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월요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조재형 신부
제1독서; 민수6,22-27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22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23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일러라. ‘너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여라.24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25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26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27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제2독서; 갈라4,4-7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게 하셨다.> 형제 여러분, 4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5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6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7 그러므로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그리고 자녀라면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상속자 이기도 합니다.
복음; 루카2,16-21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찾아냈다. 여드레 뒤 그 아기는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때에 목자들이 베들레헴으로 16 서둘러 가서,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17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18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19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20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21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자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것은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 준 이름이었다.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복(福)’라는 한자의 어원을 생각해 봅니다. 하늘에 의해서 배가 부른 것을 상징합니다. 중국의 고대에는 장수를 누림(壽), 가멸함(富), 건강하고 마음 편안함(康寧), 심성의 후덕함(攸好德), 임종을 성취함(考終命)을 다섯 가지 복(五福)으로 보았습니다.
우리 문화에서는 치아가 좋은 것, 자손이 많은 것, 부부 해로하는 것, 손님을 대접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 명당에 묻히는 것을 다섯 가지 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본당 신부에게도 다섯 가지 복이 있다고 합니다. 모두 사람과 관련된 복입니다. 보좌 신부님 잘 만나고, 본당 수녀님 잘 만나고, 사목회장 잘 만나고, 사무장 잘 만나고, 주방 자매님 잘 만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생활 5년째인 저도 5복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건강을 주셨습니다. 함께 기뻐하고, 고민할 수 있는 동료 사제들을 주셨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신문사 직원을 주셨습니다. ME와 꾸르실료 봉사자들을 주셨습니다. 브루클린 한인 공동체를 주셨습니다. 이렇게 지난 5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2024년에는 제가 받은 복을 기쁘게 나누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복을 나누면 더 큰 복을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은 일반인이 생각하고 있는 이런 복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며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비유를 통하여 늘 깨어 지키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깨어 있는 종들은 행복하다는 말씀입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면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깨어 있고, 믿는 사람이 복되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체적으로 참된 행복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신앙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복이 아닙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복은 만남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복은 이 세상에서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복은 이 세상은 물론 하늘나라에서 완성되는 복입니다. 그렇기에 때로 시련도, 박해도, 고난도, 죽음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복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기꺼이 순교한 이들을 복자(福者)로 공경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기꺼이 순교한 이들을 성인(聖人)으로 공경하였습니다. 그분들은 이 세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참된 평화, 참된 행복을 누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달란트의 비유를 통해서 우리의 복은 우리의 노력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재능, 우리의 시간, 우리의 재물을 이웃을 위해서 기꺼이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가 받는 복은 우리의 노력과 헌신을 통해서 하느님께로부터 선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 받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서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리라. 세상 끝 모든 곳이 그분을 경외하리라.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 그리고 자녀라면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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