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그래 아주 슬그머니 뭔가가 내게 얼굴을 내민듯 했다.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들로 내 머리속은 늘 분주하다. 허접하고 허망하고, 삿된 생각들이다. 한푼의 가치도 없는,,,.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것도 그래서 인지도 모른다. 사실 내가 알기로는, 꼭 성취하고 싶었던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떠밀려 오늘에 이르렀다. 전심을 다해 분투해본 기억도 없다. 늘 불평을 일삼았다. 아니, 불평마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꾸역꾸역 살았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이 어둠에서 벗어나 광명에 이르게 되리라고 희망했던 것일까. 희망이란게 내게 있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런게 있었으면 좀 덜 무겁지 않았을까, 그런게 있었으면 좀 덜 어둡지 않았을까, 덜 외롭지 않았을까 싶은데,,,. 나이를 먹으면 뭔가 알아지는게 있을듯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것 같다. 오히려 깜박깜박 하는 바람에 더 곤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 잠 자리에 들려는데, 문득 참 평안하다는 생각이 스첬다. 다 끝났다는 안도감 같은 것도 슬며시 스치고 지나간다. 이것인가. 이것이 평강이고 예감인가. 그렇다면 정말 좋겠는데,,, 큰 아이가 중등부로 편입을 하게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겨울 켐프 소식도. 며늘이 더 먼저 소식을 접한듯, 캠프에 참가하라고 했단다. 참가비도 내준다나. 아이 표현에 '자기는 교회도 안나가면서'가 붙기는 했지만 그게 어딘가. 안된다고 단호하게 나오면 내가 할수있는 일이 없다. 사실 나는 엉터리에 사이비 종교인에 가깝다. 하나님도 성경도 내 방식대로, 나 좋은데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니 신앙을 유산으로 어쩌고 하는 명분에서도 멀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옳바른 믿음 생활을 해주었으면 하는게 내 진심이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나는 이부분에에서도 충분한 이해를 갖지 못하고 있다)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사실 내가 할수있는 일은 아이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정도였다. 그다음일은 하나님이 하실일이라고, 은근 하나님께 맡겼다는게 옳다.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이라고 하잖나. 우리는 누구도 자식이나 부모를 택할수 없지만, 능하신 하나님은 하실수 있고, 성경에도 수없이 나오는 얘기다. 그리고 그게 믿어지니 믿음이라고 해야하겠지. 2박 3일이다. 솔직히 나라면 보내지 않을수도 있다. 내 할아버지 할머니는 수학여행 안보내셨다. 아주 단호하셨고, 나 역시 가겠다고 고집 부리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나 역시 2박 3일(그때도 2박 3일이었던 것 같다) 을 집을 떠난다는게 두려워서 였을게다. 세상이 변했고 또 적응해서 살아야 한다. 사실 위험은 도처에 있고, 그걸 피할수 있도록 살펴주시는 분이 따로 계신다는 것을 믿으면 좀 쉽다. 오늘도 영상의 날씨다. 안개가 끼었는지 잔뜩 흐리다. 어딘가에서는 비가 오고 있는 것도 같다. 빠르게 시간이 가고있다. 마치 날아가는 것 같다. 할일이 없다는 것도, 밥값을 못하고 있다는 것도 썩 좋은 기분일수는 없지만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였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싸우지 않으면 좋은 날이다. 어제는 큰아이가 종일 밖에서 놀고 들어왔다. 헨드폰만 들여다 본다고 성화였는데, 막상 나가서 놀고오니 그것도 불안했다. 뭘 하고 놀았는지를 물었지만 대답이 생소해서 난 알아듣지 못했다. 돈도 좀 쓴것 같았다. '네가 써도 될만한 액수인지 늘 생각해보고 써야한다"는 충고를 해주었는데,,, 어차피 스스로 부디치며 알아가야 할 문제다. 세상 살아가는 동안 상처받지 안았으면 하는게 어른들의 기도이겠지만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는게 인생아닌가. 오늘 하루도 살같이 날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