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발언에 대한 범대위 성명서

[강정]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

성 명 서

(2월 22일)

이명박대통령 발언관련 범대위 성명.hwp

국가원수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제주도민을 기만한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서 최근 전국적인 논란으로 확대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강행논리만 고집한 발언이었다. 마을주민들이 5년째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한 채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그 어디에서도 주민들을 걱정하고 진심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려는 의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논리만 앞세워 강행만을 외칠 뿐이었다.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해군기지 논란을 더욱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반대운동의 열기와 명분을 더 키울 뿐임을 인식해야 한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적 발언은 정치논리로 접근하며 현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전 정부가 추진한 사업인데도 현재 야당이 제주해군기지의 전면 재검토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정부가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야당의 문제제기를 잘못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사업추진의 정당성으로 강조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당·청 정례회동에서도 “전 정부에서 잘못했다고 해서 우리도 방치하면 안된다”는 발언을 한 바가 있다. 그런데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전 정부에서부터 사업의 명분과 타당성은 물론 입지 적정성 논란이 되었던 사업이다. 전 정부의 잘못을 현 정부가 그대로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논란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설득력이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되기도 전에 국방부는 실시계획 승인을 하며 법적절차를 위반하였다. 또한 법적인 행정절차도 지키지 않은 절대보전지역 해제안과 환경영향평가협의 동의를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주도해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각종 개별법에 의한 불법공사와 항만 설계오류가 확인되었지만 현 정부는 공사를 강행해 왔다. 국가 원수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질 의지가 있다면 오늘 발언의 첫 마디는 제주도민에 대한 사과와 양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으로 제기한 남방해역의 보호명분은 이미 초기 논란의 과정에서 정리된 사안이다. 현재의 법적·정치적 상황에서 해군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뿐만 아니라 하와이, 샌디에이고 등의 해군기지를 언급하며 관광코스 가능성을 부각시킨 대목도 어처구니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역으로 국내 해군기지가 이러한 관광코스로 활용되고 있는 지역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제주해군지기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는 이미 제주도의 타당성 검토과정에서 없거나 미약하다는 판명된 내용들이다. 만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내용을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정당성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번 제주해군기지 논란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원수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제주도민을 기만하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평가한다. 제주지역의 최대 현안이며, 수년간의 도민사회 갈등으로 남겨진 이 문제의 해결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대통령의 자세에서 그 어떠한 기대조차 할 수가 없었다. 현 정부는 이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주체적 능력은 상실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책임을 다툴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문제요, 인권과 주민권리의 문제이며, 생명과 평화의 가치 실현의 문제이다.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회피하고 방기한다면 그 정부권력은 이미 정당성을 잃은 권력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본질을 분명히 보고 이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는 임기 1년을 남겨 둔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는 우리 국민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끝>

[바위처럼]

기대도 바라지도 않는다.
그가 행한 전과가 다양하되 하나의 흐름만은 분명하다.
이젠 맛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