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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이언트 스텝, 경제 파국으로 가나③
4.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1) 서론
최근 천연가스와 석유, 식량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7월 4일 보도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60%까지 급등했다가 그 이후 3.9% 낮아졌다. 원유 가격은 배럴(약 159리터)당 120달러를 찍은 뒤 6월 말 106달러로 떨어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3월 159.7에서 6월 154.2로 됐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생산 전반에 쓰이는 구리, 니켈 등의 금속 가격도 3월 이후 30% 하락했다.
이제 물가상승 국면이 끝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과 국민이 사서 쓰는 물건의 가격은 또 다를 수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7월 9일 미국의 6월 물가상승률이 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얼마 전까지 원자재 가격이 오른 주된 원인은 원자재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려면 원자재가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원자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7월 6일 골드만삭스는 “(국제시장에서 석유의) 재고가 계속 감소해 치명적으로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 원자재 가격이 왜 낮아진 걸까? 바로 원자재를 사려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식량, 석유, 금속 등의 원자재를 사서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니 물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캐나다 투자은행 BMO캐피털마켓츠의 원자재 담당 대표 분석가 콜린 해밀턴은 “건설 경기가 둔화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주문을 중단”하고 있어 “이에 따라 철강 생산업체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은 경기침체가 올 징조라며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수석분석가 애나 웡은 “경기침체의 위험이 상당히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7월 6일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거친 바다에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 미국에서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6월 21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3개월 안에 정규직 직원의 10%를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테슬라는 5월 네바다주 소재 공장에서 500명 넘는 직원을 해고했고, 6월 28일에도 캘리포니아주 사무실에서 200명의 직원을 잘랐다.
미국의 중고자동차 회사 카바나도 지난 5월 노동자의 12%인 2,500명에게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했다. 넷플릭스도 5~6월 4%에 해당하는 450명의 직원을 감축했다.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6월 15일 1,100명을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4위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무기한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과 콤파스도 각각 전체 직원의 8%인 470명, 10%인 450명을 정리해고했다.
미국 기업은 신규 채용 규모도 줄이고 있다. 인텔은 모든 분야의 고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플랫폼은 채용 계획을 1만 명에서 6,000~7,000명으로 낮췄다. 미국의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는 채용 규모를 1년 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조정했다.
종합하면 미국은 경기침체가 오면서 동시에 물가도 오르는 상황에 놓였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오면 해결하기 상당히 어렵다.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면 돈을 풀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돈을 풀면 물건 가격이 더욱 오른다. 반대로 물건 가격을 낮추려면 돈줄을 조여야 하는데, 그러면 경기침체가 더욱 심해진다. 미국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과연 미국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다시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미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국민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 인내하는 게 필요하다. 경제위기가 오면 국민의 삶이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 ‘우리 모두 힘드니 고통을 분담하자’, ‘같이 힘을 모아 극복하자’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불만을 품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것처럼 폭동이 일어나고 캘리포니아같이 잘 사는 주가 ‘우리가 왜 고통을 분담해야 하냐, 우리는 연방에서 뛰쳐나가겠다’라면서 연방을 깨려고 하는 식으로 분열과 갈등이 커지면 미국은 혼란에 빠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함께 힘 모아 극복하자는 여론이 형성되려면 서로를 탓해선 안 된다. 그래서 미국의 정부와 주류 언론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외부로 돌린다. 미국은 잘못한 게 없는데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식이다.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위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선전한다.
그런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 상위 1%의 독점욕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위 1%를 대변하는 위정자들 때문이다.
미국인들도 이 사실을 안다. 6월 1일 미국 언론 익스프레스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 누가 퇴진하는 게 미국에 더 좋겠냐는 질문에 미국인의 56%가 바이든 대통령의 퇴진을, 43%가 푸틴 대통령의 퇴진을 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지만, 미국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실을 봐도 그렇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이 상황에서도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경제위기가 오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극심해진다.
2020년에서 2021년까지 한 해 동안 상위 1%의 총자산은 4경 6,000조 원에서 5경 7,000조 원으로 1경 5,000조 원 증가했다. 반면 하위 50% 총자산은 9,000조 원에서 1경 1,000조 원으로 2,000조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석유와 천연가스의 값이 오르면서 서민들은 난방비, 자동차 연료비 등 부담이 커져 힘들다. 하지만 미국 정유회사는 역대 최대 호황을 맞았다. 미국의 최대 에너지기업인 엑손모빌은 작년에 30조 원의 순이익을 얻었고, 올해에 55조 원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10일 “엑손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때도 화이자, 모더나 같은 기업이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담았다. 화이자의 2021년 매출액은 98조 원으로 2020년보다 95% 증가했고 모더나의 2021년 매출액은 23조 원으로 2020년 매출액의 23배를 달성했다.
반면 미국 서민들은 어떤가. 허리띠를 졸라매려고 해도 더 졸라맬 것이 없다. 중산층은 서민으로, 서민은 빈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 대출회사 렌딩클럽이 5월에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58%가 “하루 벌어 하루 산다”라고 말했다. 경제지 포브스의 조사에서는 67%가 “생활비가 부족해 저축을 허물고 있다”라고 답했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향후 3개월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정도의 저축액조차 없다”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고소득자도 갑자기 빈민이 되기에 십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7월 4일 한 미국인의 사례를 보도했다. 올해 4월 실직한 이 미국인은 휘발유와 식료품 등 물가가 올라 생활비에 쪼들리고 임대료를 못 냈다. 그러다가 결국 실직 2개월 만에 집을 잃었다. 이 미국인은 “지난해 거의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를 벌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라고 한탄했다. 한순간만 발을 잘못 딛어도 나락으로 빠지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미국 경제가 어려운 진짜 원인이다. 그리고 경기침체가 오면 그 결과로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극심해진다. 현실이 이러니 모두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나마 앞으로 좋아진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허리띠를 졸라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경험으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한다고 해도 항상 돈 많은 사람만 더 부자가 되고 자기들은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과거에는 20 대 80의 사회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1 대 99의 사회가 됐다.
먹을 것도 안 먹고 참아가며 절약하고 열심히 일해봤자 미국인에겐 미래가 없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만이 쌓여 민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나. 열심히 일해야 한다
미국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선 미국 내 일자리가 형편없어졌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이 알바로 전락하며 일자리의 질이 떨어졌다.
2월 6일 미국의 채용정보 사이트 지피아(Zippia)는 2021년 미국인 가운데 최소 5,900만 명이 음식 배달이나 집 청소, 차량 운전 같은 ‘건당 알바’를 했다고 밝혔다. 5,900만 명이면 전체 미국 노동자의 36%에 해당한다. 2020년 건당 알바 노동자는 3,820만 명이었는데 1년 만에 50% 늘어났다.
이런 일자리는 벌이도 적고 안정적이지 않으며 사회적 지위에 대한 만족감도 낮다. 그러니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갖기 힘들다.
열심히 일할 의욕이 사라지니 놀고먹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만연하게 되었다. 열심히 일하면 뭐 하겠는가, 금수저로 태어나 건물주가 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그러니 놀고먹는 게 최고라는 식이다.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며 힘들게 살지 말고 그냥 놀자는 욜로가 유행한다.
이런 와중에 티비나 유튜브를 보면 연예인들이 집에서 유유자적 빈둥거리고 여행 가서 노닥거리고 출연자들끼리 오락을 즐기면서 돈을 번다. 놀면서 돈을 버는 연예인과 유튜버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시장조사 기관 해리스폴이 2019년 7월에 한 조사 결과 미국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중 1위가 유튜버, 4위가 가수로 드러났다. 이런 경향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21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보면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중 4위가 유튜버, 7위가 프로게이머, 8위가 배우·모델, 9위가 가수·성악가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풍토도 만연해졌다. 미국인은 돈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부동산에 돈을 넣는다. 사회 전반에 이런 황금 숭배, 노동 천시 가치관이 극단적으로 퍼져 있다.
교육도 망가졌다.
교육이란 사회에서 유능하게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극단적인 황금 숭배, 노동 천시 가치관이 퍼지니 교육도 돈을 버는 게 목적이 되었다. 한국 대학 광고를 봐도 학문 업적을 소개하는 경우는 없고 죄다 취업률 자랑이다.
한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 의사를 하려 하듯이 미국에서 머리 좋은 사람은 떼돈을 벌 수 있는 금융 쪽으로 간다. 그런데 금융권에 가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니 극소수만 열심히 공부하고 나머지는 놀고먹는 것을 추구한다.
하도 놀고먹는 풍토가 만연하다 보니 이제는 공부도 놀면서 해야 한다고 하고, 끼를 발산하는 게 교육이라며 노는 것을 가르친다. 한국에서도 한쪽에서는 입시지옥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부를 포기한 학생들이 희망을 잃고 제멋대로 살거나 방황한다. 그렇게 교실이 난장판이 되고 공교육이 무너진다.
교육이 망가지면 국민이 무능력해진다.
국민이 무능력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현실은 처참하다. 예를 들어 상점에 가면 적지 않은 점원이 계산기 없인 간단한 거스름돈 계산도 잘하지 못한다.
미국이 이런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건 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2년 16~19세 미국인의 수학 실력을 평가했더니 약 40%가 기본적인 숫자 계산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득권이 지배하기 쉽도록 국민을 우민화한 것도 이런 결과를 낳은 배경 중 하나이다.
반면 핀란드의 사례를 보자. 핀란드는 학업성취도가 높은 동시에 교육 격차가 적어 공교육 강국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0년 1회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를 했을 때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교육 격차도 낮아 2006년 기준으로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표현했을 때 미국이 18.9, 한국이 16.9일 때 핀란드는 1.3을 기록했다. 많은 나라에서 부잣집 자녀일수록 성적이 좋은 경향이 심각해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데, 핀란드에서는 이런 경향이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교육이 잘 되어 있으니 핀란드 국민의 노동력이 높다. 예를 들어 노키아 사례를 보자.
과거 핀란드는 휴대전화 기업 노키아가 1998~2007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담당하며 핀란드를 말 그대로 먹여 살렸다. 그런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해 2013년 휴대전화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겼다. 이에 핀란드는 경제성장률이 2012년 -1.4%, 2013년 -0.8%로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핀란드는 주저앉아 있지 않았다. 노키아에서 일하던 기술자 등의 핀란드 국민이 새로 회사를 차려 경제를 발전시켰다. 핀란드는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인구수 대비 창업한 회사의 수가 세계 1위이다. 핀란드에서 창업한 회사의 수가 유럽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교육의 힘이 컸다. 핀란드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으니 노키아라는 기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춘 것이다.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인 개성공단의 사례도 살펴볼 법하다. 개성공단의 장점이 뭐냐고 물으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양질의 노동력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문무기, 윤문희 연구원은 2006년 보고서 “개성공단의 인력관리 실태와 노동법제 분석”에서 “양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나 베트남이 우위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노동력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질적 우수성에 있다. 그 질적 우수성의 원인으로 첫째, 북한은 의무교육 기간이 11년(당시)이며 취학률이 98%로 교육 수준이 상당하고 교육 수준과 비례하여 기술습득 능력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교육 수준이 높으니 노동력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교육이 망가지면서 국민 역량도 형편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경제위기를 극복할 힘이 부족하다.
우려스럽게 한국도 미국처럼 되어가고 있다.
한국은 점점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소수만 피 터지게 입시 교육에 매달린다. 이렇게 공부한 사람들은 모두 의대를 지망한다. 그러다 보니 나라 발전에 필요한 곳에 인재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의술은 세계에서 손꼽힌다. 인터넷에는 한국 의술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많이 있다.
하나를 소개하자면 어떤 영국인이 한국 유학 중 치과 치료를 받고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의 일이다. 이 사람이 영국에서도 치과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인턴을 포함해 모든 동료를 부르더니 이 영국인의 입을 구경시키면서 “잘 봐둬라. 저 왼쪽 어금니는 너희들이 여기 살면서 거의 볼 수 없는, 정교하게 딱 맞도록 잘 만든 교과서 같은 모양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의술이 뛰어난 한국이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건 늦다. 올해 6월에야 국산 백신이 처음으로 사용 허가를 받았다. 백신을 만들려면 기초과학이 발달해야 하는데, 공부 잘하는 사람은 모두 의사가 되려고 하지 기초과학 분야로 가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도 의대에 갈만한 상위권만 공부하고 대다수는 공부를 안 해서 교육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식 황금 숭배, 노동 천시 가치관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오늘날 20·30세대에 있는 이기주의적인 모습, ‘영혼까지 끌어모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을 사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모습도 황금 숭배, 노동 천시 가치관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 이런데 본고장인 미국이야 어떻겠는가.
미국은 열심히 일하려고도 하지 않고 일할 능력도 상실했다. 이대로면 미국이 살아날 가망은 없다.
3) 미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밖에서 약탈해와야 한다
미국이 다시 잘 살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정상적인 방식을 수행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다시 부자가 될 방법은 산적이 되는 것이다. 산속에서 도적이 되어서 지나가는 사람을 약탈하면 부자가 될지 모른다.
약탈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써온 경제성장 방법이기도 하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일례로 1985년 플라자합의가 있다. 미국은 1980년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자 독일, 일본과 강제 경제협약을 맺어 그들을 희생시켜 경제성장을 이뤘다. 미국은 오늘날 중국과 경제전쟁을 하듯 과거엔 일본과 경제전쟁을 했다. TV, 철강, 자동차 등에서 계속 부딪혔고 그때마다 미국이 승리했다. 플라자합의 때도 미국은 섬유,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등의 압박을 가했고 일본은 결국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
그런데 이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미국은 1990년대에 또다시 경제위기를 겪는다. 이때 미국을 살린 건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였다. 미국은 동유럽에 들어가 자원을 약탈하고 자기 상품을 팔아치웠다. 이때 한국 기업 대우도 한몫 단단히 챙겼다. 대우는 동유럽의 기업들을 대거 인수하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95년 대우가 22개 나라에서 33개 제품에 대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대우는 한국 가전제품 수출의 38.8%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도 동유럽에 가면 대우 상표를 적잖이 볼 수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도 미국의 약탈행위였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명분을 들었지만, 사실 석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전 의장이 2007년 9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이라크 전쟁의 주된 원인이 석유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현실이 서글펐다”라며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석유 때문이었음을 고백했다.
1990년대 말 한국의 IMF사태도 본질은 미국의 약탈이다. IMF사태 때 한국은 미국의 강요 때문에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비정규직 제도와 대량해고제를 도입했다.
한국은 1997년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투자 한도가 26%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IMF 사태로 투자 한도가 완전히 폐지되었다. 그 결과 외국인이 한국의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지분을 잠식했다. 삼성전자를 보면 2020년을 결산하며 주주에게 분배한 배당금이 총 13조 원이었다. 그런데 그중 7조 7,400억 원이 외국인에게 돌아갔다. 삼성전자의 2020년 영업이익이 36조 원이었는데 그중 22%가 고스란히 외국인에게 떨어진 것이다.
미국이 강요한 정리해고제도 한국 약탈에 쓰였다. 국제투기자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04년 1,000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정리해고를 하면 기업으로서는 노동자에게 주던 월급을 아낄 수 있어서 이윤이 즉각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면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게 된다. 그때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다시 매각했다. 전형적인 미국의 기업사냥 수법이다. 이 수법으로 론스타가 남긴 차익은 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론스타는 이걸로도 모자라 당시 한국 정부의 과세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46억 7,9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6조 원이 넘는 소송을 걸었다. 10년에 걸쳐 진행된 이 소송은 올해 판결이 날 예정이다.
미중 경제전쟁도 미국이 중국을 약탈하려는 시도다.
지금은 중국이 미국에 강경하게 맞서고 있지만, 과거에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곤 했다. 예컨대 2017년 4월 미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합의를 맺었다. 중국이 미국산 쇠고기,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미국의 각종 금융 업체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2017년 11월에도 미국은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이 미국 통신장비업체 퀄컴으로부터 120억 달러 치 부품을 사기로 하는 등 총 2,500억 달러 규모의 협약을 중국과 체결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자국 기업을 위해 삼성과 LG 가전제품에 40%나 되는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미국 기업 애플을 위해 삼성과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인다.
미국은 돈을 절약하고 교육을 통해 능력을 쌓아 기술을 개발하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재부를 약탈하는 식으로 살아왔다. 그러니 미국이 오늘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방법도 약탈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더는 미국이 약탈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어중간한 나라의 돈을 뜯어봐야 어림도 없다. 1985년 플라자합의 정도 되려면 당시 세계 2, 3위 경제력을 가진 독일과 일본에 비견할만한 경제 대국을 약탈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관세 폭탄을 던지며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그 경제전쟁으로 미국이 중국보다 더 큰 손해를 입었다.
러시아를 상대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도록 부추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두고 “나토가 전쟁이 일어나도록 러시아의 문 앞에서 짖었다”라고 표현했다. 미국은 전쟁을 빌미 삼아 제재를 가함으로써 러시아의 경제를 붕괴시켜 그들을 수탈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의 석유와 식량을 헐값에 가져갈 수 있었다.
미국은 소련이 해체될 때도 그랬다. 소련 해체로 해당 국가들은 혼란을 겪었고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됐다. 헝가리의 경우 1996년대 말에 이미 7개 주요 은행 중 6개가 민영화되었고 4개가 외국인 소유로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러시아를 다시 약탈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고 역풍을 일으켰다.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했더니 석유, 천연가스. 식량, 비료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 미국이 러시아 약탈에 실패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경제위기를 한두 번 겪어온 게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관성적으로 지금은 위기가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극복되기라도 할 것처럼 안일하게 대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미국이 회생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서 재부를 쌓아야 할 텐데, 이건 하려야 할 수가 없다. 남은 방법은 다른 나라를 약탈하는 것뿐인데, 지금 미국은 약탈에 실패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되겠는가? 결론은 명백하다. 과거와 달리 미국은 이제 다시 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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