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와 막걸리
오늘같이 비가 오고 흐린 날은 지짐으로 막걸리를 마시는 게 제격이다. 이런 날에 가는 곳이 있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인지 문을 닫아버렸다. 비 오는 날 막걸리가 생각나면 갈 곳을 잃은 철새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며칠 전에 우리 아파트 옆에 음식점이 새로 입점하여 지인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 부추전과 막걸리를 시켜 먹었다. 예상과 달리 우리가 찾는 맛과 거리가 멀었다. 전은 냄비에 기름을 약간 둘러 익혀야 하는데 그 집은 닭을 튀기듯 완전히 기름에 튀겨서 나왔다. 바작거리며 무슨 맛인지 몰랐으며 막걸리 맛까지 떨어트렸다.
나는 부추전과 깻잎전을 좋아한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은 의례 막걸리 생각이 난다. 아내는 나의 취향을 아는지라 가끔은 전을 부쳐 내놓는다. 친구는 밭 한 귀퉁이에 한 평 남짓한 자리에 부추를 심어놓았다. 친구는 나에게 배려하며 제공하고 있다. 두 주만 자라면 한 뼘 정도 자라 베 오면 아내는 전을 부쳐 상에 올린다. 막걸리와 겸해 먹으면 정말 세상 부러울 게 없이 행복하다.
또 막걸리와 제격인 것이 문어이다. 어느 날 지인과 함께 술집에 들러 문어를 시켜 막걸리를 먹었다. 내가 찾던 문어 맛이 아니었으며 값도 아주 비쌌다. 아내는 가끔 어는 매장에 들러 익힌 문어 한 마리를 가져와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막걸리 마실 때에 내놓아 맛을 돋우어준다. 막걸리를 마실 때면 옛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초등학생 때 아버지께서 들에서 일하고 계실 때 집에서 빚은 막걸리를 주전자에 가득 담아 아버지께로 가곤 했었다. 주전자가 출렁거려 술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려고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술을 조금씩 마시며 갔다. 아버지께서는 술이 왜 이렇게 적나 하실 테면 오다가 출렁거려 쏟아졌다고 했다. 그때부터 막걸리 맛을 알았다.
중학생일 때에는 조상님께 제사를 올릴 테면 아버지께서 의례 주신 음복술을 한 잔 받아 마셨다. 그렇게 배운 술이 대학 다닐 때나 군 복무 시절에서 절정을 이뤘다. 향촌동에서 선후배들과 마신 막걸리는 지고는 못 갈 정도였으리라 싶다. 또 군 시절에 인제와 원통의 술집을 샅샅이 뒤지고 돌아다니며 마셨다.
사회에서는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곧장 삼삼오오 술집을 오갔다. 당시에는 막걸리를 주로 마셨으며 방석이 깔린 집이며 곧장 젓가락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또 성경학교 다닐 때는 공부보다 술을 마시는 재미가 더 좋았다. 그런데 세월은 늘 같지 않으며 그만 마시라고 제동을 걸었다. 아픔을 겪고 난 뒤 지금은 절주하고 있다. 장마철에 문득 생각나는 것은 부침개와 막걸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