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승리를 기대해 볼 카드가 배영수인데 오늘 던진 공은 베테랑답지 못했습니다. 볼넷을 거의 내주지 않았고 꾸역꾸역 5회까지 버텼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죠. 등판 하자마자 3점을 내줬고 2회에도 곧바로 추가점을 허용하며 시작부터 승패의 추를 기울게 했네요. 젊어서 혹사 당한 강속구 투수가 30대 후반에도 위력적인 공을 던진 케이스 자체가 애초에 송진우 말고는 거의 없는데 배영수에게서도 조금씩 한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선수 스스로는 우완 최다승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을텐데 그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네요.
야구의 기본은 속구입니다. 투수는 속구를 잘 던져야 되고 타자도 그걸 잘 쳐야 됩니다. 좋은 구속을 가진 투수가 있어야 되고, 그런 구속에도 스윙이 밀리지 않는 타자가 있어야죠. 투수 입장에서 보면 변화구가 크게 가라앉을 수도 있고 밖으로 휘어져 나갈 수도 있고 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어 밸런스를 흩어놓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은 기본적인 구속이 뒷받침 된 속구가 있어야 가능한 얘깁니다. 구속만 빠르다고 무조건 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최소한 143~144 이상은 꾸준히 던져줘야 얘기가 되니까요. 37살 배영수는 구속이 안 나오는게 당연하지만 이태양은 이 부분에서 걱정이 많이 되네요. 25일간 쉬면서 밸런스를 잡았지만, 근본적으로 수술 후 재활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저는 아직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 박상원의 투구는 그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투피치도 아니고 <원피치>느낌으로 던졌는데 불펜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아웃을 잡았으니까요.
얼핏 보면 불펜이 문제인 것 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 <투수>가 문제입니다. 오래 던질 수 있고 그나마 잘 던지는 선수를 모두 선발로 내보내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법이 없죠. (그래서 윤규진 불펜알바에 분노했던 겁니다) 타고투저 시즌이고 역대급으로 장타가 쏟아지는 시즌이라 투수의 실점을 여유롭게 지켜보기가 상대적으로 더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또 송창식 쓰고 권혁 정우람 땡겨 쓸 수는 없으니까요.
게시판에 여러번 쓴 것 같은데, 저는 타선을 믿지 않습니다. 강력한 타선은 강팀의 조건 중 하나지만, 타선의 힘 만으로 팀 전력을 끌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지금 한화이글스는 타선의 힘이 강하지 않습니다) 원래 타선은 어제 10점 내다가 다음날 무득점으로 끌려가기도 하고, 1회에 타자일순하며 5~6점씩 내다가 2회부터 갑자기 침묵하기도 하죠. 야구에서 타선은 원래 변덕이 심하고 내 맘같지 않은 골칫덩이입니다.
그런데, 이번 3연전에서 타자들 탓을 하기도 솔직히 좀 애매합니다. NC는 KBO 방어율 1위 팀이고 (오늘은 좀 아쉽지만) 지난 2경기 선발 이재학-맨쉽도 힘든 상대였죠. 이런 상황에서 3연전에 17점 냈으면 솔직히 타자들은 본전치기 했습니다. 홈런 5개 포함해서 장타도 12개 날렸거든요. 점수 얻은 타이밍을 문제삼는 분들이 있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27점을 내준 투수입니다. 타자를 탓하려면 투수들이 적어도 3~4점 이내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은 경기에서 졌을 때 해야죠.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반전은 없습니다. 이기는 게임보다 지는 게임이 훨씬 더 많아질겁니다.
주말 잠실에서도 힘든 싸움이 예상됩니다. 상대 주력 투수들을 줄줄이 만날텐데 우리는 당장 선발을 어느 순서로 내보내야 할지도 선뜻 감이 잡히지 않을만큼 투수진이 무너져있는 상태죠. 현실적으로 루징 혹은 스윕의 가능성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선발 카드를 다시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인데 급한 것은 비야누에바 복귀, 그리고 오간도가 정말 공도 못 만지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한 해법도 빨리 찾았으면 좋겠네요. 여러 불펜 투수들이 이닝을 나눠가며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시즌 끝날때까지 버티는 건 쉽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오간도는 아직도 공을 못만지는 상태라면 교체했으면 합니다.
가을야구를 원한다는게 아니라 최소한 야구다운 야구를 할려면 외국인 선발 2명이라도 있어야하니까요ㅡㅡ
에이스아니여도 좋으니 이닝먹어줄 수 있는 투수라도 델꾸왔으면 합니다.
오간도 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건 구단측에서 올해 성적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 같습니다. 더 많이 지더래도 국내 선발들이나 어린 투수들에게 이닝을 맡겨보려는게 아닐까 싶네요.
예전 이브랜드가 한화역사상 얼마나 좋은 외국인 투수였는지 새삼 느껴지네요...그 꾸준함이란....
거기에 세드릭도 볼질은 했지만 꾸준했죠
리그 정상급까진 원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끝까지 변함없이 투구를 하는 외인투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