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 속이 꽉 찬 한재미나리 [맛대맛 ③] 삼겹살 찰떡궁합 쌈채소 봄에 먹는 삼겹살이 더 맛있는 이유는? 답은 봄나물 때문이다. 봄이면 삼겹살을 싸 먹을 수 있는 잎채소들이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삼겹살과 궁합이 잘 맞아 미식가들이 찾는 봄나물이 있으니 바로 경북 청도의 한재미나리와 강원 양구의 곰취다. 그동안 삼겹살을 상추나 깻잎에만 싸 먹었다면 주목하시라. 요맘때만 나와 더욱 입맛을 당기는 한재미나리와 양구곰취를 산지에서 맛보며 삼겹살과의 궁합을 따져봤다.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 ‘아삭아삭’ 상큼 화악산 지하수로 재배…줄기속 꽉 차 삼겹살 육즙과 미나리 향 환상 조합
한재는 ‘큰 고개’라는 뜻으로 화악산(932m) 자락의 경북 청도읍 평양 1·2리와 음지리·상리 일대의 마을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이 일대에서는 1965년경 몇몇 농가가 자투리논에서 미나리를 키우기 시작해 1992년 최초로 비닐하우스에서 미나리를 재배했다. 원래 이곳 사람들은 미나리를 먹을 때 삼겹살에 둘둘 말아 먹었는데, 외지인들이 맛을 보고 소문이 나면서 일대에 삼겹살과 미나리를 함께 파는 식당들이 생겨났다.
한재미나리 맛의 비결은 물에 있다. 화악산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저녁이면 비닐하우스에 대고 아침이면 뺀다. 이경호 한재미나리작목반 총무는 “한재미나리는 다른 미나리와 달리 줄기가 굵고 속이 꽉 차 있어 한번 맛보면 다른 미나리는 못 먹는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평양리 식당들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고 몇몇 농장엔 ‘미나리 품절. 죄송합니다’라는 안내판까지 붙어 있었다.
한재미나리는 2월말부터 6월까지 즐길 수 있지만 3·4월이 가장 맛있다. ‘탐복미나리가든’에서 생삼겹살 3㎏(기본)과 미나리를 주문했다. 이 집에서 제안하는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한다. 첫번째, 고기를 불판에 올린다. 두번째,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미나리를 돌돌 말아 쌈장에 찍어 먹는다. 세번째, 미나리를 돌돌 말아 김에 싸 먹는다(쌈장은 No). 네번째, 미나리를 김에 싼 후 각종 장아찌를 하나씩 얹어 먹는다. 다섯번째, 고기가 익었을 때 불판에 미나리를 잘라 돼지기름에 볶으면서 삼겹살과 함께 먹는다.
물론 기본은 돼지고기를 쌈장에 찍어 돌돌 만 미나리 위에 마늘과 함께 얹어 먹는 것이다. 삼겹살의 육즙과 미나리의 향이 어우러져 궁합이 환상적이다. 입속에서 사각거리는 경쾌한 소리는 마치 가을 낙엽을 밟는 듯한 느낌이 난다.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작목반의 이경호 총무가 갓 수확한 미나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혜정 탐복미나리가든 대표는 “돼지고기가 목의 미세먼지를 없애주고 미나리는 몸속의 노폐물과 중금속을 배출해준다니 봄철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이라며 “미나리와 삼겹살의 궁합은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말했다. 한재미나리는 1단(1㎏)에 1만원. 2단부터 택배 주문이 가능하며 택배비 4000원은 별도. 주문은 한재미나리작목반(이경호 총무 ☎ 010-3817-1674)으로 하면 된다.
청도=김도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