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술 국치일입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한민족은 이날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실질적인 한일병합은 일주일전인 1910년 8월 22일 이완용과 일본의 통감 데라우치가 한일병합조약에 관한 건에 도장을 찍어 이뤄졌지만 일주일 후인 바로 오늘 8월 29일 공포됐습니다. 오늘부터 한반도는 일본의 공식적인 식민지가 된 것입니다. 한반도 역사상 공식적으로 그리고 문서로 남겨진 강제 병합된 최초의 날을 어찌 잊겠습니까. 일부 친일세력들은 이제 잊고 가자는 망언을 서슴치 않지만 잊을 것을 잊어야지요 어찌 나라를 빼앗긴 그날을 잊겠습니까. 전쟁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것도 아니고 그냥 일제 숭일파들의 작당으로 일본에 나라를 그저 바친 것 아닙니까. 오늘부터 한반도인은 나라가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나라 잃은 그 슬픔과 그 한과 그 통탄의 마음을 어찌 필설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날 한반도를 강제로 병합시킨 일본에 엄청난 재난이 강타하고 있습니다. 10호 태풍 산산이 일본을 산산히 파괴시킬 기세로 일본을 향해 거세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드디어 오늘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발달하면서 일본 규슈 남부에 상륙했습니다. 일본 전역이 초비상 상태입니다. 태풍 산산은 일본에 상륙한 뒤 거의 전국을 휩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규모도 엄청난데다 속도도 매우 느리기 때문에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의 조깅속도로 느릿느릿 일본 전역을 파괴할 것으로 일본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 산산이 최강의 수준이다라면서 초긴장 상황속에 놓여 있습니다. 초강력태풍이 가진 성격 즉 엄청난 강우량과 강력한 바람을 모두 특대로 구비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특별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특별 경보는 일본 기상청이 발령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고입니다.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입니다. 최대풍속 50m/s 이상과 중심기압 930hpa이하일 때 특별 경보가 발령됩니다. 달리는 열차는 물론이고 주택을 붕괴시킬 수 있는 위력이라는 것입니다. 특별 경보 발령은 지난 2022년 9월 태풍 난마돌 이후 2년만이지만 그때보다 상황은 훨씬 심각하고 일본 전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든다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5천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60년전의 이세만 태풍과도 비교되고 있습니다.
태풍 산산은 일본 본토에 상륙하기도 전부터 이미 수많은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산사태가 발생해 5명이 매몰됐습니다. 대중교통편은 이미 상당수가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일본 전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예보에 일본인들은 쌀과 물 등 생필품 사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웬만한 자연재해에 당황하지 않는다는 일본인들이지만 8월달 들어 계속되는 대지진 공포와 화산 폭발 우려 그리고 잇따른 태풍에 넋을 잃고 있는 상황입니다. 114년전 한반도에서 일제에 의해 나라를 통채로 빼앗긴 한반도인들에 비길까 마는 그래도 역대급 자연재난에 일본 전역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입니다.
올 들어 발생한 태풍가운데 한반도로 향한 것은 9호 태풍 종다리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상 조건이 그런 상황을 만든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요즘 이래저래 나라가 뒤숭숭한데 태풍까지 영향을 주면 안된다고 판단한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원혼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태풍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원혼들이 막고 있어 태풍이 그냥 일본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 한반도 상공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하해 내륙을 뒤덥고 있다고 한국 기상청은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아니였다면 태풍 산산이 한반도로 직행할 수도 있었다는 말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엄청난 자연재해가 덮쳤다면 그 피해는 물론 나라 전체가 대단한 시련속에 빠져들었을 것입니다. 지금 더운 것은 그래서 참을 만 합니다. 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섭리 그리고 한반도인을 지켜주는 그런 모종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올해 8월은 유독 그런 것으로 판단됩니다.
8월 29일 경술 국치일을 맞아 참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왜 그동안 별 일이 없었던 광복절을 즈음해 이런 저런 친일적인 파란이 여기저기서 발생할까 생각이 듭니다. 또한 114년 당시 일제에게 병합당하지 않고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방안은 전무했던 것인지도 의문스럽습니다. 아무리 친일파들이 득세를 했어도 나라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지식인들과 공무원들도 적지 않았을텐데 나라를 통채로 헌납하는 그런 상상도 하기 싫은 역사가 왜 발생했을까 너무도 가슴아프게 여겨집니다. 일제 강점기 36년동안 수많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도 그 후손들은 제대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제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역사적 근거가 없다느니 위안부는 자발적 행위였다느니 강제 징용에 강제성이 보이지 않는다느니 그런 주장들이 백주대낮에 버젓이 이 한국땅을 횡행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너무도 걱정되고 우려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을 강타하는 태풍 산사의 모습속에 한반도를 짓밟은 일제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저만의 과민반응일까요. 참 여러가지가 생각나는 국치일인 8월 29일입니다.
2024년 8월 2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