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전력이 약해진 것은 2000년대 초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력급 투수 7~8명(송진우-문동환-구대성-정민철-최영필-류현진-양훈 + 박찬호)의 연이은 이탈을 막지 못했고 외국인 투수 데려오는데 돈을 적게 썼으며 오랫 동안 2차지명을 가장 적게 한데다, 2군 훈련장이 없었고 한동안 포수를 많이 지명했는데 다들 고만고만했지요. 그 와중에 삼성-두산-롯데가 2군 선수들 30명씩 미국, 일본으로 전지훈련 보냈는데 한화는 그런것도 없었고요.
노장 투수들이 한꺼번에 나간 것은 팀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베테랑이 많으니 보류선수 제한에 걸려 2차지명을 많이 못했습니다. 남들은 2군 구장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는데 가뜩이나 적게 지명한 선수들은 1군 경기 일정 피해가며 눈치보면서 운동했지요. 다른팀 2군 구장은 주위에 술집 하나 없어 운동만 하는데 우리 선수단 숙소는 대전에서 둘째라면 서러울만한 유흥가에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남들 잘 키우는 1차지명 선수를 우리는 왜 10년에 꼴랑 두명 키워냈냐 싶었지만 충청도 팜이 원래 서울/부산/광주/대구/경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했죠. 한화의 1차지명 잔혹사를 얘기하기에 앞서, 과연 충천 팜에 그렇게 좋은 선수들이 많았느냐도 한번쯤 따져봐야 했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제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 서산 2군경기장 짓고, 2차 지명 꽉꽉 채워 지명하고 대형 FA 영입하기 시작한 4~5년 전입니다. 류현진을 잃었지만 팀 운용 방향성은 제대로 잡고 나아가기 시작했죠. 물론 그때도 KIA 두산 LG 롯데는 2군 훈련장을 확장했고 넥센은 퓨쳐스 선수들을 해외 전지훈련 보내기 시작하며 우리보다 앞서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 지점에서 한화가 했어야 할 일은 <선발투수를 세팅하는 일>이었습니다. 육성이냐 승부냐 그런 개념이 아니라 투수들의 보직과 투수진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김민우가 있었고 안영명도 있었고, 아프기 전의 송창식도 있었죠. 리그를 폭격할 에이스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로테이션을 지켜줄 수 있는 유먼과 탈보트도 있었습니다. 한화는 바로 그때 지금의 이상군 대행처럼 운용했어야 합니다. 선발을 순서대로 등판시키고 급해도 불펜 땡겨 쓰지 말고 이닝수를 나눴어야죠. 그런데 그때 전감독이 뭐 했나요? 7점대 평균자책 찍는 송은범은 선발로 5일 휴식 따박따박 지켜주면서 송창식 안영명 김민우는 가혹한 혹사로 전력에서 이탈시켰죠. 박정진이랑 권혁은 또 어떻고요.
한화이글스가 약팀이 된 근본적인 책임은 과거 2000년대 초중반의 구단 고위층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늦게나마 구단 운영 방향성을 제대로 잡고 체질개선을 시도하던 중요한 시점에 팀을 다시 내려앉힌 직접적인 책임은 김성근에게 있죠. 송창식 김민우 안영명 윤규진 이태양 권혁 박정진 (그리고 넓게 보면 정우람까지) 왜 전력에서 빠졌거나 구위가 떨어졌을까요.
그런데, 김성근은 원래 그런 사람이죠. 그저 매 순간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힘 없는 힘 전부 쥐어 짜서 하얗게 불사르는 것이 무조건 최고라고 믿는 사람이니까요. 애초에 그런 사람을 데려온 게 가장 큰 잘못입니다. 오랫동안 쌓여 온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가던 중요한 시점에 그 상황과 가장 안 맞는 인물을 데려다 감독이라고 앉혀 놓았으니까요. 애초에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한화가 육성보다 승부에 급급했다" "송은범 사용설명서가 있다" 이런 입바른 거짓말에 속아서 잘못된 선택을 한거죠. 이제 방법 없습니다. 옷을 벗고 다시 입는 수 밖에요.
이상군의 투수 운용에 대해 비판의 날이 서는 상황을 보면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화장실에 갔는데. 앞사람이 X을 거하게 싸고 물을 안 내린 거죠. 여기저기 쓰레기도 버려놓고 바닥에 침까지 뱉어놔서 화장실에 들어가기도 망설여집니다. 나도 배는 아파 죽겠는데 더러워서 변기에 못 앉고 우선 물부터 내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거기다 쓰레기까지 버려놔서 변기가 막혔어요. 다른 화장실로 가버려도 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X물 튀겨가며 변기 뚫고 있는데, 줄 서 있던 뒷 사람이 나한테 왜 화장실 더럽게 쓰냐고 욕을 욕을 해대는 기분. 지금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물 내리고, 막힌 변기 뚫고, 앉을 자리에 묻은 더러운 쓰레기들은 물티슈로 닦아야 됩니다. 배 아파 죽겠어도 바지에 X쌀 수는 없으니까 내 손 더러워져도 화장실 청소 해야죠. 그래야 나도 조금 있다가 배아픈 거 해결하고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도 화장실 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뒤에 줄 선 사람들은 본인이 나서서 변기 뚫을 거 아니면 좀 기다려야죠. 다른 사람이 막아둔 변기인데 어쩌란 말입니까. 안 뚫어봐서 잘 못 뚫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변기 막은 건 내가 아니고, 난 지금 그거 뚫고 있는데요.
애초에 잘못 끼운 단추입니다. 지금 아무리 옷매무새 고쳐봐야앞에서 남들이 보면 옷 삐뚤게 입은 바보로만 보입니다. 쪽팔려도 옷 벗고 다시 입어야 됩니다. 그래야 멀쩡해지지 않겠습니까?
첫댓글 동감합니다. 화장실 비유 기가막히네요~
공감이요! 우리가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일희일비 하는게 팬이다라는 주장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자 라는 주장은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가슴 시원할 글입니다ㆍ
이래서 김성근 나가고
우리감독님때는 멀쩡했는데?
혹은 우리감독님은 감독님만의 노하우고 관리하면서 등판시켰으나 후임감독은 노하우가 없어서 선수들이 퍼진다는 x소리들을 사실처럼 하고있는건가 봅니다.
교체하는 투수마다 얻어터진다고 이상군 감대욕하는 그분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누굴 선발로 쓰고 중간에 누굴올릴까요??
지금 투수들이 올해 김성근있을때는 멀쩡하다가 이상군감대이후 이상해진건가요?
기다린다고만될가요?..기다리다보면 지금 주전들 은퇴시기가될텐데요..지금 이상군대행의 젊은선수 기용은 그 선수의잠재력을보고 기용한다기보다 어쩔수없이 노장기용할수없는 상황이니가 젊은 선수로 대처하는것같은느낌..노장들 다돌아온다면 젊은선수 2군서 만들어야한다고할것같은데요..노장은 보조 젊은선수가주력이되야 올라갈수있는발판이되지않을가합니다...지금과같은상황이라면 이팀은 항상 중하위권일겁니다...
노장이든 젊은선수든 1군에서는 더 잘하는 사람 쓰면 되죠. 굳이 나이 순서로 누가 보조하고 누가 주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더 잘하는 어린 선수 있는데 더 못하는 노장을 쓰는 건 당연히 지적해야 되고요.
@1번선발 당연 1군에서 처음에더잘하는선수는 노장이죠.신인.젊은선수는 재능은있지만 보여준게없어니..김성근이 그래서 노장들로도배..이것이 김성근만의 문제가아니라 이팀자체도 그런게 문제죠..
한화는 지금 염경업과같은 치밀한 계획과 구체적 실행을 사고로 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소통은 일부분일
뿐입니다.선수단 분위기 좋으면 성적좋아지나요? 이것도 한부분입니다.젤중요한것은 선수단 구성하나하나가
책임감을 가지고 실행할때, 그리고 나의 성공을 절실히 바랄때,그것을 팬들이 느꼈을때,환호하고 하나가 되어
좋은방향으로 가지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답답하긴 하지만 바늘 코에 넣어야지 묶어서 쓸 수는 없으니까요.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각오하고, 팬들도 인내심있게 기다려줘야죠. 또 안기다리면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이글스 팬의 운명인걸요.
정답입니다.
똥얘기하니깐 너무 사실적묘사라 올라올뻔 했네요ㅋ
정말 공감합니다 투수교체나 작전실패 하나 가지고 감독대행 비난하는 조급증걸린 팬들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이글스 팬은 기다리는게 일이네요ㅜㅜ
벌써 몇년째 참고 기다렸는데 또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는건지...
이래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가봅니다.
전 요즘 김성근전인 김응용때 김응용이 아닌 한용덕이였으면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찌 비유하시는게 정의당 노회찬의원 스럽습니다 ㅋㅋ
진짜 김읍읍 똥사는 소리네요. 깨끗한 화장실이 될때까지 리모델링 될때까지 기다립니다
적절한 비유입니다!! 힘든 시기인 만큼 모두다 아프지말고 열심히 했으면 합니다~
1번선발님 늘 도움되는 글 잘보고있습니다~!근데 혹시 야구관련된 일을 하시는분인가요?!늘 올려주시는 글이 전문가같은 냄새가 나서요...ㅎㅎㅎ야구를 아직 잘 모르고, 한화를 아직 잘 모르는 저는 늘 많이 배워갑니당 감사해요^^
기자세요^^
글 쓰는 일을 합니다만 야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