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이 기르던 애완동물 햄스터가 어제 죽었습니다.
큰딸애가 제 친구네서 올 9월에 얻어온 녀석이지요.
바로 어제입니다.
작은애가 햄스터 별장을 만들어 준다고는 종이박스로 열심히 뭔가를 만들더군요.
제 언니도 함께 붙어서 빈 틈 없이 공간을 막고는,
비닐 포장지로 겉면도 글루건을 쏴 가면서 치장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끼어들어서는 종이박스를 잘라주고,
톱밥 흘린다고 더 촘촘하게 유리테이프를 붙여주었습니다.
색종이도 찢어서 붙이고, 예쁘게 종이박스 별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완성된 박스 속에 톱밥을 깔고는 쳇바퀴도 넣어주고,
어두운 것을 좋아한다고 세모 지붕도 만들어서는 아늑하게 꾸몄지요.
그리고 새로 만든 이 집에 넣어서 한 30분 정도 두었던가요?
그러고는 다시 제 원래 집으로 옮겨 주었다는군요.
제가 씻고 있는데, 작은딸이 와서는
"엄마, 푸딩(작은딸이 부르는 햄스터의 애칭)이 죽었어." 합니다.
저는 작은딸이 장난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종이박스에 넣었을 때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며 놀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에이, 거짓말 하지 마. 좀 전까지도 잘 놀았는데 왜 죽어?" 했더니만,
"진짜 죽었어." 합니다.
나가서 햄스터를 건드려 봤더니, 정말 축 늘어져 있네요.
아마도 종이박스를 치장한다고 사용한 접착제 성분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유리테이프의 독가스, 글루건 본드의 독가스 등이 햄스터를 질식사시킨 듯 합니다.
그리고 톱밥 흘린다고 숨구멍을 남기지 않은 것도 문제구요.
큰딸이 눈이 퉁퉁 부어서는 울고불고 난리가 아닙니다.
작은딸은 비죽비죽 울기 시작하더니,
"내가 맨 처음에 별장 만들자고 했어. 그래서 죽었어."하며 대성통곡을 합니다.
갑자기 초상집 분위기가 나더군요.
그러면서 밖에 묻어주어야 한다고 하네요.
저희 부부는 살아날 지 모르니까,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상황 봐가며 묻어주자고 했지만,
"우리 방에 시체 있는 것 싫어. 정말 죽었으니까, 지금 묻어줄래."해서는
아빠와 애들이 햄스터를 흰 종이에 곱게 싸서 아파트 뒤 공원의 양지에 있는 나무 밑에 묻어 주었습니다.
수목장을 치뤄준 것이지요.
그리고는 밤에 큰딸애가 햄스터 장례식을 치뤄 준다고
햄스터의 유품들을 책상에 모두 모아 놓고는 108배를 하더군요.
평소에 엄마랑 108배 하자고 해도 채 50번도 안하고 도망가던 딸이 말입니다.
그러고는 다리 아프다고 낑낑거립니다.
죽음은 정말 한순간이더군요.
어쩌면 그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할까요?
멀쩡하게 잘 살던 녀석을 우리들의 무식함과 부주의때문에 죽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30분 전까지도 멀쩡하던 녀석이 접착제들의 독성분에 질식사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의 독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첫댓글 생명의 존귀함은 무엇이든 똑 같지요. 그래서 죽음은 늘 슬프고... 저도 햄스터 두마리 키워봤는데 어느날 한마리가 짝을 글쎄 다 갉아 먹었더라구요... 죽일수도 없고... 내다 버렸습니다.
어린 감성이 많이 다쳤겠네요...ㅠㅠㅠ..
그런일이.........거참......
에공~~~
아...새집증후군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네요. 햄스터의 명복을 빕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