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김없이 재미있는 글을 가지고 찾아온 가등청정입니다.
DC에서 흥미로운 글이 하나 있길래 한번 이쪽으로 옮겨보는군요,[물론 원 출처는 DC 역갤의
nasica님이 남긴 글이지요] 아무튼 본 애니와 단행본이 배경이 19세기 무렵이길래 한번
올려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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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은 상류층이나 하류층이나 술에 쩔어 살았습니다. 물론 사회 최고위층 인사들이야 주정뱅이가 아니었겠지요. 그러나 장교들만 하더라도, 주정뱅이가 많았습니다.
전에 [15호]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군 저녁 식사 장면 ( http://paper.cyworld.nate.com/sharpe/1619007 )편에서 영국군 사병은 하루에 1파인트 (0.56리터)의 포도주나 1/3 파인트의 럼주를 배급받게 되어있다고 했었습니다. 우습게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단순히 '매일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군에 입대했다고 합니다.
제가 Sharpe보다 더 나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Hornblower 시리즈에서도, "Flying Colors" 편을 보면, Hornblower 함장은 긴 항해 끝에 식수가 다 떨어져 가지만, 그보다도 럼주가 다 떨어져 가는 것을 더 걱정합니다. 수병들은 럼주만 계속 배급이 되면, 식수가 다 떨어져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단, 맥주는 술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챨스 디킨즈의 "Great Expectations"라는 작품을 보더라도, 12살 정도의 어린 주인공에게 식사꺼리가 제공되는데, 물 대신 독한 ale이 주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워낙 식수 사정이 안좋아서, 영국인들은 대개 물은 잘 마시지 않았습니다. 당시 런던의 주 식수원은 템즈 강이었는데, 여기서 물을 길어오면, 인간의 분뇨는 약과이고, 온갖 독성 물질과 가축의 분뇨 등이 다 나왔다고 합니다. 중산층은 샘에서 길어온 물을 사 마셨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이 강물을 식수로 썼습니다. 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를 보더라도, 템즈강에 투신 자살을 시도한 남자가, 빠져죽지는 않았지만 그때 마시게된 템즈강 물로인해 장티푸스에 걸려 죽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때는 이미 1900년이었는데요 ! 그래서 대신 맥주를 마셨고, 차가 널리 보급된 이후로는, 차를 마셨습니다.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단어가 "영국인이 차와 흰빵을 먹는 동안, 아일랜드인은 물과 감자를 먹었다" 라는 것으로 표현이 됩니다.
이야기가 겉돌았는데, 본론으로 돌아와서, 영국군에게 주어지는 술은 거의 100% 럼주였습니다. 당시 영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포도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날씨가... OTL) 그러므로 제일 값싼 술은 gin 이었습니다. 그러나, 귀리로 만드는 증류주인 진 이라는 술은, 그야말로 최하층 빈민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인상이 워낙 강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챨스 디킨즈도 "진을 마시는 것은 영국의 큰 해악이다."라고 썼겠습니까 ? 1730~1740년대에 발전한 진 문화는, 거의 현대 미국 도시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마약 문제와도 맞먹었다고 합니다. 진이 하류층에서 크게 유행하고, 또 사회악으로 번진 이유는, 너무 가격이 쌌기 때문이었습니다. "1페니면 취할 수 있고, 2페니면 죽을 정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통계치가 정확한지 모르겠습니다만, 1740년대에 런던 인구가 마시는 진의 평균치가 1주일에 2파인트(1.12 리터)였습니다. 남자, 여자, 갓난아기 다 합셔서요. 런던 시내의 8가구마다 1곳씩 진을 파는 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시내 곳곳마다 진에 취해 쓰러진 사람들이 즐비했답니다. 정부에서도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하여 진 금지법을 1743년에 제정하려고 했는데, 폭동이 일어나서 결국 실패했다고 합니다. 극작가인 헨리 필딩은 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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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야말로, 대도시 인구 수십만명을 해치는 해악이다. 이 독한 술에 접한 사람들은, 지독한 주정뱅이가 되어, 이 술을 다시 사기 위한 돈조차 제대로 벌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모든 수치심과 공포심도 없애버려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죄와 뻔뻔스러움을 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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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경제적으로는 군대에도 진을 공급하는 것이 적당했겠지만, 정부는 이 지긋지긋한 술을 도저히 군대에 공급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당시 영국은 카리브해에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활발하게 경영하고 있었으므로, 사탕수수 찌꺼기로 만드는 증류주인 럼주의 생산과 유통이 활발했습니다. 그래서, 육군이나 해군이나, 대부분 럼주를 공식 주류로 공급했습니다. 럼주는 보통 알코올 농도가 75%입니다. 엄청난 독주이지요. 당시 공급되었던 럼주가 이렇게까지 정제된 것은 아니었겠습니다만, 아뭏든 너무 독주였으므로, 당시 해군 제독이던 그록(Grog)은 수병들에게 배급하는 럼주에 물을 절반 섞어서 주도록 했습니다. 이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Grog입니다. 이는 영국 해군 내에서 럼주와 동일한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영국 해군에도, 육군과 마찬가지로 채찍질 체벌이 있었습니다만, 이와 비슷한 레벨의 체벌은 바로 'grog 배급 중단'이었습니다. 육군은 육군이라는 특성상, 어떻게든 술을 손에 넣을 방법이 꽤 많았습니다만, 해군에서는 배라는 특성상, 배급되는 것 외에는 술을 구할 방법이 진짜 없었거든요.
럼주는 Hornblower의 입을 빌리면, 그야말로 영국 육해군의 "Life Blood"였습니다. 한 세포이 병사의 회고에 따르면, 영국군은 틀림없이 럼주 속에 뭔가 마법약을 집어넣는 것이 틀림없다고 했습니다. 럼주만 마시면 영국군은 매우 사나와져서 두려움을 모르고 싸웠고, 또 심한 부상을 입고 다 죽어가는 병사도 럼주를 조금 마시면 금방 되살아난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 '마법약'을 너무 많이 집어넣으면 병사들이 너무 흥분해서 제풀에 죽어버린다고도 '아주 잘' 관찰했더군요.
1780년에 런던에서, 로마 교황에 반대하는 군중이 가톨릭 수도원을 습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고든 폭동이라는 이 사건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가톨릭 수도원 부속 진 증류장 습격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군중들은 수도원보다는 이 진 증류장을 노리고 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폭도들은 재빨리 이 증류장의 문을 부수고, 그 중에서 더욱 생각없는 일부 인간이 불을 질렀는데, 이 불길 속을 목숨을 무릅쓰고 뛰어들어갔다고 합니다. 손에는 양동이와 주전자, 심지어 말구유를 들고서요. 곧 뜨거워진 증류기가 터지면서, 진 원액이 길바닥에 쏟아져 나와 하수 도랑으로 흘러들었는데, 군중들은 술에 만취하여 쓰러질 때까지, 이를 땅에 엎드려서 입을 대고 마셨다고 합니다. 나중에 민병대가 출동해서 상황을 정리했는데, 이때 만취해서 쓰러진 사람들 중 4명의 여자를 포함해서 총 20명의 사람들이 과음으로 즉사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J.W. Fortescue라는 사람이 쓴 "영국군의 역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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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의 이 젊은 장교들은 임관하자마자 즉시 군의 불명예이자 방해거리가 되었다. 당시 상하를 막론하고 크게 유행하던 나쁜 습관인 폭음은 군장교들 사이에서도 횡행하였다.
보통 연대가 행군을 시작할때, 부관과 특무상사만 함께 행군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교들은 대개 몇시간 뒤에야, 만취한 상태로 말을 달려 뒤를 쫓아와서, 아무렇게나 말을 몰아 이미 행군 중이던 대오에 큰 혼란을 일으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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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C-역갤
첫댓글 ..........................................................................................알렌군..................ㄱ-
오늘 친구들과 음주를 하고 돌아온 터라.. 움찔;하게 되는군요..[...]
쿠...쿨럭! 술에 쩔어살았더군요;;
검은 교단도 설마 저꼴;;
..............이거 뭔가 무서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