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를 지우지 마
가짜 유토피아를 뒤흔든 청각장애 소녀의 외침
⦁발행일: 2026년 2월 20일 ⦁형태: 148*226│384쪽│무선제본 ⦁값: 20,000원 ⦁ISBN: 979-11-91973-26-6 43840
>> 책 소개
전 세계가 주목한 청소년 소설
《내 목소리를 지우지 마》
영화 제작 확정!
수어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과 식량을 통제하는 사회에 맞서는
청각장애 소녀의 이야기를 압도적인 비주얼로 그려낸 작품
자연에서 기른 음식은 위험하고, 인공 식량 ‘레콘’만이 안전하다고 믿는 가까운 미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열여섯 살 청각장애 소녀 파이퍼는 엄마의 강요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늘 ‘청인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평온해 보이던 일상은 심각한 에너지난으로 레콘 공급이 줄어들고, 엄마마저 직장을 잃으면서 송두리째 흔들린다. 당장의 끼니조차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때, 파이퍼는 농인 로비를 만나 ‘수어’와 ‘텃밭’이라는 낯설고도 눈부신 세계와 마주한다.
한편 정부는 공동체 정원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민들이 가꾼 텃밭을 강제로 밀어버리기 시작하는데…. 과연 파이퍼는 이웃들과 함께 공동체 정원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청각장애와 통제 사회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서 한 소녀가 자신의 언어와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해 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일기 형식으로 쓰인 글과 섬세한 삽화는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독자들이 주인공의 내면에 깊숙이 다가가 그녀가 마주한 변화를 마치 자신의 경험처럼 생생하게 느끼도록 이끈다.
#십대 #성장소설 #장애 #장애인식개선을위해 #디스토피아
>> 저자/역자 소개
지은이 아스피시아 Asphyxia
호주 멜버른 출신의 예술가이자 작가. 세 살 때 청각장애를 얻었고, 열여섯 살에 수어를 배우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후 농인으로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며, 농인을 배제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무료 호주수어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5,0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이 강의를 들었다.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소설 시리즈 《그림 스톤 The Grimstones》으로 청소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옮긴이 이주영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고, 시카고예술대학에서 조형예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무빙 이미지와 조각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마나 컨템포러리, 진 시스켈 필름센터, 수퍼노바 페스티벌, 한국 부산현대미술관, 캔파운데이션 등에서 열린 단체전과 스크리닝에 참여했다. 아울러 여러 예술 분야에서 번역과 통역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 상세이미지
>> 책 속으로
보청기를 박박 문질러 귓속을 긁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빼버리고 싶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보청기를 끼고 있어야만 한다. … 눈에 힘을 주며 아이들이 뭐라고 수근대는지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보이는 건 윤기 나는 머리카락에 반쯤 가려진 얼굴뿐이었다. 보청기는 교실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내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_2쪽
남자는 수어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수어를 쓰는 사람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서둘러 대답했다. “전 입 모양을 잘 읽어요. 그래서 수어를 할 필요가 없는걸요.”
나는 내가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길 바란다. 그걸 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멍청할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와 대화를 나눠보기도 전에 보청기만 보고 그렇게 지레짐작한다. 언제나 그랬다. _36쪽
내 몫의 레콘 상자를 열자 생고기처럼 생긴 이상한 덩어리가 보였다. 이건 스테이크가 아니잖아.
“엄마, 이게 무슨 요리예요?” 상자를 내밀며 물었다.
“프랑스식 별미란다. 오드 킈진이야.”
“뭐라고요?”
엄마가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말해줬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가 손목 밴드에 타이핑했다. 오트 퀴진. 프랑스식 최고급 요리. 하지만 이건 그냥 조리 단계를 하나 빼먹은 것처럼 보이는데. 마음속으로 이건 진짜 고기가 아니라고 계속 되뇌었다. 그냥 바이오스 포어일 뿐이야. _45쪽
로비의 정원이 보여주는 마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음식과 자연과 거대한 아름다움이 하나로 얽혀 나를 휘감고 내 영혼을 하늘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을. 그 아름다움이 콘크리트와 잿빛과 플라스틱투성이인 세상을 초월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 하늘 같은 공간에서 내가 모든 걸 이해하게 됐고, 두 손으로 펼쳐지는 풍부하고 극적인 언어가 나를 사로잡았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건 단순히 남자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관한 문제다. _150쪽
나는 충동적으로 나무 한 그루를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할머니의 집에 있던 떡갈나무를 떠올렸다. 하지만 다 그리고 보니 좀 우스꽝그러워 보였다. 밑그림을 지우고 로비가 빌려준 책에서 떡갈나무 그림을 찾았다. 천천히 그림을 베끼며 나뭇가지를 그리고 옹이를 그렸다. 도토리를 그려야 할 차례가 됐을 때 멈췄다. 멜버른에는 더는 도토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 대신 콘크리트 벽돌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스케치를 하는 동안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단어가 마구 떠올랐고, 콘크리트 벽돌을 모두 그렸을 무렵,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콘크리트 말고 먹거리를 기르라! _199-200쪽
잠시 후 말리가 수어로 말했다. ‘혹시 생명이 움트는 땅 얘기 들었어?’
‘아니. 무슨 얘기?’
‘의회에서 철거 명령문을 붙였어. 두 달 안에 정원을 철거해야 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그들을 고소할 거야. 듣자 하니 화재 위험 요소라고 했다고 하더라고.’
입이 떡 벌어졌다. ‘지금 같은 시기에?’
우리 동네 거리에 있는 공터도 의회의 소유일까? 아니면 주민에게 속하는 걸까? 내 정원에도 철거 명령이 떨어질까? 또 벌금이 떨어진다면 감당할 방법이 없는데. _213쪽
나는 앰버에게 어떻게 배고픔과 음식에 대한 갈망이 우리를 공동체 정원을 만드는 것으로 이끌었는지 전부 이야기했다. 이제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도심 속의 작은 오아시스가 되었는지, 어떻게 내가 트랜지션 타운 워크숍에 참석하고, 로비를 만나 정원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했다. 퇴비 만들기와 거기서부터 자라난 모든 것을 설명했다. _262쪽
‘내가 농인이라는 사실이 그 호감을 더 진전시키고 싶지 않게 만들어?’
‘네가 농인이라는 사실이 이 호감을 더 깊은 관계로 진전시키고 싶게 만들고 있어.’
일기장을 떨구고 말리를 향해 팔을 뻗었다. 말리가 두 팔로 내 허리를 끌어당겼다. 고개를 들자 입술이 찾아들었다. 처음에는 아주 가볍고 우아하게 나를 스쳤다. 지금처럼 다른 사람과 이토록 연결되었다고 느낀 적도, 그리고 온전히 이해받았다고 느낀 순간도 없었다. 어느새 우리는 입을 맞추고 있었다. 상상할 수 있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_272쪽
‘수어로 연설할 수는 없어요. 엄마가 알면 죽으려 들 거예요!’
‘잠시만.’ 말리가 손을 들었다. ‘네가 수어를 한다고 그게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야. 넌 농인이야. 어떤 언어를 사용할지 선택하는 건 너의 권리라고!’
‘하지만 수어는 내 언어가 아니야! 난 너무 서툴단 말이야.’
로비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수어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건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예요. 언제나 어머니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스스로가 옳다고 느끼는 일을 해야만 해요. 그러니까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봐요. 연설을 수어로 하고 싶나요? 아니면 음성언어로 하고 싶나요? 수어가 유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요. 연설에서 뭘 말할지 미리 정하면 잘해낼 수 있도록 제가 도와줄게요. 자, 당신은 뭘 원하나요?’
잠시 눈을 감았다. 파티에서 봤던 로비의 모습을 떠올렸다. 침착하고 우아하게 서서 모두를 사로잡은 매력적인 모습을. _347쪽
연설을 시작하자 금세 긴장이 사라졌다.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고 내 수어 이름을 알려줬다. 손가락에서 물 흐르듯이 수어가 흘러 나왔다. 눈썹과 어깨도 각자의 역할을 순조롭게 잘 해내고 있었다. 로비의 정원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먹을 것을 선사해주는 마법을 이야기했다. … 뜨거운 퇴비를 만지다가 물집이 잡힌 손과 내게 갈퀴를 건네는 할림을 보여줬다. ‘그냥 시작하기만 하면 돼요. 그러고 나면 이웃과 도구가 찾아올 거예요….’
광장 전체에 물결이 일었다. 군중들이 환호했다. 무대 앞쪽에 서 있던 로비가 양손을 허공에 들어 올리고 흔들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똑같은 동작을 했다. 농인의 박수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 활짝 웃었다. _359쪽
>> 출판사 리뷰
전 세계가 주목한 청소년 소설
미국도서관협회 슈나이더 가족 도서상을 비롯해 IBBY, 커커스 리뷰, 영국 가디언지 등 유수의 기관과 매체가 뽑은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청각장애를 지닌 청소년의 삶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이 작품은 학교에 꼭 비치되어야 할 필독서로 꼽히고 있으며,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청각장애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빚어낸 묵직한 서사
보청기를 끼고 사람들 앞에서 늘 ‘청인처럼’ 보이려 애쓰는 파이퍼의 모습에는, 청인 중심의 사회에서 청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전적 경험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청각장애를 결핍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소리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어로 비청각장애인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인공의 일상과 관계 맺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미래의 멜버른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위에 작가의 경험이 깊이 녹아든 이 작품은, 서사적 재미는 물론 소설이라는 장르를 넘어선 묵직한 진정성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일기 형식과 섬세한 삽화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몰입감
일기 형식의 서술과 책 곳곳에 그려진 삽화는 이 작품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책이 지닌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특히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은 텍스트만으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까지 섬세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감각적인 구성은 독자에게 마치 파이퍼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몰입감을 주며, 그녀의 내면에 깊숙이 다가가 주인공이 마주한 변화를 자신의 경험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