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박물관은 2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본사 옆에 위치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박물관 옆에 상당한 규모의 신차 영업점, 혹은 신차 홍보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제조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직접 둘러본 유럽의 경우, 대개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BMW 벨트(WELT)는 박물관과 함께 운용 중인 일종의 브랜드 홍보관으로 BMW 모델들은 물론, 고성능 디비전 M과 인디비주얼, 그리고 롤스로이스와 미니까지 그룹 내 모든 자동차 브랜드 주요 모델이 전시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신의 BMW 오토바이도 보고 직접 앉아 볼 수도 있죠. 하지만 BMW 벨트는 단순하게 신형 모델을 보여주는 것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왜 이곳을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벨트(WELT)는 독일어로 세계를 뜻합니다. BMW 월드라고 하면 좀 더 익숙하겠네요. 앞서 이야기했듯 이곳은 박물관이 아닌, 신차 중심의 브랜드 홍보관입니다. 연중 개방되어 있고 누구나 입장료 없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BMW 자동차 박물관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죠.
BMW 벨트는 공모를 거쳐 2007년 문을 열었습니다. 곡선 형태의, 마치 물결이 이는 듯한 건축물은 유리와 철재로 만들어졌는데 무척 세련됐습니다. 또 지붕은 태양광 패널이 대부분을 덮고 있어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들어서면 엄청나게 높은 지붕 덕에 쾌적하고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5년 동안 우리 돈으로 2천 5백억 원 이상을 투자해 세운 건물인 만큼 많은 신경을 썼고, 방문객들 눈에도 예사롭지 않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고급 레스토랑을 비롯해 3~4개의 식당이 마련돼 있어서 둘러보는 즐거움 외에도 먹는 즐거움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데요. 전시 공간 외에도 영상을 상영하고 공연도 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열립니다. 당연히 BMW 기념품 매장도 있는데 제법 규모가 큽니다.
넓은 부지 위에 건물을 세웠기 때문에 지하 주차장도 잘 발달해 있는데요. 자가용을 이용해 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모두 이곳에 주차를 하게 됩니다. 그 얘기는 원하든 원치 않든 BMW 벨트를 둘러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됩니다. 박물관 입장권도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거나 아니면 BMW 벨트에서 박물관 티켓을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시 공간은 크게 포럼, M 타운, BMW, 롤스로이스, 인디비주얼, 미니, BMW 모터라트, BMW i, 등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고성능 디비전인 M 모델들을 보게 되죠. 중국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으면 중국어 서비스가 가능한 직원들이 배치돼 있는지, 놀랍더군요. 또 M과 맞붙어 있는 인디비주얼 공간에서는 고급 옵션의 세계도 가볍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역시 화제성에서는 롤스로이스 전시관이 으뜸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롤스로이스의 첫 번째 SUV 컬리넌이 대대적으로 홍보되는 중이었는데요. 상담코너도 있어 즉석에서 롤스로이스 구매와 관련한 전문 상담원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맞은 편에는 기념품숍과 함께 미니 전시관이 마련돼 있는데, 의외로 큰 규모였습니다. 과거 모델부터 최신 미니 모델들까지 가득 모여 있어서 그런지 찾는 이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그래도 역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은 BMW의 최신 모델을 모아둔 곳이었는데요. 콘셉트카부터 가장 최근에 출시된 모델까지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부 모델은 탑승도 가능합니다. BMW는 오토바이 브랜드로도 유명하죠. 2층으로 올라가면 자신들의 최신 모터바이크를 전시한 곳이 나옵니다. 앉아보고 기념사진도 찍는 등, 고객과의 스킨십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입니다.
2층 오토바이 전시공간 건너편에는 BMW 모델들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차들은 전시가 목적이 아닌, 출고를 앞둔 것들입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출고 장면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데요. 자극도 되지만 차를 계약한 운전자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된다는 점에서 영리하게 공간을 구성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출고장으로 차를 찾으러 오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 이유는 동네 딜러까지의 탁송료가 매우 비싸기 때문입니다. 물론 출고 센터 역시 3가지 형태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거리에 따라 오히려 여기서 차를 찾는 게 더 저렴하죠. 믿기지는 않지만 원하면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한 직원으로부터 출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BMW 벨트의 또 다른 매력은 주변과의 연계성입니다. 바로 옆에 공원이 있고, 그 공원을 가로지르면 뮌헨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BMW 벨트를 다 둘러보고 주변 공원을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는 겁니다. 또 BMW 벨트와 공원 주변을 도는 꼬마 기차가 입구 바로 앞에서 출발하는데요.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이 기차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BMW 벨트는 문을 연 이후 매년 2~3백만 명의 방문객을 맞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많은 비용을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얻고 있죠. 박물관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뮌헨 시내와 가깝고, 대중교통으로 쉽게 올 수 있다는 접근의 편리함이 두드러집니다. 누구라도 뮌헨을 찾는다면 BMW 벨트를 어렵지 않게 찾게 되는 것이죠. 이런 점은 다른 박물관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경쟁력이 아닌가 합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BMW 박물관을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