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분홍(1963~ ) 시인의 첫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는 고통스럽고 암담한 현실을 환상과 상상, 문장으로 덧씌우고 있다. 사물과 문장의 미로 속에 감춰진 의미를 찾다 보면 상처 입은 삶이 엿보인다. 시인은 “무에서 유가 이렇게 폭발”(이하 ‘초파리의 시간’)하듯, 독특한 “이미지 배양법”으로 시를 쓴다.
시 ‘가을 우물’에서 보듯, 시인의 상처는 사랑의 사건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문장과 상상력 뒤에 숨어 있다. 겹겹이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야 그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겨우 알 수 있다. 시 ‘가을 우물’에서도 성적 이미지를 포착하려면 우물 속을 한참 들여다보아야 한다. 물론 시는 하나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김분홍의 시 대부분이 그런 속성을 지니고 있다.
시인은 권력의 폭력성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한집안에서의 폭력은 주로 아버지나 남편과 같이 소위 가장이라는 남성에 의해 자행된다. 이때 폭력은 단순히 신체적 가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인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문제를 통해 죽음을 사유한다.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양면성과 야만성, 사회의 폭력이 존재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적 진술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이를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 김정수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