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굿
우림 이 석 기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
정월 대보름날 오후 형들이
마을 텅 빈 밭에 달집을 짓는다.
우리들은 주변에서 형들 시키는 대로
잔심부름을 해주며 도왔었다
달집 짓는데 설레는 마음
완성한 뾰족 멋진 달집 보기 좋았지
달이 뜨기 전 남녀노소 달집 앞에 모여
달뜨기를 기다리며 어른들의
대보름 굿이 펼쳐지고
갠지 갠지 갠지 개갱
갠지 갠지 갠지 개갱
더덩 더덩 덩기 덩덩
더덩 더덩 덩기 덩덩
지잉 지잉 지잉 지잉
부북 부북 부북 부북
남녀노소 흥겨워서 덩실 덩실 주는 춤
구수한 상쇠 어른의 추임새
어서치고 술 먹새 두부 국 에 김 나네.
달 떠 온다. 달 떠 온다. 우리 마을이 밝아온다
갠지갱 갠지갱 갠지 개갱 개갱 개갱
덩기덩 덩기덩 덩기 덩기 덩기 덩기
부부북 부부북 부북 부북 부북 부북
신나는 농악 한판 어울려 질때
동녘에 달 떠오르면
마을의 최장수 어른의 점화명령
준비한 청년들이 횃불을 붙이면
청솔. 생대나무. 짚들이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며
불 연소 되면서 까만 연기가
온 허공을 덮어 버렸다
한쪽에서 어른들의 술판
여인들의 액땜으로 한복 저고리
동정뜯어 태우고 지저분한 것은 모두소각
한잔술에 알딸딸딸 농악대들
거의 타버리고 순한 숱불되어
연기 안난 불을 돌며풍물소리
대보름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시계가 귀한 시절
밤 깊어가는지도 모르고
어른들따라 놀다보면
불이 모두 사윌무렵 상쇠어른
그만 하고끝 냅시다
깨깨깨 깨깨 갱갱 뚝 멈추었던
어린시절 정월 대보름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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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굿
피안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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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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