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문화가 바뀌어서 저녁에 회식하면 사람들이 안 옵니다 그래서 시험 때를 이용해
점심 식사로 때웁니다. 어디를 가자고 해서 아차산 근처(15분 소요)에 갔더니만
목잘린 오리가 연잎을 뒤집어쓴 채 꺼멓게 해서 나왔더라구요
조금은 거칠게 생긴 주인 아줌마가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고
탁월한 솜씨로 오리 살을 헤치는데...
같이 간 동료들은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오리는
첨 먹어보네 해서 저도 한 두 점 먹었더니만 뭔가 퍽퍽하고 요상한 냄새도 나고
에라 안 먹는다 하고
아줌마 쌈밥 주세요
어 이 존 걸 못 드셔서 어떡해요
저 먹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교장이 동석을 했는데, 쌈밥을 열심히 먹고 있는 절 보더니만
강선생 정말 안 먹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안 먹는 거 많아요
한 선생이 거들면서 강선생은 귀공자처럼 자라서 그래요
절 보면 어디가 귀공자처럼 보입니까
이렇게 말했죠, 어릴 때 먹어본 게 별로 없어서 그래요
화제가 약간 저에게로 집중이 되는 가장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서
그럼 도대체 모 먹고 살아요
걱정 말아요, 잘 먹고 있으니까로 마무리
너나 많이 먹으세요 라는 말과
오리가 나에게는 혐오식품 대열에 올라있다는 말은 끝까지 안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점심 자리가 일찍 끝나 돌아오면서
이제부터는 음식 먹는 자리를 정말 가려서 가야지 생각을 했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거는
눈님이 젤로 좋아하는 오리를 제가 왜 싫어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점점 음식 가리는 게 심해지니 말입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먹었었는데...
첫댓글 이런 요상한 오리를 맛있다고 먹어대는 좌중을 멋적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을 천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ㅎㅎㅎ 지도 귀하게(?) 자라서 닭이나 오리의 목부부은 먹질 않습니다. 천둥님과 거의 동급이죠?
어디에선 원숭이 두개골도 먹는대요. 무지 맛있다고 그러던데 ...쩝쩝....
오늘 저녁 회식을 참배나무골 오리집에서 하는데, 거사님 말고 소리님 같은 식성을 가진 분들이 많이 와야 제가 먹을게 많아지는데...
배고파.
오리고기는 맛도 좋을 뿐아니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몸속의 중금속을 제거하는 등 보양식품을 왜 아니드시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네요. 특히 소리님처럼 체력이 약한(?) 분들은 필히 드셔야 합니당.