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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02
S#1. 태하의 집 (M)
태하 : (원두 넣으며, 여름 쪽 안보고) 커피 마실래?
여름 : 어떻게 된 일이야?
태하 : (돌아보지 않고, 커피 만들려고)
여름 : 어떡하다가... 우리. / 어젯밤 한 침대에서 잔거야..?
태하 : (가만히, 커피머신 앞에 멈추고 서있다가 돌아본다) 하나도 기억 안 나, 어젯밤 일?
여름 : !
태하 : 좋았을텐데, 기억이 안난다니 아쉽네.. (여름의 불안에 도장을 찍듯, 차갑게) 난 좋았어. 어젯밤.
-여름, 태하의 그 말에 숨이 탁 막히는 기분인데..
S#2. 여름의 집 앞 (M)
솔 : 남선생이 선 봤잖아! 어디서 술 마시고 뻗은 거 같애. 속상해서. 나같아도 그냥은 못 넘어갔다.
/ (준호보며) 작년에 아버님 기일에도 걔 그랬잖아. 술취해 공원서 자다가 지구대에 끌려간 거 기억 안나?
/ 그렇게 살지 말어, 남선생. (하진 흘기고 마당으로 뛰어 들어가고)
준호 : (그랬을까?)
하진 : (그래도 거짓말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준호 : 일단 들어가자. (안으로)
-하진, 준호를 느리게 따라간다.
-앞서가는 둘을 보며, 여름의 거짓말을 떠올리는 하진. 걷는 하진과 1부 교차편집.
여름 : 도준호랑 솔이랑 싸워서 지금 생일케잌 자를 분위기가 아니라구.
여름 : 엄마가 며칠 내내 잠을 못자서.. 지금 링거라도 맞혀야할 거 같애..
-전부 거짓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하진. 대문 쪽을 다시 돌아본다.
S#3. 태하의 집 (M)
-태하, 여름에게 커피잔을 내민다.
여름, 얼결에 받고, 마시는 태하를 본다.
여름 : ....우리.... / (망설이다가 정면으로 보며) 잤니?
태하 : (여유롭게 커피 마시고)
여름 : (커피잔 놓고) 잤냐구. 우리!
태하 : 내가 잤다고 인정하면 곤란하지 않나, 남자친구도 있는데.
여름 : (부들부들 떨리는데)
태하 : (여유만만) 그냥 계속 기억나지 않는 척 넘어가는 건 어때? 아무 일도 없었다고 믿고 싶으면 그렇게 믿든가.
그 편이 훨씬 안전하지 않나? (긴장한 여름 느끼면서, 느긋하게 커피 마시고)
여름 : 거짓말.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거든?! (불안하게... 자신에게 세뇌시키듯)
태하 : (커피 마시고, 잔 놓고, 느긋하게 보며) 밤에만 뜨거워진 줄 알았더니 아침에도 뜨거워졌구나..?
(놀리듯 다가가는) 이러면 애인한테 돌려보내기 싫어지는데.. (바짝 다가간다. 여름의 얼굴로 손을 뻗는)
여름 : (몸은 밀리지만, 탁 쳐내며, 강단있게) 하지마. (노려보며) 넌 날 돌려 보냈어야했어.
태하 : 무슨 수로?
여름 : 어떤 방법을 쓰든. 핸드폰 가지고 있었잖아. 솔이랑 준호 불렀어야지. 사귀는 사람 있는 거 뻔히 알면서,
태하 : (OL, 무심하게 툭 던지듯이) 보내기 싫더라구.
여름 : (무슨 뜻이지, 하고 본다)
태하 : (보며) 보내기 싫었어. 하루쯤은 같이 있고 싶었어.
여름 : 무슨.... 뜻이야?
태하 : 말 그대로야. 가끔 니 생각, 했으니까.
여름 : (그렇게 헤어져놓고? 복잡한 얼굴로 본다)
태하 : 아침 먹고 갈래? / 생일이잖아.
여름 : 맞아. 생일이니까 좋은 사람들이랑 같이 있어야지!
태하 : (보면)
여름 : (가방 챙겨, 보며) 갈게. / 두 번 다시 볼 일 없었으면 좋겠어.
태하 : (굳은 얼굴로 그대로 보고만 있다)
-닫히는 문. 굳은 얼굴의 태하..
여름(E) : 최악이에요.
S#4. 태하의 집 앞, 거리 (M)
여름 : (후회와 자책으로 눈가가 젖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기억이 잘 안나는 부분이 있으니까...
(후- 호흡하며 감정을 정리하고) 강태하 집에서 잠을 자다니... / ...남자친구한테 거짓말이나 하구...
(정말 울고 싶다, 성북동의 한적한 주택가 둘러보는.. 여긴 어디지?)
S#5. 여름의 집, 거실 + 주방 (M)
-거실. 여름의 이름을 핸드폰에 띄워놓고 보는 하진. 전화하기 망설여지고.
주방의 신윤희가 장미꽃을 병에 꽂고 있다. 식탁 차리고 있는 준호와 솔도 보이고.
신윤희 : 남선생, 정말 자상하다. 어떻게 내꺼까지 챙겼을까. / 남선생-. 그냥 와, 밥부터 먹자. 통화했으니까 오겠지, 곧.
-웃는 얼굴로 네, 어머니. 해놓고.. 망설이다가, 굳은 얼굴로 핸드폰 위치추적 어플 실행시키는 하진.
S#6. 성북동 + 택시 안 (M)
-택시가 와서 서면, 여름. 택시에 탄다.
-여름, 앉으며 ‘부암동요’ 말하고, 출발하는 택시 속에서 멀어지는 동네를 돌아본다.
여름 : 아저씨, 여기가 어디예요?
기사 : 네? (니가 타놓고 몰라? 룸미러 보며 얼떨떨) 여기.. 성북동이잖아요.
S#7. 여름의 집, 거실 (M)
-핸드폰 화면.. 여름의 위치가 성북동으로 잡힌다. 더더욱 의문이 짙어지는 하진.. 굳고.
하진(E) : 이해할 수 없어요.. 여름인.. 여기 왜 간 거죠?
S#8. 하진의 진료실 (D)
-하진, 가운 갈아입고 쟈켓 옷걸이에 걸려다가 문득 호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 꺼낸다.
책상으로 가 반지케이스 열어보는 하진..
-핸드폰을 들어 여름에게 문자를 보내려한다. ‘어디야?’라고 쓰고는 전송버튼 누르려다가 반지를 다시 본다.
결국 지운다. 다시 문자를 쓴다.
S#9. 여름의 집, 주방 (D)
-여름, 차려놓은 생일상 앞에서 하진의 문자를 확인 중이다. 솔과 준호는 생일 케잌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하진(E) : 미역국은 챙겨 먹었어?
여름(E) : (미안한 얼굴로 문자를 찍는다) 막 집에 도착해서 먹을려구 해.
-다시 하진에게서 문자가 온다.
하진(E) : 촛불 켜줄 사람은 있어?
-준호와 솔, 생일축하노래를 부른다.
여름(E) : 어.. 준호와 솔이랑 같이. 지금 생일송 불러주고 있어.
하진(E) : 한여름. 사랑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여름, 생일송을 들으며 문자를 오랫동안 본다. 눈가가 젖는다. 하진을 속인 것 같은 자책으로 마음 아프다.
-복잡한 마음 털어내고 촛불을 후- 불어 끄는 여름.
준호 : 자- 축하는 여기까지. 시간 줄여 간단히 말하자. 어젯밤 어디서 잤어?
여름 : 미안. 샤워부터 좀 할게. (일어나려는데)
준호 : 너 태하 만났지?!
여름 : (굳는)
솔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여름 : ....죽고 싶어..
솔 : (입 딱 벌리고!) 뭐야.. 강태하랑 같이 있었어?
준호 : (걱정스럽게 여름 보고)
여름 : 호텔서.. 핸드폰이 바뀌었어. 강태하랑. / 그거 바꾸려고 만났다가,
솔 : 잤어, 안잤어? / 그러니까 내말은.. / 했냐구.
준호 : 윤솔, 넌 입 다물고 좀 있어.
솔 : 안 궁금해?
준호 : (죽일 듯 솔 보고, 여름에게 시선 돌려) 핸드폰 바꾸려다가 잤다..? 동선이 안 나오잖아. 동선이.
여름 : 설명할 수 없어.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솔 : (준호에게) 남선생한테 뭐라구 해?
준호 : 안 잤다고 해야지!! 말이라구 그걸.
여름 : .....
S#10. 봄봄 성형외과 진료실 (D)
-여자가 수술복 입고 앉아있고, 수술 가운 입은 준호와 하진. 매직펜 들고 여자의 얼굴을 디자인 하고 있고.
여자 : 두분이 같이 하시는 거에요?
준호 : 쌍거풀, 앞트임, 뒤트임은 제가 할 거구요.
하진 : (OL) 턱하고 광대는 제가.. (광대쪽 펜으로 그리는데)
준호 : (OL) 잠깐만. 광대가 그러면 눈은 조금만 찢죠.
하진 : (펜 자국 가득한 여자의 얼굴 보며) 작품 나오겠는데요.
S#11. 봄봄 성형외과, 일각 (D)
-수술복을 벗는 준호와 하진.
준호 : (흘끔흘끔 하진을 보다가) 참.. 한여름.. 솔이 말이 맞았어. 술 마시고 공원에서 빌빌대다가, 지구대에서 잤대.
/ 너 선 본게 엄청 충격인 가봐. 니가 잘못했으니까 봐 줘라.
하진 : (말없이 수술복을 벗고)
준호 : 내가 엄청 혼내줬어. / 옛날엔 안 그랬는데 아버지 돌아가신 후부터 그래. 술버릇 고쳐야돼, 걔.
하진 : (속을 알 수 없게.. 웃는)
준호(E) : (그런 하진 살피는 위로) 일단은 그렇게 말했어.
S#12. 여름의 공방, 전시실 (N)
준호 : (퇴근해서 여름 앞에 서있다) 그렇게 믿는 눈치야.
여름 : (책상에 엎드려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내가 그렇게 거짓말을 했는데, 어떻게 믿어. 오빠 말을.
/ 나 좋아하니까 눈 감고 속아주는 척 하겠지.. 하진씨를 그렇게 몰라?
솔 : 전화 해봐, 니가.
여름 : (핸드폰만 보고)
준호 : 내가 내일 다시 말해볼게.
S#13. 신윤희의 작업실 (N)
-신윤희와 장기은 일하는 중.
신윤희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본다.
여름(E) : 엄마. 이렇게 더운 여름에 여름이 낳느라 고생했어요. 사랑해!!!
-신윤희, 피식 웃고..
-현관 자물쇠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소리에 돌아보는 신윤희와 장기은. 배민수가 들어선다.
장기은 : 대표님 오셨네. (인사하고)
배민수 : (신발 벗으려면)
신윤희 : 잠깐! 너 여긴 왜 또 왔어?
배민수 : (말없이 들어와 윗옷을 벗는다)
신윤희 : (가서 말리는) 왜 왔냐니까. 대본 안 밀리고 제때 보내줘, 시청률 잘 나와, 왜 자꾸 오는건데, 왜?
제작비 줄여주니까 편해서 죽겠니?
배민수 : 나 잠 좀 자고 가자.. 사흘 동안 차에서 두시간 잤어.
신윤희 : (기막혀) 그니까 집으로 가지, 왜 맨날 남의 작업실에 와서 자냐구. 왜?!
배민수 : 집에선 1분도 못 자.
신윤희 : !!
배민수 : 죽은 마누라가 온 집안을 돌아다녀. 잘려고 누우면 씻고자라, 양치질 하고 자라, 속옷 갈아입어라,
온갖 잔소리를 다 해대고, 미주알 고주알 케케묵은 이십년 전 일까지 다 따지고,
신윤희 : (OL) 그니까 살아있을 때 좀 잘하지.
배민수 : 윤희야.. 나 여기서 좀 자구 갈게. 조용히 저 소파에서 너 밤샐동안 끽소리 안하고 잠만 자구 갈게.
그래도 여기선 잠을 좀 자잖아, 내가.
-신윤희, 노려보다가 대답않고 책상으로 가 앉는다.
장기은이 욕실 가리킨다. ‘씻으세요, 얼른’ 하는.
배민수 : (겉옷 대충 걸쳐놓고 욕실로 가며 신윤희 뒤통수에 대고) 고맙다. 윤희야. 너 밖에 없다.
신윤희 : (모니터만 보는)
배민수 : (욕실로 아웃)
장기은 : 대표님 편한 옷이라도 한 벌 사다놓을까요?
신윤희 : (골치 아픈지 이마에 손을 갖다대는데)
장기은 : (마음 아픈 걸로 오해했다) 속상하시겠어요.. 두분 이십년이 넘는 친구라면서.. / 사모님 돌아가시고 힘드신가봐요.
신윤희 : 신발 좀 치워.
장기은 : 네?
신윤희 : 난 정말 저 냄새 때문에 죽겠어.
장기은 : (현관 쪽으로 가면)
신윤희 : 밖으로 내놔. 더러워 죽겠어. 진짜.
S#14. 신윤희의 작업실, 앞 (N)
-장기은이 배민수의 신발을 갖고 나와 밖으로 내놓는다.
S#15. 봄봄 성형외과, 일각 (D) -다음날
-생즙 빨대 꽂아 하진에게 내미는 준호.
준호 : 여름이 전화 기다리는 눈치던데.. 전화 안해봐?
하진 : (챠트 보면서 받아 마시기만 하고)
준호 : (속을 모르겠네, 이 자식..)
아림(E) : 도준호 선생님!
-아림(흉터 가리지 말고 당당히 그대로 드러내놓고 반팔을 입은)이 성큼성큼 준호에게 다가오고 있다.
간호사 몇 명 아림을 말리고, 뿌리치고 오는 아림.
아림 : (준호에게) 저 아시죠?
준호 : (안면은 있는데? 갸웃) 지난번에 코 하신 분....?
아림 : 제 코는 자연산이거든요?
하진 : (픽 웃으며 아림을 보고)
준호 : (생각났다. 손에 든 생즙 보며) 아, 생즙!!!!
아림 : 맞아요. 댁 덕분에 짤렸어요, 저.
준호 : 아니 난 자르라고 한 적은 없는데.
아림 : 몇 번 배달 실수가 있었던 거 인정해요.
준호 : 몇 번이 아니라, 계속. / 두 번에 한번.
아림 : (준호 팔을 잡으며) 잘못했어요. 선생님은 당당히 주문한 걸 마실 권리가 있고, 그 권리, 제가 잘 지켜드릴께요.
/ 잘 할게요. 이제..
-아림 팔 떨쳐내려는 준호와 꼭 잡은 아림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보던 하진.., 문득 아림의 팔에 긴 흉터가 눈에 들어온다.
하진. 굳는데.
준호 : 난 한달을 참았어요. 그쪽은 배달에 재능없어요. 짤린 김에 그만둬요. (가려고)
아림 : (잡고) 아, 배달을 재능으로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하진 : (아림의 흉터.. 유심히 보고)
준호 : 다른 거 해서 먹고 살아요.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거. / 그리고 팔은 좀 놓구, (떨치려하고 하지만)
아림 : (꼭 붙들고) 아, 몇 번 주문이랑 다른 거 넣었다구 이렇게 못되게 구는 게 어딨어요?
/ 배달사원 바꾸기로 한 거 취소하세요. / 제발요.
-하는데, 문득 아림의 팔목을 잡는 손. 하진이다.
아림과 준호, 왜 이러나.. 하진을 보는데...
하진 : (아림의 팔을 잡고 준호의 팔에서 떼어내고 흉터를 보는)
아림 : (팔 떼어내며) 왜 이래요.. (다시 준호에게) 선생님..
하진 : (다시 잡고 보는) 이 흉터.. 어디서 다쳤어요?
준호 : (이상해서 하진을 보는)
아림 : 어릴 적에 산에 갔다가요.
하진 : !!
아림 : 근데 왜요?
하진 : (그대로 충격으로 아림을 보는)
준호 : (그런 하진을 보고, 아림일 수도 있겠다는 걸 눈치챘다)
아림 : (이상한 아저씨네, 하는 투로 하진을 보고, 준호에게 시선 옮겨) 지점에 다시 전화하실 거죠?
준호 : (하진을 건너다보고, 아림에게) 이름이 뭐에요?
하진 : (준호와 눈길 주고받고)
아림 : 내 이름 알아서 뭐하게요?
준호 : 이름을 알아야, 취소를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에요.
아림 : (표정 밝아져서) 안아림요. 안아림.
하진준호 : !!!
S#16. 하진의 방 (D)
-하진, 무거운 얼굴로 들어오면.. 뒤따라 들어오는 하진.
준호 : (뒤따라오며) 니가 찾던 걔, 맞는 거 같아?
하진 : 흉터는 분명해. 이름.. 형도 들었잖아. 흔한 이름도 아니고.
준호 : 내가 좀 알아볼까? 이왕 지점에 전화하는 김에.
하진 : .......
S#17. 여름의 공방, 전시실 (N)
-여름과 솔, 가구 배치를 막 바꿔놓는 참이다.
솔 : 남선생한텐 오늘도 연락 없어?
여름 : 몰라. 묻지마. / 아.. 왜 전화도 없지... 불안해 죽겠어..
-입구 벨 소리 들리고 하진이 들어온다.
솔 : 어, 남선생.
여름 : (긴장해서 보는)
하진 : (환히 웃는) 저녁 먹자. 아직 안 먹었지?
여름 : (솔) 그럴래?
솔 : (하진 눈치보며) 난 빼줘. 홈페이지 봐야 돼.
S#18. 어느 레스토랑 (N)
-식사중인 여름과 하진. 하진의 표정 살피는 여름... 하진과 눈 마주치면 얼른 밥 먹는 척.
하진 : 나한테 할 이야기 없어?
여름 : (고개 젓고)
하진 : (복잡하게 웃는다. 잠깐 망설이다가) 그젯밤.. 너...
여름 : (긴장)
하진 : 생일 전날.. 어디서 잤어? (바로) 아니, 질문이 잘못됐다. 비겁했어. / 다시 말할게. 그냥은 못 넘어가겠어.
(따지는 느낌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차분한) 사실은. (사이) 핸드폰 위치, 확인했었어..
여름 : !
하진 : 걱정이 되기도 했고, 솔직히.. 이해가 좀 안가기도 했어.. 그 어플 내 핸드폰에 깔아놓은 건 너잖아.. 그 시간에.. 성북동..
/ 나한테 거짓말까지 하고... / 난.. 좀 이해가 안가.
여름 : ....왜 어제 안 물어봤어?
하진 : 생일이었으니까. 생일만큼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여름(E) : (고개 떨구고 망설이는 위로) 사실대로 말해도 될까.. 고민했어요.
하진 :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다)
여름 : .....미안해..
하진(E)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다.) 여름이 입에서 그 말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름 : ...미안해. 하진씨..
하진 : (굳어서) 미안하다니.. / 너... 그게... 무슨 뜻이야...?
/ (믿어지지 않는, 차마 말 잊지 못하고, 충격으로 보는) 다시 말해봐. 미안하다는 말이 전부야?
여름 : 호텔서 만난 남자랑 핸드폰이 바뀌었고, 핸드폰 바꾸러 갔다가... 그 남자 집에서 자게 됐어.
하진씨 어머니 뵙고 와서 진주집에서 술 마셨거든. 좀.. 많이 취했었어...
하진 : (OL)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으면 나한테 전화를 했어야지!
여름 : 나 취한 거 싫어하잖아....
하진 : 아무리 그래도 전활 했어야지!!
여름 :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 / 그냥 넘어가주면 안돼?
하진 : (OL)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이야? 내가 너 술 취하면 어떡하는지 몰라서?
여름 : (무슨 뜻일까?)
하진 : 너, 술 취하면 아무한테나 막 웃고, 애교 떨면서 끼부리잖아!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공원에서, 술 취해서, (해놓고 보니 아차 싶다)
여름 : !!!!
-플래시백, 1부. 공원에서 키스하는 둘.
여름 : 그러니까, 지금 하진씨 말은... 내가 술만 마시면 헤퍼진다.. 그거야?
하진 : (OL) 말이 잘못 나왔어. 그 뜻 아냐.
여름 : 내가 아무 남자한테나 그러는 애로 보여? / 난 하진씨가 좋았으니까, (하고 숨이 탁 막히고)
하진 : .....
여름 : (보다가 가방 챙겨 들고 일어난다)
하진 : (후- 보다가 따라 일어난다)
S#19. 레스토랑 앞 (N)
-하진, 달려나와 지갑을 넣으며 여름을 찾는다.
저만치 걷고 있는 여름. 달려가서 손잡는 하진.
하진 : (침착하게 보며) 데려다줄게.
여름 : (손 떨치고) 당분간 전화하지 마.
하진 : (가만히 보다가) 알았어. 전화 안 할게. 그래도 집엔 같이 가자.
여름 : 아니, 갈 데가 있어.
하진 : 어디...?!!
여름 : 어딜 가든.
하진 : (보다가 그대로 둬야겠다, 싶다) 아까 말한 거... 그런 뜻은 아니었어.
상처 받은 거 알겠는데, 오해는 풀고 괜히 힘들어 하지마. 내가 잘못했어. (쟈켓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내민다)
여름 : (뭐야? 보는)
하진 : 가지구 가. 현금, 만원짜리 한 장 넣고 다니는 애잖아. 너.
여름 : (미안하고 그 마음 느껴져서 그대로 보는)
하진 : (손에 쥐어주며) 집에 못 데려줘서 안심이 안돼서 그래. 시키는 대로 전화 안할 테니까, 니가 하고 싶을 때 전화해.
여름 : (눈물 맺혀서 보는데)
하진 : 조심해서 들어가.
-하진, 등 돌려 간다. 가는 하진을 보는 여름..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한데...
S#20. 동물 병원, 진료실 (N)
-토끼에게 주사를 막 놓고 문질러주는 의사.
수의사 : (태하보며) 너무 더럽다 생각되면 간단히 물티슈로 닦아주는 정도만 하세요. 혼자서도 충분히 그루밍하니까.
다행히 귀에 물이 안 들어간 모양이니까 앞으론 조심하시구요.
태하 : (고개 끄덕이고) 케이지하고 사료 구입할 수 있죠?
수의사 : 나가서 직원에게 부탁하세요. 참, 이 녀석 암컷인 건 아시죠? 이름은 지었어요? 이름이 있어야, 정이 빨리 들텐데.
태하 : ...
S#21. 태하의 집 앞 (N)
-운전하는 태하, 저만치 집이 가까워지면 집 앞에 쪼그리고 앉은 여름이 보인다.
다가가 차 세우는 태하. 내리면, 여름이 엉거주춤 일어나는데.
여름에겐 별 말 없이 토끼 든 케이지와 사료 등등을 차에서 꺼내고, 여름은 그런 태하를 보고 섰다.
태하 : 어쩐 일이야? (대문 버튼 누르고) 다신 만날 일 없다더니.
여름 : ....확인할 게 있어서 왔어.
S#22. 태하의 집 (N)
-태하, 들어서서 토끼 내려놓으면, 여름이 먼저 들어간다.
여름 : (방을 훑어보며, 그날을 재현해 보는거다) 신발을 벗었고, 안으로 들어섰고....
(눈으로 쭉 훑다가) 아, 맞다. 화장실. 들어갔다 나왔고, 그래.. 토끼 목욕 시키다가.. 맞아. 물벼락을 맞았어. 그치?
태하 : (그대로 보는데)
여름 : 그 다음이 생각이 안나. 내 옷은 어쩌다 벗겨졌어? 설마 강태하씨가 벗긴 건 아니지?
태하 : (기막혀) 이러다 고소하겠다?
여름 : 남자친구랑..... 싸웠어... 그날 밤 일 때문에.
태하 : 거짓말, 잘 하던데. 안속아? / 남자가 자꾸 그날 일을 물어보는 건 안심을 시켜달란 말일 걸?
여름 : 거짓말로 안심시키는 게 아니라, 떳떳하게 말하고 싶어. / 욕실에서 나와서 어떻게 된 거야?
태하 : (OL) 헤어질 생각은 없나보네.
여름 : ....
태하 : 너 몰래 선보고 다니는 남자잖아. / 자존심.. 같은 건 없어?
여름 : (보다가, 못되게) 어. 없어. 자존심 같은 거 생각도 못할 만큼 괜찮은 남자니까.
태하 : (무슨 생각인지, 픽 웃는다. 이내 잔인하게, 상처주고 싶다) 맞아. 연애할 때, 넌... / 자존심 같은 거 없었어.
나 만날 때도 그랬으니까.
-태하, 말없이 위스키를 따른다. 잠깐 목을 축이고,
여름 :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거고.
태하 : (보다가, 혼잣말처럼) 사랑..? 넌 진짜 사랑이 쉽구나..? (화나고, 술 잔 비운다)
S#23. 여름의 집 앞 (N)
-불이 꺼진 여름의 집, 대문 앞에 차를 세워놓고 하진이 서있다.
하진 : (인터뷰) 여름이 기다려요. 아직 집에 안 들어왔대서.. / 아까 그렇게 헤어지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요.
이해가 안가긴 하지만... / 사랑을 머리로 하는 건 아니니까요.. / 아마 저한테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거예요..
/ 그냥 전 믿기로 했어요. 사랑하는 여자니까.
하진 : (저쪽 골목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리저리 보며, 혼잣말) 근데, 얜 왜 안 오지? 속상해서 어디 가서 또 술 먹나..?
S#24. 태하의 집 (N)
태하 : 남자 친구 자랑하러 왔어? / 있는 그대로 해명해. 호텔서 만난 그 남자가 오년을 사귄 남자고, 핸드폰 바꾸려다가 잤다고.
여름 : 안잤잖아. 우리!!! / 안잤어! / 말해줘. 그날 일, 있는 그대로.
태하 : (다시 잔에 위스키 따르고)
여름 : (그대로 보는)
태하 : 뻔하잖아. 우린 물에 젖었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으니까.
-태하가 드레스룸이나 옷장 쪽을 본다.
-거기, 그날의 태하가 새 셔츠로 갈아입고 있다.
그날의여름(E) : 그냥 아무 옷이나 줘.
-그날의 태하가 돌아보면, 여름이 침대에서 이불로 몸을 감싼채 앉아있다. 바닥에는 젖은 옷.
그날의태하 : (셔츠 대충 잠그며 옷장을 훑는) 여자 옷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날의여름 : 적당한 옷 아무거나 괜찮다니까. 대충 입고 가면 돼. (에취- 기침하고)
-그날의 태하가 적당한 옷을 골라서 갸웃하고는 들고 침대 쪽으로 이동한다. 여름은 이미 잠이 들었다.
태하 : 얼마나 무신경하면 남의 집에서 그렇게 쉽게 잠들지?
여름 : 옷은 어떻게 말렸어? 아침에 보니 다 말라있던데.
-그날의 태하가 한쪽에 서서 다림질을 한다.
태하 : (그날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그냥 걸어두니까 알아서 마르던데?
여름 : 아무리 그래도 날 그대로 두면 어떡해? 흔들어 깨웠어야지!
태하 : 내가 안 깨웠겠어?!!!
-말과는 달리 조심조심 옷을 옷걸이에 거는 그날의 태하.
다리미판을 접으려다가 소리에 여름이 깰까봐 돌아보고. 다리미와 다리미판을 까치발로 한쪽에 치워놓는.
여름 : 그래도 같이 잔 건 말이 안 되잖아.
태하 : 소파에 너 옮겼고, 난 침대에서 잤어.
여름 : 매너없어...
태하 : 집 주인은 나야. 침대는 내꺼고. / 소파에 재워준 것도 고마운 줄 알아.
-협탁등을 켜는 그날의 태하. 침대 한쪽에 걸터 앉는다.
이불 밖으로 나온 여름의 손을 이불 안으로 들여다 놓으려던 태하.. 잡힌 여름의 손을 본다.
여름의 손을 끌어당겨 자기 앞에 놓고 꾹 잡는 태하..
그런데, 여름이 태하 쪽으로 다가온다. 태하의 다리를 베고 눕는다. 잡힌 태하의 손을 여름이 더 꾹 눌러 잡는다.
그날의여름 : (잠꼬대다) 미워... 강태하...
-그날의 태하가 여름을 가만히 본다. 손을 잡은 채, 그대로 자기 팔을 베고 눕는다. 여름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날의태하 : 넌 아직도 내가 그렇게 밉니?
-그날의 태하, 여름을 애틋하게 본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날의 둘을 보는 태하.. 눈가가 깊어진다..
여름 : 근데.. 소파에서 잤는데, 왜 다음날 아침이 침대야?!
태하 : 내가 어떻게 알아? 니가 자다가 왔겠지, 내 침대로!
여름 : 됐어. 이제 볼 일 서로 없을테니까.
태하 : (복잡한 얼굴로 잔 들어 마시는)
-여름, 토끼한테 가서 토끼를 안아 올린다. 그런 여름을 깊은 눈으로 보는 태하..
여름 : 니네 주인 까칠해. 마음을 굳건히 하고 살어..
태하 : (그대로 보는) 지금이라도 데려가.
여름 : (내려놓고) 갈께. 어쨌든 고마웠어. 그날도, 오늘도. 호텔에서 만나서 지금까지 다.
얄미운 건 많지만 마무리는 잘 하자. (손 내밀고)
태하 : (내민 손 보다가 자신의 팔을 팔짱끼고는 여름을 보며) 우리가 손잡을 만큼 친해?
여름 : (기막혀 손 거두고 토끼 돌아보고) 잘 있어. 언니 간다. (태하 보며) 버리지 말아. 토끼. (하고 현관 쪽으로)
태하 : 나를 어떻게 보고..
여름 : (OL) 알만큼은 알아. 세상에서 제일 이기적이고, 까칠한 남자.
태하 : 칭찬 끝났으면, 가기나 하시지.
여름 : 잘 있어. (다시 토끼한테 싱긋 웃으며 손 흔든다) 안녕!!
-여름이 나가고 문이 닫힌다. 혼자 남은 태하. 닫힌 문을 보며 서있다. F.O
S#25. 여름의 집, 거실 (M)
-적당히 스트레칭하며, 이층 계단을 올라가는 여름.
S#26. 여름의 집, 이층 (M)
-여름 이층 욕실로 들어서면, 방에서 나오는 준호.
S#27. 여름의 집, 이층 욕실 (M)
-장난끼 있는 얼굴로 커플링 빼서 세면대 위에 올려두고, 칫솔 꺼내어 양치질을 하는 여름.
-잠결인 듯 문득 들어서다가 여름을 발견하고 놀라는 준호.
준호 : 너 왜 내 욕실 써?
여름 : 일층은 솔이가 샤워해. (양치질한다)
준호 : (옆에 와서 치약 눌러 짜며) 어제 하진이 내내 집앞에서 기다리다 갔어. 들어오래도 안 들어오고. / 그런 놈이 어딨냐, 진짜.
여름 : (입 헹구고) 나도 속상해... 마음이 너무 아파... (나간다)
준호 : (저게 진심일까? 하다가 문득 반지 보고. 헉!)
S#28. 하진의 진료실 (D)
준호 : (하진의 진료실에 찾아와) 여름이 반지 뺐더라? (커플링 책상에 올려 놓고) 이것도 전해주래. (하진의 지갑도 올려놓고)
하진 : ..... (대답없이 커플링과 지갑을 보는. 그러나 하진이 손엔 그대로 커플링 끼워져있고)
S#29. 여름의 집, 주방 (N)
-밥 먹고 있는 여름. 그 옆에 서있는 준호.
준호 : 반지, 나 보라구 뺐지? 하진이한테 말하라구.
여름 : (텅 빈 밥그릇 보여주며) 나, 내내 밥도 굶고 있어...
S#30. 하진의 진료실 (D)
준호 : 걔 밥도 안 먹어. 사흘동안 물만 마시구 있다니까.
하진 : .....성북동 이야긴 제대로 물어봤어? (얼굴이 해쓱하다)
S#31. 여름의 방 (N)
준호 : (문가에 서서 여름에게) 여전히 신경 쓰던데? 솔직히 남자 입장에서, 그게 용납하기 쉬운 일은 아니야...
여름 : (얼굴에 팩 붙이고 돌아보며) 나, 그 이야기 듣고 엄청 울었다 그래..
S#32. 어느 식당 (D)
-밥먹는 하진과 준호.
준호 : 그냥..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 야.. 그냥 술 취해서 잔거래.. 남잔 침대서, 여름인 소파에서.
그래도 니가 신경 쓸까봐 공원서 잤다구,
하진 : (OL, 숟가락 놓고 입 닦는)
준호 : 그만 먹게?
하진 : 형은 나 힘들어하는 건 안 보여?
준호 : 사실... 니가 더 안됐다는 건 알겠어.. 나도.
S#33. 여름의 방 (N)
준호 : 순진한 애를 들었다 놨다, 너 가만 보면 진짜 여우야.
여름 : (큰 상자 하나 들고 오며) 응. 나 여우야. (척 상자 안기고) 남하진 한테 갖다줘.
S#34. 하진의 집 (N)
-상자를 열어 내용물 보는 하진.
하진이 준 선물들.. 노트나 책, 귀고리, 목걸이, 여러 가지 옷들.. 향수.. 신발.. 둘이 함께 찍은 사진 액자.. 기타등등.
하진의 얼굴이 까칠하다. 여름의 진심 모른 채 혼자 속앓이 꽤나 한 얼굴.
S#35. 준호의 진료실 (D)
-준호의 책상 위에 척 올려지는 쇼핑백.
준호 : 너도 끝내게?
하진 : 죽이야.. 여름이 갖다줘. 입맛 없을 때 이거 곧잘 먹잖아. 내가 줬단 말은 하지 말고... 형이 사온 것처럼 해서 좀 챙겨 먹여..
준호 : 너나 챙겨 먹어라, 이 자식아!!!
S#36. 여름의 집, 주방 (N)
-죽을 맛있게 먹고 있는 여름. 물병 들어 물마시면서 노려보는 준호.
준호 : 아흐, 나쁜년아. 내가 너 같은 걸 만날까봐 연애를 안하는 거야. / 너 남하진이 얼마나 괜찮은 놈인줄은 아냐?
여름 :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응! (엄지 치켜 들어보이고)
S#37. 여름의 집, 이층 계단 (N)
여름 : (인터뷰) 강태하 때문에 알았어요. 연애는 여자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남자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되는 거더라구요..
그래야 내가 원하는 걸 얻는 게임이 연애더라구요. / 예전엔 그걸 몰랐어요.
S#38. 태하의 집 (N)
-사진이 들어있는 나무상자를 보고 있는 태하.. 여름의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엔틱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 객차의 문을 열고 나오다가 화들짝 놀란 얼굴.
태하 : (인터뷰) 여름이 처음 만났을 때 사진이요.
S#39. 기차 안 (D) - 10년 전, 여름
-여행 중으로 보이는 10년 전의 태하.
지방의 어느 역에서 막 기차에 올라탄 듯 두리번거리며 좌석표를 확인하고 있다. 다음 칸이다, 싶다.
-객차의 문을 열고 다음 칸으로 이동하려다가 엔틱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객차의 문을 찍는데,
여름 스케치북을 들고 문 열고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태하 : 어.. 죄송합니다..
-카메라에서는 사진이 나오고, 사진 빼려던 태하, 좌석표 떨어트린다.
-좌석표를 줍는 여름. (여름은 내내 나무반지 끼고 있어야 합니다)
여름 : 여기요. (태하에게 좌석표 내밀었다가, 휙 다시 갖고 와 본다) 어, 내 옆자리네?
(하고, 다시 좌석표 주며) 거기 되게 시끄러워요.
태하 : ?
여름 : 동생이 가출했나봐요. 오빠라는 사람이 따라와서 둘이 엄청 싸워요.
태하 : 아.. (그렇군요)
여름 : (손 내밀고)
태하 : ?
여름 : 내 사진요.
태하 : 아.. (하고 준다)
여름 : (보고) 예쁘게 나왔네? / 식당칸 (태하가 온 쪽) 저쪽 맞죠?
태하 : (네에.. 끄덕이고)
여름 : 짐 놓구 와요. 그 자리 엄청 시끄러. (고개 절레절레 흔들고 간다)
-태하, 재밌는 여자네? 하고 가는 여름을 돌아보는.
S#40. 기차 안 일각 (D) - 10년 전, 여름
-태하, 좌석표 보며 자리를 찾는데.
준호(E) : 뭘 잘했다고 노려봐?
솔(E) : 가출 아니고 여행이라니까!
-저기구나, 싶은 태하. 가서 앉는데, 맞은편에 준호와 솔. 빈 창가 자리가 여름의 자린가 싶다.
준호와 솔에게 눈인사하면서,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데.
준호 : (눈으로는 의학 책을 읽으며) 니네 엄마가 너 어디갔는지 알면 여행이고, 모르면 가출이야. 남자한테 차였다고 가출을 해?
솔 : 그니까 누가 따라오래?
준호 : 얼마나 못났으면 군대간 놈한테 차이냐?!!
-태하, 역시 시끄럽구나.. 책을 들고 일어나 다시 간다.
솔 : 아직은 안 차였어.
준호 : 그래. 이번에 면회 가서 제대로 차여라. 두 번 차여라.
S#41. 식당칸 (D) - 10년 전, 여름
-여름이 앉아 음료를 마시며 의자 스케치를 하고 있다.
-여름 쪽으로 가는 태하, 옆에 앉으며.
태하 : 역시 시끄럽던데요.
여름 : 그죠?
태하 : 어디 가세요?
여름 : (이미 태하 티켓 봤고) 저도 진주요. 아까 배낭 보니까 여행 중인 것 같던데.
태하 : 연화도라는 섬이 좋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찍고 서울로 올라가려구요.
여름 : 아, 연화도. (끄덕이고)
태하 : (여름의 스케치 보며) 의자네요.
여름 : 아.. (부끄러운 듯 노트 덮고)
태하 : 가구 만들고 싶은 가 봐요?
여름 : .... 네. 나무가 좋아서..
태하 : 그럼 목조형학과?
여름 : 어, 어떻게 알았어요? 완전 대박!
-태하, 환하게 웃는다. 여름도 환하게 웃는다.
태하의 시선으로.. 여름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듯하다.. 여름에게 반한 느낌인데... 오히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여름이다..
여름 : (수줍게 태하를 보다가) 아, 이거구나...
태하 : (환한 여름에게서 어떤 걸 느꼈는데, 여름의 말뜻을 모르겠고) ?
여름 : (혼자 얼굴 빨개져서, 볼 감싸고) 이런 거였어...
태하 : ?
여름 : (재밌다는 듯이) 나 방금 그쪽한테 반한 거 같애요.
태하 : (응? 어이없다)
여름 : 빛이 막... 그쪽 머리 뒤로.. 후광이 막.. / 어우.. 이런 거였구나. (배배꼰다)
태하 : (나도 그랬는데.. 하지만 어이없고) 그니까, 지금.... 내가 마음에 든다-, 반했다-, 첫눈에 좋아하게 됐다-, 그 말이에요?
여름 : 네..!!! (여전히 혼자 취해서) 와.. 웃기다.. 이런 거구나. 신기해..
-태하, 그런 여름이 귀엽고.. 둘이 그렇게 웃고 있다.
S#42. 태하의 집 (N)
태하 : (38씬 연결, 인터뷰) 환하게 예뻤어요. 그때.
/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 것도 귀엽고. 그것도 당사자 앞에서.
S#43. 여름의 집, 이층 계단 (N)
여름 : (37씬 연결, 인터뷰) 제가 그때 눈이 삐었었나봐요. 그 얼굴이 첫눈에 반할 얼굴까진 아닌데.
S#44. 태하의 집 (N)
태하 : (인터뷰, 계속) 사귀는 내내 예뻤고, 지금도 예쁘지만. 그때가 제일 예뻤어요. 여름이는.
/ 지금도 기차만 보면 그날이 생각나요.
S#45. 여름의 집, 이층 계단 (N)
여름 : (인터뷰, 계속) 아우, 전 이제 기차는 타기도 싫어요. / 그때 그 기차 역에서 헤어졌잖아요. 우리. / 오년 전에.
S#46. 달리는 기차 안 (N) -5년 전, 가을
-여름과 태하..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오래된 연인..
여름(E) : 기차에 탄지 십분도 안됐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책 읽는 태하, 괜히 기차 잡지 차르륵 넘겨보는 여름.
뭔가 말을 붙여보려는 여름. 태하, 방해 말라는 손동작.. 괜히 의기소침해지는 여름.
-자는 태하. 편하게 책 치워주는 여름.
태하, 여전히 자고.. 노트북으로 영화보는 여름.
-이어폰 끼고 음악 듣는 태하. 노트북 켜놓은 채 그런 태하의 옆모습을 보는 여름. 눈가가 젖어있다.
노트북 덮고 ‘뭐 들어?’ 묻는 여름. ‘그냥..’하는 태하..
여름(E) : 이 남자는 변했구나... 이 연애는 끝났구나... 온 몸으로 느꼈고,
S#47. 진주역 (새벽) - 5년전
-먼저 내리는 여름. 사람들 지나가는데 눈물이 차오른다. 내리는 태하에게 등 돌리며 눈물 닦는 여름.
여름(E) : (앞씬 나래이션 그대로 연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난 그때 너무 기댈 데가 필요했거든요..
-태하, 무심히 내리다가 여름의 뒷모습 보고 울고 있는 걸 눈치 챘다. 여름에게 가는.
태하 : 뭐야... 왜 울어... (여름의 이런 예민한 상태 계속 있었던 일이고)
여름 : 아니야. 아무 것도.. (애써 웃는)
태하 : (옮겨 걸으며) 연화도 가는 배 탈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찜질방 같은 데 들렀다가 갈까.
여름 : (태하의 뒤를 따라가다가 멈춰서서, 다시 운다)
태하 : (돌아본다)
여름 : (눈물 닦고) 넌 내가 왜 우는지 물어보지도 않니?
태하 : (좀 올라서) 왜 우는데?
여름 : (눈물 참아보려 하는데, 훌쩍훌쩍) 최근에... 나 이상하지 않아?
태하 : 그래. 이상해. 꼭 여행와서까지 이래야겠어?
여름 : 너야말로 이럴 거면 여행 왜 왔어?! 내내 입 꾹 붙이고 앉아 말 한마디 안하고,
내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지도 않는데, 여긴 왜 왔냐구!
태하 : 니가 오자구 했잖아...! (정말 왜 이러니?)
여름 : (숨이 탁 막힌다)
태하 : 나 요즘 얼마나 힘든지 몰라? 일 때문에 세시간도 못자고 버티는 거 알잖아? 그런데도 너 요즘 우울해하니까 온 거잖아!
-기차에서 내리던 사람들이 둘을 본다..
여름 : (이제 속상해서 눈물이 터진 듯 흐른다)
태하 : (감정 추스르고, 달래려고) 기분 좋게 놀다가자. 응?
여름 : 아니... 그만둘래.
태하 : (본다)
여름 : 나 왜 만나니? (씁쓸하게 웃는) 아니야. 이런 질문,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나 왜 만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태하 : (참아보려 했지만, 오른다) 뭐 때문에 만나는데, 나도 좀 알자. 사귀는 5년동안 3년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모르게
서로 좋아하다가, 요즘은 내내 싸우기만 하잖아! 이런데도 내가 널 왜 만나겠니? 몰라서 만날 때마다 물어봐?!
여름 : (주위 시선 아랑곳 없고) 잠잘려고 만나는 거잖아.
태하 : (그 말의 충격에)
여름 : 만나서 잠 밖에 더 자?!! 밖에서 데이트 하자면 피곤해 죽을려고 하고, 집으로 가면.. 나랑 뭐하니? 뭐했는데, 나랑!
(목이 메어 말을 못 잇겠고) 비참하고... 자존심 상해..
태하 : (안으려고) 그게 아니야.. 한여름..
여름 : (뒤로 물러서며) 헤어지자..
태하 : (버럭) 말이 되는 소릴 해. 우리가 어떻게 헤어져?!
여름 : 아니.. 그만 둘래. 힘들어서 못하겠어.. 혼자만 속 끓이고, 혼자만 기다리고, 혼자만 너 쳐다보고,
둘이 같이 있어도 너무 외롭고.... 이게 연애니? / 나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태하 : (역시 속상해 죽겠고)
여름 : 헤어져. 다 관둬. (기차를 보며)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여기서 끝내자.
-여름, 태하의 손에 들려진 제 배낭을 빼앗아 들고 간다. 태하.. 그대로 서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돌아보는 태하, 여름이 저만치 멀어졌고... 불에 덴 듯 후다닥 달려가는 태하.
S#48. 역건물로 가는 지하도 (새벽)
-여름이 울면서 몇 발자국 내려서는데, 태하 뛰어 내려와 여름을 막아서고.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태하 : (믿을 수 없다) 너 방금 헤어지자구 했어!
여름 : (눈물은 여전하지만, 한결 차분한) 그래. 그랬어.
태하 : 왜? 왜, 헤어져야 되는데?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냐구!
여름 : 그 이유를 모르는 남자니까 헤어지자고 한 거야. 내가 요즘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지도 않는 남자잖아!
태하 : 남들도 다 이래! 너만 유독 왜 이러는데? 5년이나 사겼으면 좀 무덤덤할 때도 됐잖아!
연애가 어떻게 맨날 뜨겁니? 나 이렇게 바쁜데 니가 좀 이해를,
여름 : (OL) 그니까 나보다 더 중요한 데 신경 쓰라구!!!!
태하 : (차게 본다) 내 성격 알지? 너 이러구 가면 나 두 번 다시 못 본다.
여름 : 그런 성격 아니까, 여태 말도 못 꺼낸 거야. 내가 헤어지자고 말하는 순간, 너는 영원히 쳐다도 안 볼 거니까!
그래서 나는.. 혼자 어떡하든.. 견뎌보고, 기다려도 보고... 참아보려고 했던 거야! / 근데, 아냐... / 끝났어. 우리는.
-여름, 가방 들고 계단 내려간다.
태하, 그대로 섰다. 손에서 가방이 축 늘어진다. 가방 땅에 놓고, 가는 여름을 보는 태하. 화도 나고 속상하고 폭발하기 일보 직전.
여름이 가는 쪽을 향해 배낭을 휙 걷어차버리는 태하. 여름의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는 배낭..
여름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어간다.
태하(E) : 이해가 안 가요.
S#49. 태하의 집 (N)
-나무 상자 원래 있던 곳에 놓고, 돌아보는 태하.
태하 : (인터뷰) 헤어진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5년이나 됐으니까 조금 식기는 했었지만.. 정말 헤어질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S#50. 준호의 방 (N)
준호 : (인터뷰) 정확하게 말하면 차인 쪽은 여름이에요. 그 뒤에 다시 매달린 건 여름이니까.
S#51. 어느 공중전화 (N) -5년 전
여름 : (전화하고 있다. 엉엉 울면서) 왜 내 전화 안 받니? 솔이 전화로 해도 안 받고, 준호 전화로 해도 안 받고,
내가 이 공중전화 찾느라 얼마나 헤맸는지 알아?
S#52. 태하 회사, 회의실 (N) –5년 전
-‘한국 인테리어 디자인 대전’ 포스트 붙어있고, 함께 준비하는 태하와 직원들.
태하, 한쪽에서 핸드폰 들고 여름의 목소리 들으며 착잡하게 서있고.
여름(F) : 제발 전화 좀 받아..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헤어지자는 말, 안할게.. 응?
S#53. 태하의 방 앞, 복도 (D) -5년 전
여름 : (울고 있다. 태하의 방 문 두드리며) 강태하! 문 열어! 안 열거야? 문 열라구, 강태하!
S#54. 어느 인테리어 현장 (D) -5년 전
-한쪽에서 문자 확인하는 태하.
여름(E) : 진짜 헤어지고 싶었던 건 너야. 헤어지자는 말까진 못하겠으니까 결국 내 입에서 그 말 나오게 만든 거잖아.
-태하, 역시 힘들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윤실장(E) : 야 임마, 강태하!
태하 : (돌아보고, 얼른 가며) 네!
윤실장 : (적당히 타일 작업) 너, 이자식. 이럴 거면 현장 나오지 말어. 낙하산이라구 봐줄 줄 알아?
이렇게 설렁설렁 할 거면 욕심은 왜 내? / 아버지 회사 기어들어와 다 차려진 밥상 받을 거면,
그냥 현장 우리한테 맡기고 설렁설렁 술이나 마시구 다니지, 여긴 왜 나와 일을 배우겠대?
태하 : 회사 맡으면 형님부터 자를려고 일 배웁니다. 됐습니까?
윤실장 : (타일) 자존심은 있어 가지구... / 다 뜯어내고 다시 붙여! 한 장도 남기지 말고 다 뜯어내!
태하 : (한두번 아니다. 폭발한다) 아, 또 뭐가 잘못됐는데!
윤실장 : 니가 생각해봐. 뭐가 잘못됐는지.
태하 :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건데?! 제대로 가르쳐나 주고 다시 하라구 해야할 거 아니냐구!!!!! 이게 도대체 몇 번째냐구!!!
윤실장 : (지긋이 보다가) 나도 몸으로 배웠거든? 너도 그렇게 해. (가고)
태하 : (여름 때문에도 힘든데, 폭발할 것 같다) 아우, 저 나쁜 새끼..
-핸드폰 벨 울린다. 여름이다. 전화 안 받고,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보는 태하, 핸드폰을 벽에 던져버린다. 박살이 나는 핸드폰.
돌아보는 윤실장, 코웃음 치는. 그런 윤실장 보고 씩씩대는 태하에서.
S#55. 하진의 집, 앞 (D)
-밑반찬 통 들고 걸어와 익숙하게 현관 버튼을 누르는 여름.
여름 : (인터뷰) 5년 전에는 강태하가 나빴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좋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제가 남자를 몰랐던 거예요. 남자를 다루는 방법을 몰랐던 거.. (웃고 안으로)
S#56. 하진의 집, 거실 (D)
-밑반찬 통 식탁에 올려놓고 보면, 집 엉망이고. 싱크대엔 설거지거리 쌓여있고.
여름 : (픽 웃으며) 힘들었구나, 남하진... 귀여워...
-여름이 앞치마를 불끈 맨다. 청소를 하는 여름...
S#57. 하진의 집, 방 (D)
-청소기 돌리는 여름. 협탁에 놓여진 여름과 하진의 사진을 보고 씨익 웃기도 하고.
S#58. 하진의 집, 거실 (N)
-청소기 들고 나오는 여름. 현관에서 키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들리면, 후다닥 안방으로 다시 뛰어들어가고.
-현관으로 들어오는 하진. 신발을 벗다가 문득 여름의 신발을 보고.. 얼굴이 환해지는 하진.
안으로 들어서면 여름은 없고, 방 입구에 청소기.
안방문을 여는 하진.. 여름은 없는 빈방이다.. 갸웃하는데, 문 틈으로 여름의 옷자락 보이고.
여름이 자신에게 왔다는 안도감에 울컥하는 하진.. 문을 움직여 여름을 보이게 만들고..
이하, 두사람 긴장감있게 밀당하는 느낌으로.
여름 : (한 손 들어 보이며, 천연덕스럽게) 안녕!
하진 :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대로 본다)
여름 : (쑥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그냥... 청소나 하고 갈려고.
하진 : (어쩌면 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을까, 상처다) 보고 싶어서 온 건 아니구...?
여름 : 그건... 아닌데?!!!
하진 : (애써 잡고 싶은 마음 꾹 누르고) 청소 고마워... 바래다줄까?
여름 : (하진의 그마음, 여우같이 알고) 그냥 진심을 말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텐데?
하진 : (이 남잔 내내 진심이고, 여전히 여름이 온 것에 안도감을 느끼지만, 지기는 싫고. 그러나 얼굴은 울 것 같고)
너부터 말해야지... 잘못한 사람부터.
여름 : (어깨 으쓱하며) 별로 잘 못한 게 없어서.
하진 : (벌써 눈가가 젖어있다) 끝까지 이겨 먹을래?
여름 : 응. 집에 가라면 이대로 갈 거야.
하진 : 한번만 져주면 안되겠어?
여름 : 왔잖아. (그게 져준거야)
하진 : (결국, 후- 답답한 한숨쉬고) 마음 약해지면 안되는데...... (여름에겐 안된다..)
여름 : (입 쪽 맞추고)
하진 : 하지마...
여름 : 입술엔 안할게. (목에다 쪽 하고 입을 떼나 싶더니, 제법 끈끈하게 여러번 목에 입을 맞추고)
하진 : (몸 뒤로 밀리며, 싫지는 않고) 너 내가 화낼 때마다 이러지 말랬지?
여름 : (입술 떼고) 그래서 싫어?
하진 : 아니... 좋아...
-하진, 여름을 번쩍 들어 안는다.
하진 : 하던 거, 마저 해봐. 그 정도론 안 풀리는 사건이야.
여름 : (키스한다)
하진 : (안고 그대로 침대로)
여름 : (침대에 쓰러져 키스하다가, 입 떼고) 이젠 그냥 넘어갈 거지?
하진 : 아니, 어림없어. (넥타이 풀어 던지며) 강도를 높여봐.
여름 : 나 오늘 자고 갈거야..
-엉겨서 깊게 키스하는 둘에서.
S#59. 여름의 방 (M)
-여름이 콧노래 흥얼거리며 하진에게 준 상자를 그대로 들고 와 착착 꺼내어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입구에 서서 기막혀 보는 준호와 솔.
준호 : 아우.. 등신같은 놈. 또 넘어갔어...
솔 : 하여튼 연애는 미친 짓이야...
준호 : 연애만 하면 미친년 되는 게 누군데?
솔 : 다 어릴 때 이야기야. / 내가 은규 만난 후에 또라이짓 한 적 있어? 내가 얼마나 쿨해졌는데!
S#60. 어느 커피숍 (N)
-여의도 빌딩가의 커피숍 느낌. 와이셔츠와 넥타이 차림의 사람들이 꽉 차있고.
속옷 세트를 포장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솔. 은규를 기다리고 있다. 설레는 얼굴로 입구를 자꾸 본다.
와이셔츠 차림으로 회사 출입증까지 목에 걸고 들어오는 은규.
솔이 환히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든다. 다가오는 은규.
솔 : 많이 바빠?
은규 : (웃으며 앉고) 아니야. 잠깐 너 얼굴 볼 시간은 있어.
솔 : 나 안 보고 싶었어?
은규 : 왜 안 보고 싶었겠어. 보고 싶었지./ 근데,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솔 : (웃으며 보다가..) 있잖아..
은규 : ?
솔 : 주말에.. 시간 있어?
은규 : 왜?
솔 : 나랑 어디 좀 같이 가..
은규 : 어디?
솔 : (배시시) 우리.. 여행가자.. (상자 하나 내밀며) 너, 이거 입구 와...
은규 : 뭐야.. 이게.. / 근데, 여행이라니? 어디로?
솔 : .....강원도.....
은규 : (동시에 상자를 열었다. 한눈에 봐도 남자 팬티다. 헉)
솔 : 왜.. 마음에 안 들어? (배시시)
은규 : (벙쪄 보다가 어이없는 웃음) 솔아.....우리가 여행갈 사이는 아니지 않냐?
솔 : (응?) 무슨 말이야?
은규 : 넌 그냥 여자친구잖아. / 그냥... 여자사람친구.
솔 : (이해 안가고)
은규 : 그냥 친구. 저스트프렌드. 몰라?
솔 : ......말도.... 안돼..
S#61. 거리 (N)
-걸어가는 솔. 카메라가 옆에 있는 듯 옆을 보며,
솔 : (인터뷰) 제가 쿨하다 그랬잖아요. 난 연애라고 생각했지만, 한쪽이 아니라면 아닌 거죠. 안 그래요? 아니면 나도 마는 거지.
합리화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나는.
-어느 쓰레기통 보이면, 속옷상자 버린다. 손 탁 털고 쿨하게 가는 솔.
S#62. 회사 지하 주차장 (N)
-은규가 차에 시동을 건다. 운전해 가는데... 저만치서 나타나는 솔. 앞을 가로막는.
놀라서 급브레이크 밟는 은규.
솔 : 야. 최은규. 너 내려봐.!
은규 : (보다가 난처한 얼굴로 내린다)
솔 : 너 말 다했어? 우리가 안 사겼다구? 그냥 친구라고? 야, 우리가 어떻게 그냥 친구야?
은규 : 솔아, 니가 충격 받은 건 알겠는데.. 난 사실 니가 이해가 안,(가)
솔 : (OL) 너 취직하기 전에 주말마다 커피 마시고, 도서관 가고, 영화보고, 밥 먹고, 술 마시고. 그거 데이트 아냐?
2년 동안 봄 오면 소풍가고, 가을 오면 드라이브 하고, 취직했을 때 제일 먼저 전화한 사람도 나고,
차 살 때도 같이 가고, 집 구할 때도 같이 보러 다니고. 근데, 우리가 안 사겼다고? 그냥 친구라는 게 말이 돼?
은규 : .....
솔 : ... (씩씩대며 그대로 노려보는데)
은규 : ....안 잤잖아.....
솔 : 뭐?
은규 : 안 잤잖아. 우리.
솔 : (헉...)
S#63. 솔의 방 (N)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엉엉 소리 내어 우는 솔. 부끄러움도 없고, 서러워서 죽을 지경. 순수하게 운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준호 : (여름에게) 안......잤어?
여름 : (끄덕끄덕)
준호 : 야, 진짜 안타깝다.. 맨날 김밥 싸다가 도서관에 갖다 나르더니...
여름 : 나쁜놈. 취직하고 나서 찬 거잖아.
준호 : 최은규 이자식을 내가, (나가려는)
여름 : (뒷덜미 탁 잡아채며) 왜 오버야? 설마... 솔이.. 좋아해?
솔 : (울음 멈추고 본다)
준호 : 술값 나가게 생겼잖아! 저 기집애 연애 끝나면 얼마나 또라이가 되는 지 몰라?
-솔이 더 크게 운다. 준호와 여름.. 그런 솔을 걱정스럽고 한심하게 본다.
솔 : (화장지로 눈물을 닦는다) 아니.. 세상이 왜 이렇게 됐어? 언제부터 사귄다, 안 사귄다.. 그 기준이 잠자는 게 됐어?
애인과 친구의 기준이 그거야?
여름준호 : ...... (묵묵히 끄덕끄덕)
S#64. 도심 모텔 촌, 택시 안 (N)
-앞씬에서 성북동에서 여름을 태웠던 그 택시운전사다. 운전사의 인터뷰.
기사 : (운전하며) 그 기준이 그렇게 바뀐지... 내가 알기로 한 오년은 넘은 거 같애요.
며칠 전 그 여자 손님 봐요. 자기가 타놓고 어딘지도 몰라. 그거 뻔한 거거든. 그런 손님이 한 둘이 아니예요.
/ 봐봐. 이 모텔 골목. 여기 대학가잖아. 낮에도 멀쩡한 얼굴로 대실 쓰고 나오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죄 대학생들이야. 부모들이 알아야 돼요. 외박 안한다고 건전하게 사귀는 게 아니라니까!!!
-저만치서 모텔 주차장의 천막을 걷고 대학생 커플이 나온다.
기사 : 저거 봐. 저거. 저렇게 나와서 집으로 가잖아? 부모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오는 줄 안다니까.
-순간. 급브레이크 밟는 기사. 그대로 차에서 내려서 커플 중 여자애를 돌려세우고 마구 등짝을 내려친다.
기사 : 이년 이거... 야 이년아. 택시 운전해서 대학 보내놨더니 모텔서 기어나와?!!!!
남자 : (말리며) 아저씨, 왜 이러세요?
기사 : 뭐, 아저씨? (남자를 팬다) 너 뭐하는 놈이야. 아저씨? 아버님이라구 해도 씹어먹을 판국에 아저씨?
S#65. 태하 회사, 회의실 (D)
-적당히 어두운 회의실.
-한 쪽 벽에 스크린 내려져 있고 프로젝트 빔으로 노트북 화면 쏘고 있다.
직원1이 노트북 조작하고 윤실장은 스크린 앞에 서 있다. 직원들.. 태하와 적당히 거리두고 회의실 테이블에 앉아있고.
-스크린에는 어느 바 인테리어 사진, 가구위주로 찍혀진 것들이 시간차 두고 한 장씩 바뀐다.
윤실장 :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빛내는 가구보다 공간에 스며드는 가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디자인 하는 곳으로,
서울 시내에서 가장 클래식하다고 손꼽히는 와인바를 담당했었습니다.
태하 : (고개 저으며) 지루해요. 다음.
윤실장 : (다음 화면 띄우고, 뭔가 말하려는데)
태하 : (OL)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공간을 잡아먹는 디자인. 어떻게 해도 인테리어랑 따로 노는데, 지금 그걸 추천한 겁니까?
(짜증스럽게) 다음.
윤실장 : (다른 스크린. 태하 눈치 보면서 천천히) 여기는...
태하 : 됐어요. 저런 가구를 놓을 바엔 우리 인테리어팀에서 직접 하지 왜 하청을 두겠어요.
-태하, 펜으로 테이블 탁탁 치며 긴장감 감도는데,
윤실장이 직원1 곁으로 가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찾는다. 스크린에 ‘여름&소나무’ 홈페이지 화면 뜬다.
윤실장 : 1년차 작은 공방이구요. 개인주문만 받고 있어서 제외시켰습니다만,
태하 : (스크린의 홈페이지 사진 눈여겨보다가) 잠깐, 공방 이름이?
윤실장 : ‘여름&소나무’요.
태하 : (픽 웃고, 혼잣말) 한여름과 윤솔..? (끄덕끄덕, 재밌네)
윤실장 : 보시다시피 큰 기교 없이 유니크한 멋을 낼 줄 아는 가구 같습니다.
일년전 동생 신혼가구를 여기서 했는데, (공동대표 여름과 솔의 사진) 여기... 젊은 두 여자분이,
태하 : (여름의 사진보고, 앗! 하고, OL) 거기로 하죠.
윤실장 : 네?
태하 : 우리가 찾던 곳이 ‘여름&소나무’ 같은데요?
윤실장 : 그건 맞지만,
태하 : 더 볼 것도 없어요. 지루하고 뻔한 거 이제 지겹잖아요? 새로운 거 해봅시다. 그럼 회의 끝!
-회의실을 나가는 태하. 벙찐 윤실장과 직원들.
윤실장 : 뭐야? 오늘 강대표 점심 뭐 먹였어? 뭘 먹었길래 이렇게 쉽게 넘어가?
직원1 : 햄버거 먹었는데, 내일도 그거 먹일까요?
S#66.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여름이 장부를 보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솔은 어디쯤 전시된 식탁 위에 자포자기로 드러누워 있거나.. (은규와의 연애 실패로)
여름 : 재료값 빼고, 월세 빼고, 그럭저럭 남긴 하는데... 겨우 우리 용돈 정도. (장부에 한쪽 얼굴 묻고) 아, 맥 빠진다. 진짜..
-전시실 문 열리는 소리. ‘어서오세요’하고 일어나는 둘.
도면통을 든 태하와 윤실장이다!
여름, 놀라서 입 딱 벌리는. ‘저 남자가 여긴 왜?’ 솔,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태하 : (솔 누운 테이블 보며) 식탁인지 알았더니 침대였어?
솔 : 강태하....
여름 : .....
태하 : 오랜만이야. 윤솔.
솔 : 하나도 안 반가워. 소식은 들었어. 여전히 싸가지 없다며?
태하 : (픽 웃고)
윤실장 : (태하에게) 아시는 분이었어? (그래서 그렇게 쉽게?)
솔 : (여름) 이를 갈고 있는 옛애인. (자신) 그 친구예요.
윤실장 : (태하 보고, 옛애인?)
태하 : 일하자, 형.
여름솔 : (마주보고)
-시간경과, 도면을 보며 앉아있는 넷.
솔 : 그러니까 이 와인바의 목공작업 전체를 우리한테 맡기신다는 말입니까?
윤실장 : 클라이언트 취향이 여기랑 맞는 것 같애서요.
솔 : (여름을 보며) 재밌겠는데. 해보자.
여름 : 안 해요.. 우리 이 일..
솔 : (당황) 왜..? / (윤실장과 태하보며) 아니에요. 합니다. 해요. 할 거야.
윤실장 : 일단 현장도 한번 가보시고,
여름 : 안 해요. (솔) 안한다니까. (태하) 계속 엮이기 싫다니까!
S#67. 여름의 공방, 전시실 앞 (D)
-도면을 들고 윤실장을 끌고 나오다시피 하는 솔.
솔 : 일 이야긴 저랑 하면 돼요.
윤실장 : (끌려가며 안쪽의 태하와 여름을 보는)
S#68.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앉아있는 태하. 그 앞에 놓여지는 커피. 여름이 서있다.
여름 : 마시구 가.
태하 : (턱짓으로 윤실장 일어난 의자 가리키며) 좀 앉아. 할 이야기 있으니까.
여름 : (의자 살짝 돌려 마주 앉고, 차분히) 웃으며 볼 사이 아니잖아. 헤어진 남자랑 친구 같은 거 난 못해.
태하 : 왜 못하는데?
여름 : 아직도 너 보면 불끈불끈 화가 나.
태하 : (그대로 보는)
여름 : 너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만 나구,
태하 : (OL, 여름에게 시선 안주고) 난 좋았던 기억만 나던데.
여름 : 그래서 어쩌자구?
태하 : (본다)
여름 : (본다)
태하 : 한여름....
여름 : (그대로 본다)
-태하, 발을 뻗어 여름의 의자 다리 하나를 채서 쭉- 여름의 의자를 당긴다. 코앞까지 가까워지는 여름..
여름 : (바짝 긴장해서 얼어붙었고, 다가온 태하를 보고)
태하 : 너, 그 남자랑 헤어지고... 나한테 오라면, 올래?
여름 : !!!!!
태하 : 다시 오면, 절대로 울리지 않을게.
-그런 둘에서 2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