겄네"
라고 너스레를 떤다
괜찮아유
부족 하면 한 지개 더 길러 오지유
그럴때 마다 아줌니 뵙고 인사도 드리고
잘 보여야 예쁜각시 맞선도 주선해 달라고 말씀
올리게 될건데 유"
"그려 물 잘 지고 가서 엄니한테 야단 맞지 말고
가마솥 한가득 부어 놓고 군불도 지피고 혀"
그렇게 연습을 해야 장가들면 자동으로 잘 할수 있는겨"
알았지 총각"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 먼저 가유"
물지개는 술이 취했다
앞으로 휘청 뒤로 휘청 거린다
그러면서 양철통에 물을 여기 저기로 넘치게 한다
아까운 물 인데....
물지개는 춤 사위를 잘 맞춘다
좌,우로 전,후로 장단에 맞춰서 몸을 흔들게 해 준다
휘청인듯 하다가 바로 가고
앞으로 쏠린듯 하다가 뒤로 밀린듯 한다
그렇게 장단을 맞출때 총각의 걸음은 가볍다
그렇지
다가 오는 봄에는 예쁜 각시를 만날수 있을테지...
그때는 물 한지개 지어다 주고
군불도 지펴 주어서 찬 물에 손 넣지 않도록 해 줘야지...
맑은물을 한 가득 담았노라
푸른물을 한 가득 담았노라
그 물을 길어 우리 식구 알콩달콩 건강하게
기쁘게 살도록 하리라...
물지개는 그렇게 춤사위 흥겹게 오늘도
골목을 누비고 사립문을 지나 부억 가마솥으로
향한다....
쏴아~~
물을 가득 솥에 부어 넣는다
시원함이 종아리로 올라 온다
그려...
잘 해야지
어머님 께도 내가 함께할 각씨 에게도...
씨익 웃는 그 미소가 참으로 포근 하다.
첫댓글 ㅋㅋㅋ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아침마다 학교 가기전에 물 두 지게씩
길어다 놓고 가던 그 시절이 생각나며
엄마가 생각이 나네요
물 길어 놓고 학교 가는 내게 미안해
하시면서 좋아하시던 ~~
엄마는 몸이 허약하셔서 물지게를
못지니까 꼭 아침마다 일찍 물을 길어
놓고 등교하곤 했는데~~
맏딸 노릇하느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